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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어벤져스2 천만돌파 우리는 호갱님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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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2>가 결국 천만 관객을 돌파하고 말았다. 순수한 킬링타임용 오락 외화 천만 관객으론 이번이 사상최초로 봐야 한다. <아바타>는 기술적 혁명이란 소재가 있었고, <겨울왕국>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부활과 혁신이란 소재가, <인터스텔라>엔 ‘심오한 명작처럼 보이는 영화’란 소재가 있었다.

 

그에 비해 <어벤져스2>는 때려 부수는 액션 장면이 나열되는 오락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작품이다. 물론 서울 촬영이란 소재가 있긴 했지만, 설사 촬영지가 서울이 아니었더라도 지금 분위기로 봐선 천만 돌파에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천만 돌파를 못하고 900만 돌파 정도만 했다고 해도 킬링 타임용 외화로서 엄청난 흥행을 했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문제는 추세다. 초대형 흥행이 점점 흔해지고 있다는 것 말이다. 이것은 한국 시장의 몰아주기 성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원래도 우리 시장은 몰아주기 성향이 강했었지만 그것이 더 심해져 이젠 극단적 몰아주기까지 나타난다.

 

이번에 나타난 스크린 독점이 그것을 말해준다. 한 국가가 보유한 전체 스크린의 80% 이상을 한 영화에 몰아주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몰아주는 풍토에서 문화가 발전하기는 어렵다.

 

 

일각에선 한국 영화도 스크린 독점하는데 왜 <어벤져스2>만 문제 삼느냐고 한다. 한국 영화의 스크린 독점도 당연히 문제다. 한국 영화건 외국 영화건 스크린 독식이 이어지면 결국 블록버스터 오락영화만 살아남는 황폐한 시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또, 일각에선 스크린 독점이 문제가 아니라 볼 만한 영화가 많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한다. 그런 영화를 많이 만들면 극장이 어련히 알아서 다양한 작품들을 걸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선후관계가 잘못됐다. 잘 만든 영화가 많아져야 스크린에 다양한 작품이 걸리는 게 아니라, 스크린에 의식적으로 다양한 작품을 걸어야 결과적으로 다양한 영화가 발전한다.

 

영화는 막대한 자본과 노동이 투입되는 산업이다. 대형 오락영화만 스크린에 걸리는 시장에선 자본이 중소형 영화나 다양한 주제의 영화에 투입될 수 없고, 그러면 관객들이 원하는 ‘잘 만든’ 영화도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없다.

 

재밌고 잘 만든 영화를 관객이 많이 찾는 것은 당연하고, 그런 관객의 요구에 극장이 부응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다. 프랑스에선 영화들이 극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는 것을 ‘닭장 속 늑대의 자유’라고 한다. 닭장 안에 자유를 주면 늑대가 닭들을 모두 잡아먹을 것이다. 그러므로 닭들을 살리려면 칸막이를 쳐서 늑대의 움직임을 제한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대형 오락영화가 다양한 영화들을 죽이는 걸 막으려면 특정영화가 ‘자유롭게’ 스크린을 독식하는 걸 막아야 한다. 프랑스에선 한 작품의 스크린 수가 한 극장에서 2개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고 한다. 괜히 문화강국이 아니다.

 

지금처럼 무한정 몰아주기, 완전한 자유경쟁, 스크린 독식이 이어지면 한국시장은 결국 봉이 되고 말 것이다. 자본의 봉이고 헐리우드 영화산업의 봉이 되고 만다. 잇따라 나타나는 천만 영화는 우리가 자본의 봉, 헐리우드의 ‘호갱님’이 되어간다는 불길한 징후로 읽힌다. 스크린 독과점이 만연한 풍토에 경종을 울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