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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반작용 '펜스룰' 논란

<하재근의 문화읽기> 미투 반작용 '펜스룰' 논란

 

[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유나영 아나운서
하재근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미투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면서 사회적으로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일부에서는 아예 여성과 접촉을 않겠다는 '펜스룰'을 거론하기도 합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오시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안녕하세요.

유나영 아나운서
미투 운동이 사회적으로 지금 연이어 확산되면서 큰 화두가 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일부 직장에서 여성을 업무에 배제하거나, 아니면 여성과 아예 접촉하지 않겠다 이런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일각에서 회식을 남자들끼리만 하겠다, 아니면 남자여자 다 합쳐서 하는 회식은 1차만 하고 2차 3차는 남자들끼리만 가자 아니면, 출장업무에서 여성들을 배제하겠다, 아니면 어느 회사 간부는 내가 관리하는 팀에는 여성을 더 이상 팀원으로 받지 않겠다. 여성이 들어오면 사고가 날지도 모르니까. 이런 얘기를 하고. 문화 예술계에서도 이번에 사고가 많이 터졌잖아요. 여성이 끼어있는 모임을 자제하자.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지금은 주요 여자대학교에서 취업 설명회가 작년대비 많이 줄어들었답니다. 이게 혹시 여성을 꺼리는 최근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 일각에서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이런 문화를 두고 '펜스룰'이라고 하는데요. 이 펜스룰에 대해서 좀 자세하게 얘기를 해 주시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이게 이제 과거에 빌리그레이엄이라고 미국에 유명한 보수파 개신교 목사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왔었죠 이분이. 굉장히 유명한 분인데, 1948년에 머데스토라는 곳에서 이분이 선언을 했습니다. 아내가 아닌 여성과 단둘이 다니거나 만나는 행위를 금지해야 된다. 목회자들에 대해서. 그래서 이게 빌리그레이엄룰이다 모데스토 선언이다 이런 식으로 불렸는데, 그 흐름을 이어받아서 미국의 마이크패스 부통령이 부인이 없는 자리에서는 여성들과 만나지 않겠다 식사도 하지 않겠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서 여성들과의 만남을 조심한다는 걸 펜스룰이다 이런 식으로 부르게 된 건데, 최근에 한 방송사에서 남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펜스룰이 성폭력 방지를 위해서 필요하다라고 답을 한 분이 53퍼센트가 나와서 이것은 상황이 심각한 것 같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남성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펜스룰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은데. 그럼 이게 성폭력 방지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에는 좀 비판하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을 것 같아요. 펜스룰의 문제점을 한번 짚어봐 주시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이게 남성들이 여성과 접촉을 하면 사고가 터질지 모르니까 아예 접촉을 안 하겠다라고 하는 건데 뭐가 문제냐면 우리 사회가 남성 중심의 사회였기 때문에 이미 우리사회 기득권층이 모두다 남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예를 들어 500대 기업 여성 임원 비율이 2.7퍼센트 밖에 안 됩니다. 100명 중 91명은 남자란 얘기죠. 그런데 그 남자들이 똘똘 뭉쳐서 여자들이랑 안 만나겠다, 여자들이랑 접촉을 안 하겠다 이러면 결국에는 여성들이 윗사람들이랑 만날 수 있는 통로가 사라지게 되고 결국에는 여성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일 밖에는 안 되는 것이니까. 그러면 여성들이 사회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거죠. 그러면 남자들끼리만 똘똘 뭉쳐서 남자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고 그렇게 한다는 이야기니까. 만약에 입장을 거꾸로 바꿔서 여성이 우리사회 기득권층에 있었다, 여성이 윗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다, 그때도 남성들이 여성들과 접촉을 안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겠는가. 그러면 자기들 출세길 막는다는 건데, 그랬을 리가 없다는 거죠. 남성들이 우리가 윗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해서 여성들에 대한 최근 미투 운동에서 목소리를 높이니까 그것에 대해서 하나의 치졸한 복수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들고. 어떤 범죄 사건의 경우 보통은 가해자를 어떻게 배제할 것인가 이런 쪽으로 논의가 집중되기 마련인데 미투 운동은 여성들이 잠재적인 피해 군인데 그 피해자, 피해 군을 어떻게 배제할 것인가 이런 식으로 논의가 되는 게 황당한 것이고 이런 논의 자체가 우리사회가 얼마나 남성 중심으로 짜여있는가 그것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미투 운동이 확산 됐는데 과거로 역행하는 모습이 보이죠. 이 펜스룰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도 엄정 조치에 나섰는데요. 펜스룰을 명분으로 여성을 차별하는 회사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행위로 근로감독을 받게 하겠다, 이런 얘기까지 나왔어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네, 이거 법에 걸릴 수 있습니다. 펜스룰 등을 명분으로 여성을 배제하는 행위를 하면 그 회사는 남녀고용평등법, 근로기준법 위반이 될 수가 있고, 그리고 펜스룰 등을 이유로 다른 원인이 없는 상황에서 성 차별적인 인사를 하면 그 인사를 당한 여성이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할 수가 있고. 예를 들어서 회사 간부가 여성만 빼놓고 남성만 회식을 간다, 여기에 대해서도 그 여성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가 있는데, 이런 피해를 구제받으려면 평소에 증거를 남겨놔야 합니다. 내가 이런 일을 당했다고 일지를 써 놓는다든지 주변에 상담을 한다든지 회사에 문제제기를 한다든지 이렇게 증거를 남겨놔야 나중에 피해를 구제 받을 수가 있고 근본적으로 이러한 미투 운동이라든가 성폭력이라든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나라 조직문화의 수직적인 구조, 폐쇄적인 구조 이것을 어떻게 수평적이고 민주주의 적인  구조로 바꿀 것인가. 권위주의를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 그 것을 연구해야하고. 그리고 일부 남성들의 비뚤어진 성의식 이것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그걸 연구해야지 사고가 터지니까 아예 여자들을 배제하자, 아예 여자들이랑 접촉하지 말자 이런 식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건 매우 큰 잘못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네 맞습니다. 펜스룰이 되려 역차별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조직자체에서 그 참뜻과 미투 운동에 대처법에 대해 좀 더 숙고하는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