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공포영화나 드라마가 대중의 사랑을 받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공포물의 인기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납량특집 공포드라마도 사라졌는데, 오랜만의 공포드라마 히트작이 나타났다. 바로 OCN 수목극 '손 더 게스트(손 the guest)‘다.
‘손’은 내 몸에 찾아온 손님(the guest), 즉 사람에게 들린 귀신을 의미한다. 주인공은 박일도 귀신에 들렸다 풀려난 후 귀신을 감지하는 영매가 되어 박일도를 쫓는다. 박일도는 연쇄살인을 저지르다 스스로 바다에 뛰어들어 큰 귀신이 된 존재로, 작은 귀신들을 부려 사람들을 살인마로 만든다. 박일도에게 가족을 잃은 사제와 형사가 주인공과 함께 한다. 귀신 들린 살인자들을 정리한 끝에 마주한 박일도는 어느 사제에게 완전빙의된 상태였다. 완전빙의는 영매에게도 들키지 않을 정도로 온전히 그 사람과 일체가 된다는 설정이다. 그렇게 악귀 박일도는 인자한 신부의 모습으로 변신해 인간 세상에 살고 있었다.
귀신 이야기지만 사실상 범죄 스릴러다. 형사가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인 것이다. 다만 범죄 인지가 영매를 통해 이루어지고, 범인 검거 후 사법처리에 앞서 사제가 귀신 쫓는 의식을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귀신 들린 이도 엽기적인 외모로 초자연적인 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의 모습으로 체력이 약간 강한 정도다. 격투에 능한 경찰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어서 귀신이라기보단 범죄자의 느낌이다. 그러니 범죄 스릴러와 통하는 것이다. 다만 마지막에 박일도가 초자연적인 힘을 사용해 장르가 공포물이라는 점을 환기시켰다.
공포물의 인기가 사라진 것은 범죄 스릴러의 득세와 관련이 있다. 흉악범죄 보도가 잇따르고 사이코 살인마 이야기가 인터넷에 떠돌자 무서움의 대상이 귀신에서 사람으로 바뀌었다. 과거 한국영화에서 스릴러는 인기 장르가 아니었고 드라마 쪽에선 아예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랬던 것이 이젠 주력 장르가 돼 대중문화 콘텐츠에 무서운 살인자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이 나를 공격할 것이란 공포가 상상 속 존재인 귀신보다 더 실감나게 무섭기 때문에 결국 범죄 스릴러가 공포물의 자리를 차지했다.
OCN은 주말에 양질의 범죄 장르물을 선보이며 급성장한 채널이다. 그랬다가 '손 더 게스트‘로 수목극에서까지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이번엔 공포물을 선택한 것이다. 범죄물에서 공포물로 자연스럽게 넘어간 것을 보면 두 장르가 서로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범죄 스릴러가 귀신을 밀어냈지만, 스릴러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다보니 다시 귀신이 호출된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과 귀신이 무섭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PC방 말다툼으로 상대를 난자한 사건, 헤어진 여자친구의 전 가족을 살해한 사건 등이 있었는데 이런 범행이 ’손 더 게스트‘ 속 귀신 들린 자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 이 드라마에서 갑질하면서 상대를 짓밟는 유력자를 주인공들이 박일도 귀신에 들렸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원래 그 사람 성격이 그런 것이었다. 이렇게 나쁜 사람과 귀신은 비슷하다. 요즘 뉴스를 보면 세상엔 무서운 귀신과 같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드라마가 귀신 들린 자로 범죄자들을 설정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박일도에 완전빙의된 신부처럼 악귀 같은 존재가 평범한 사람으로 위장해 우리 곁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두려움이 스릴러와 공포물의 경계를 무너뜨려 '손 더 게스트(손 the guest)‘를 탄생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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