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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외국인 놀라는 동물카페, 한국의 자랑일까

얼마 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독일 사람들이 한국의 고양이 카페를 보고 놀라는 장면이 방영됐다. 그들은 한국 동물카페에 대해 상상도 못 했다. 처음 들었을 때 장난인 줄 알았다고 했다. 출연자중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마치 천국에 온 것처럼 황홀해했다. 그러면서 독일에선 이런 카페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누군가가 이런 식의 카페를 열면 바로 동물보호단체가 올 것이라는 얘기다. 스튜디오에서 해설하던 다니엘은 독일은 동물에 대한 법이 엄격하다면서 보호를 넘어선 복지에 힘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 한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긴데 시청자들 아무도 그것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 그저 외국인들이 놀라면서 즐기는 한국의 독특한 풍물 정도로 받아들였을 뿐이다. 프로그램도 동물의 귀여운 모습을 중점적으로 방영했다.

 

독일편 다음에 이어진 러시아편에선 러시아 여성들이 한국의 라쿤카페를 방문했다. 그들 역시 놀라면서 황홀해했고, 프로그램은 라쿤의 귀여운 모습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방영 후엔 라쿤카페에 가보고 싶다는 반응이 나왔다.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역시 없었다

이 사례는 우리가 동물의 고통에 대해 얼마나 둔감한 지를 말해준다. 동물을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닌 귀여운 인형 정도로만 여기면서, 사람들이 동물을 만지고 즐기는 걸 당연시하는 것이다.

 

최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가 야생동물카페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부 동물카페에서 라쿤 등을 좁은 철장에 가둔 채 방치하고 있었고, 방문객을 피할 수 없는 동물들이 스트레스 때문에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일부 동물들은 카메라 촬영이 이어지자 불안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동물들이 서로를 공격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새끼일 때는 자유롭게 키우다가 사람을 위협할 수 있는 성체가 되면 가둬두고 방치하는 경우도 있었다

상식적으로 좁은 공간에 여러 동물을 키우고,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동물을 관찰하고 만지면 해당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는 걸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일부 동물카페에서 방문객들은 동물들이 먹이를 먹고 물을 마시는 동안에도, 잠시 엎드려 쉬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자극하고 몸을 쓰다듬었다. 이상행동이 안 생기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 사회는 동물의 귀여움을 즐기는 데만 몰두해왔다.

 

현재 동물카페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렇다 할 규제나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 보고서를 낸 단체에서도, 동물카페의 공식 집계가 없기 때문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조사를 했다고 하니 얼마나 방치된 영역인지를 알 수 있다

관리가 제대로 안 되다보니 참극이 일어나기도 했다. 일반 거주용 원룸에 동물카페를 냈던 사람이 문을 닫고 방치하는 바람에 동물들이 서로 잡아먹고 훼손된 사체들이 방 안에서 썩어간 사건이 충격을 안겨줬다.

 

동물한테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해가 될 수 있다. 라쿤 이외에도 미어캣, 왈라비, 페럿, 바위너구리, 사막여우, 이구아나 등 다양한 야생동물들의 카페가 나타나고 있는데, 야생동물에겐 병균이 있을 수 있다. 라쿤만 해도 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 20종을 매개할 수 있다고 한다. 위생관리가 미비할 경우 위험할 수 있는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 실제로 있다는 게 문제다. 분변이 묻은 동물을 아이들이 쓰다듬는다

동물카페의 동물이 외부로 유출됐을 때 더욱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라쿤은 일본에서 생태계 교란종으로 분류돼 수입금지됐다. 이런 외래종들이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무단 방출되면 우리 생태계는 어떻게 될까? 이제라도 동물 사육에 관한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제도도 제도지만 우리 감수성도 문제다. 동물을 가둬놓고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만지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 것 말이다. 살아있는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부족했다. 아이들을 이런 환경에 노출시키면 그 아이들도 동물을 인형처럼 여기게 될 것이다. 바로 그런 마음이 반려동물 전성시대에 여러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요즘 한국인들이 강아지가 짖거나 똥오줌을 싼다며 입양했던 강아지를 파양하는 사례가 많아져, 한국엔 강아지를 보내지 않겠다는 외국 견주도 나타난다고 한다. 반려동물 늘리기 전에 동물을 대하는 태도부터 선진화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