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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빈 방문의 역사는?

<하재근의 문화읽기> 우리나라 국빈 방문의 역사는?

 

[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하재근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지난 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국빈 방문했는데요. 오늘은 우리나라 국빈 방문의 역사에 대해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어서 오시죠. 

[스튜디오]

용경빈 아나운서

지난주에 트럼프 대통령이 국빈 방문을 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으로 25년 만이었는데, 그러면 처음 우리나라에 국빈 방문한 건 언제였는지 살펴볼까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국가의 외빈 방문이 국빈 방문, 공식 방문, 실무 방문, 사적 방문 이렇게 네 단계로 구분이 되는데 국빈 방문이 제일 윗 단계고 의전을 가장 정식으로 하는 그런 거죠.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국빈으로 방문을 한 미국 대통령은 1960년에 아이젠하워 대통령, 전쟁 영웅이죠. 이때는 한국 전쟁이 끝나고 10년도 되지 않았을 무렵이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엄청나게 환영을 했고, 국무총리 부부, 국회의장, 대법원장 직무대행 3부 대표가 모두 공항까지 나가서 영접을 했고 서울시청에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리고 기념우표가 나오고 기념 담배가 나오고 엄청나게 환영을 했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그 이후에 이루어진 국빈 방문에도 굉장히 뜨거운 환영 열기가 이어지지 않았습니까? 제가 어렸을 때 생각을 해봐도 국민들이 밖에 나가서 환영하고 그랬던 생각이 나거든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그때 학생들 나가서 성조기 흔들고 무지막지하게 환영을 했었는데, 1966년에 존슨 미국 대통령이 왔을 때 박정희 대통령이 김포공항에 직접 나가서 영접을 하고 그때 정부에서 275만 명을 동원할 것을 계획을 했었는데 실제로 동원이 된 것은 200만 명 정도로 보이는데, 그때 서울 시민이 350만 명이었던 시절에, 길도 안 닦이고 자동차도 없고 전철도 없는데 200만 명을 동원을 한 거죠. 어마어마하게 동원을 한 거고. 그때 시청 앞에 진입로에 화분을 수천 개를 세우고, 평화대를 만들어서 미인 분들이 죽 서 있고 엄청난 환영을 해서 저 영상이 외국까지 나갔는데 외국에서 미국 교포들이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란 거죠. 서울시청 앞에 빈민굴이 웬말이냐. 너무 못 사는 동네라고 해가지고 창피하다고 그래가지고 그때 우리나라 정부가 안 되겠다, 재개발하자라고 해서 존슨 대통령 왔던 걸 계기로 해서 서울 소공동이 재개발되기 시작해서 오늘날 프라자호텔, 넓적하게 생긴, 뒤에 보이지 말라고 앞을 가린 겁니다, 일부러. 넓적하게 그렇게 만들고, 74년 포드, 79년 카터, 83년 레이건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거의 비슷하게 100만 명 이상이 동원이 되는 환영 행사가 있었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그런데 최근에는 그런 대규모 인파가 동원되는 그런 것들은 거의 보기가 힘들거든요. 언제부터 이런 것들이 수그러들었다고 봐야 될까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아무래도 정통성이 빈약한 군사정부가 미국 대통령이 오면 결사적으로 환영을 하면서 뭔가 거기에서 자신들의 정통성을 인정받으려는 그런 게 있었던 거고. 민주화가 되고 경제도 발전하고 그 다음에는 우리가 그렇게까지 비이성적인 환대를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1992년부터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왔는데 영접을 대통령이 나간 게 아니라 총리가 영접을 나갔고, 카퍼레이드 안 하고 시민 동원 안 하고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 때는 뭘 또 국빈 방문을 하냐, 의전 복잡하게 해야 되는데, 그냥 실무 방문으로 오시라. 그래서 클린턴 대통령이 실무 방문으로 오게 됐고. 미국에서도 웬만하면 국빈 방문 잘 안 하려고 합니다. 이게 서로 국빈 방문 내가 가면 상대방도 받아줘야 하기 때문에 자기들도 부담이 되니까 실무 방문 오케이, 이렇게.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도 간단하게 왔었고. 그때 또 세월호 사건도 있어서. 그런데 이번에는 또 한미 간에 외교적으로 힘을 실어줘야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수십 년 만에 국빈 방문으로 온 건데, 공항에 영접을 나간 것이 이번에는 대통령도 아니고 총리도 아니고 외교부 장관이, 장관이 영접을 나간 거죠. 그리고 의전도 이번에는 상당히 호들갑스럽지 않고 점잖은 의전이 돋보였다,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그만큼 우리나라가 경제가 발전하고 민주주의, 민주화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통성이 확고해졌기 때문에 비이성적인 환대는 이제는 하지 않게 된 겁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그럼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국빈 방문한 걸 살펴보죠.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국빈 방문을 나갔습니까.

하재근 문화평론가

우리나라는 한국 전쟁이 끝난 직후에 미국 입장에서 보면 미국 세력권의 최전선에서 소련 세력권하고 맞부딪치고 있는 사령관이 이승만 대통령이니까 1954년에 바로 이승만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을 해가지고 원조해주겠다고 약속하고 환대를 한 거죠. 그 다음에 박정희 대통령은 국빈으로 가려고 했는데 초반에 미국에서 박정희 정권에 별로 힘을 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서독에 먼저 국빈으로 방문을 해가지고 광부, 간호사 파견하면서 차관을 얻어 왔고, 65년에 들어서야 미국에 국빈으로 방문을 하게 되는데 그때 그렇게 된 이유가 뭐냐면 미국 입장에서 베트남 파병을 이끌어내야 되니까 그렇게 됐던 것이고. 전두환 정부가 정권 잡아가지고 미국에 국빈으로 가겠다고 요청을 했는데 미국이 거부하고 실무 방문으로 오라고 해서 실무 방문으로 갔는데 공항에서 환영 행사도 안 하고. 그때 당시 우리나라 언론 매체는 전두환 대통령이 미국에서 어마어마한 국빈 환영을 받는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왜곡 기사를 썼던 기억이 있는데, 주로 옛날에는 우리나라가 미국에 매달리면서 국빈으로 받아달라고 그런 게 있었는데 요즘은 우리나라 국력이 많이 신장되고 민주화되고 이러면서 그렇게 매달리지 않아도 국빈으로 가면 가는 거고, 말면 마는 거고. 그리고 최근에 영국이 1년에 국빈을 2번밖에 안 받습니다. 되게 제한적인데 우리나라 대통령이 두 번이나 국빈으로 초청을 받았죠. 노무현 대통령하고 박근혜 대통령. 그럴 정도로 우리나라의 국력이 많이 올라가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데,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더 발전하고 민주화가 공고화되면서 국제적으로 한국의 위신이 올라가면 더 많은 나라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이 국빈으로 환대를 받을 수 있게 될 겁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네, 오늘 오랜만에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들어본 것 같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