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극 '백일의 낭군님'이 지상파까지 포함한 전 채널 월화극 1위를 차지하며 대히트작으로 자리매김했다. 경쟁 드라마들에 비해 배우들의 위상이나 주목도가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이뤄낸 깜짝 성공이다. 

기본적으로는 구도의 힘이다. 신분이 극적으로 바뀌는 이야기는 극적으로 재밌다. 바뀐 신분을 다른 이들을 모를 때 나타나는 해프닝들도 그렇다. 여기선 주인공 세자가 기억을 잃고 평민 아쓰남(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남자)’이 돼 업신여김을 당하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여주인공과 어렸을 때부터 이어지는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나 성격이 까칠한 꽃미남 세자의 등장, 왕권을 위협하는 권신과의 대결 등 모두 기존 히트 드라마에서 익숙했던 설정이 반복됐다. 특히 똑똑한 부자 남주인공이 기억을 잃고 무쓸모남이 되어 가난한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진다는 쇼핑왕 루이와 판박이 구도였다. 심지어 사투리 쓰는 여주인공이 동일 인물이기까지 하다. ‘쇼핑왕 루이는 예상과 달리 깜짝 성공했는데 백일의 낭군님도 역시 예상과 달리 깜짝 성공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시청자들이 그 설정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백일의 낭군님'의 대성공이 시청자의 취향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시청자는 익숙한 히트코드의 재생산을 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히트코드만 나열한다고 히트작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형식적인 설정을 질적인 내용이 받쳐줘야 작품에 흡인력이 생긴다. ‘백일의 낭군님이 바로 그런 경우다. 뻔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익숙한 설정을 질적인 완성도가 생생하게 살려냈다.

 

주연 배우들의 매력과 연기력, 영상미, 왕권을 위협하는 권신의 존재감 등이 극을 받쳐준 요인들이다. 특히 아이돌 엑소 멤버인 도경수와 남지현은 자신들이 미니시리즈를 책임질 수 있는 주연급임을 확실히 증명했다. 

이런 요인들과 함께 세자가 기억을 잃고 백일 동안 정착한 마을인 송주현의 풍경도 작품을 살렸다. 송주현은 마치 우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비현실적으로 평화롭고 정겨운 곳으로 묘사됐다. 세자는 이곳에서 궁중에서의 긴장을 내려놓고 휴양이라도 온 듯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요즘 드라마들이 장르물의 리얼함과 긴장감을 추구하는 것과 정반대로 간 것이다. 바로 그 점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 동화 같은 느낌이 시청자의 긴장도 풀어준 것이다.

 

송주현 주민들의 연기도 극을 살린 요인이다. 정해균은 그동안 장르물에서 악역을 주로 했을 정도로 인상이 강한데 여기선 놀랍게도 인정 많고 마음 여린 여주인공의 아버지 연씨 역할을 맡았다. 신의 한 수였다. 그는 정말 생생하게 마음 착한 민초 아버지 역할을 구현해냈다. 

극의 마디마디마다 등장해 웃음을 안겨준 구돌 역의 김기도와 끝녀 역의 이민지, 아전 역할의 이준혁도 극의 일등 공신이다. 안 되는 극은 감초 역할도 살지 않고, 되는 극에선 감초 캐릭터가 주연 이상으로 활약한다. ‘백일의 낭군님에선 바로 이들 감초 군단이 굉장허게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들의 등장으로 송주현 장면에서 시청자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머금게 됐다. 만약 궁중 암투만 나왔다면 극이 지금처럼 성공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송주현 주민들의 활약이 너무나 굉장혔기때문에, 세자 커플과 송주현 주민들이 등장하는 또다른 시리즈가 시급히 나오지 않으면 많은 국민들이 불편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전통적인 히트 설정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그것을 매력적인 배우들과 영상미로 구현했고, 평화로운 마을 풍경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으며, 코믹 감초 군단이 웃음까지 책임져줬기 때문에 백일의 낭군님의 깜짝 성공이 가능했던 것이다.

 

Posted by 하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