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감독의 영화 ‘신과함께-죄와벌’이 1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2편 합산 350억 원에 이르는 엄청난 제작비 때문에 개봉 전부터 주목 받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폭발적인 흥행이 나타날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었다. 더군다나 개봉과 함께 나온 전문가 평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비관적인 전망까지 있었다. 그런데도 관객들은 압도적으로 ‘신과함께’를 선택했다.
일각에선 신파에 불과하다고 폄하한다. 가족 이야기가 눈물샘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사는 게 힘들어서 한때 나쁜 생각까지 했던 아들과 그것을 품어주는 어머니의 설정이 관객의 눈물을 작정하고 뽑아낸다. 우리 대중문화 콘텐츠의 전통적인 코드인데 거기에 젊은 관객들이 ‘엄지척’을 들었다. 21세기에 여전히 가족코드가 통하는 것이다.
요즘 들어 젊은 세대 사이에선 개인주의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가족의 울타리도 해체되는 중이다. 1인 가구도 급격히 증가한다. 젊은 세대는 끈끈한 전통적 정서보다 ‘쿨’한 것을 선호한다. 서로에 대해 간섭하거나 책임지지 않는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의 사고방식이다. 그런데도 왜 ‘신과함께’의 전통적 코드에 젊은 관객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냈을까?
세상이 변할수록 전통적 가치의 중요성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원래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다. 동물 중에서 가장 사회성이 강한 종 중의 하나가 바로 사람이다. 사람은 곁에 있는 사람과 유대를 나누며 서로 의지할 때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존재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 나타난 변화는 이런 본능에 반한다. 각각의 개인으로 고립, 파편화된 사람들은 따뜻한 정을 갈구할 수밖에 없다. 가장 따뜻한 울타리가 바로 가족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더욱 파편화되는 추세다. 사람과 직접 만나 관계 맺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메신저 프로그램 대화나 사이버 관계 맺기에 워낙 익숙해져서 직접적인 접촉에 부담을 느낀다. 직접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전화 통화에까지 부담을 느껴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메시지로 소통할 정도다. 이들에겐 혼자 살고, 혼자 밥 먹고, 혼자 노는 것이 익숙한 일이다. 그런 것에 익숙해질수록 외로움이 커질 수밖에 없고, 외로움은 필연적으로 불안감을 초래한다. 그래서 젊은 세대가 가족의 끈끈한 정을 갈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것이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문화콘텐츠를 통해서만이라도 대리만족하려 한다. 그래서 가족코드가 뜨는 것이다.
세상살이가 팍팍하고 힘든 것도 가족코드를 열망하는 이유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사회는 너무나 냉혹하고 삭막한 곳이다. 사회가 신참자에게 바로바로 자리를 내줬던 고도성장기와는 달리 요즘은 신참자들을 차갑게 밀어낸다. 사회에 새로 진입한 젊은이들은 알바, 비정규직, 인턴 등으로 세상의 무서움을 절감한다. 그럴수록 자신을 무조건 안아주고, 지지해주는 엄마의 품, 가족의 울타리를 갈구하게 된다. 또, 그렇게 힘든 세상에서 나를 지켜주는 부모를 보며 가슴 한 구석에 뜨거운 응어리가 쌓여, 대중문화 콘텐츠가 그 지점을 건드리면 자동적으로 눈물이 울컥 터진다.
시청자의 절대적 지지로 국민드라마가 됐던 ‘내 딸 서영이’도 비슷한 이유로 떴다. 여기선 딸이 가난한 아버지를 부정하는 데도 딸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의 애끓는 부정이 그려졌다. 최근 시청률 40%를 돌파한 ‘황금빛 내 인생’에서도 헌신적인 아버지가 극의 한 부분을 지키고 있다.
1996년에 방영됐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얼마 전 리메이크되어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는 리메이크되는 일이 거의 없는데 이 작품은 20년 만에 다시 만들어지고 성공까지 했다. 이 작품의 핵심 코드는 어머니의 희생과 가족애였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는 시청자 후기가 속출했다. 세상은 점점 더 외로워지고, 점점 더 각박해진다. 부모의 희생이 커져가고 자식의 응어리도 커져간다. 이러니 가족코드 신파가 21세기에도 맹위를 떨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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