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 성폭력 의혹 사건에서 강용석 변호사 측과 언론이 이 사건을 전하는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나치게 선정적인 내용 중심으로 전하면서 사건을 가십처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3번째 여성의 주장내용 중엔 ‘이런 것까지 언론이 전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문제가 크고 성폭력 사건과 상관이 없는, 오로지 호기심만 자극하는 대목도 있었다.
폭로를 주도하는 강용석 변호사 측의 태도도 의아하다. 한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고 침묵까지 강요당하는 억울한 일을 겪었다는 걸 알게 됐고, 그 여성이 법적 대응을 할 의사가 있는 걸 확인했다면 바로 고소해서 하루라도 빨리 여성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 그런데도 강용석 변호사 측은 이걸 방송 소재로 활용해서 먼저 방송부터 한 다음 시차를 두고 고소했다.
고소할 땐 ‘죄명 강간죄’라고 큰 글씨로 명시한 봉투를 내보이며 카메라 앞에 나섰다. 이런 건 보통 사회적 사안에 대해 고소고발하는 시민단체 등에서 하는 언론 홍보 퍼포먼스라서 특이하게 느껴졌다. 변호사 업무를 하는 것인데 김세의 전 기자도 대동해 함께 카메라 앞에 나선 점도 특이했다. 김세의 전 기자는 강 변호사와 함께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다.
이러니 강용석 변호사 측에서 이 사건을 본인 유튜브 홍보에 활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선정적인 내용들을 조끔씩 쪼개 순차적으로 내보내면서 관심을 이어가는 것 같은 모양새도 있다.
여기에 기다렸다는 듯이 반응하는 언론의 보도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과도하게 선정적인 내용들을 받아쓰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 관련 키워드 같은 선정적인 이슈에 탐닉하는 우리 언론의 태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얼마 전 있었던 ‘보니하니’ 논란도 그렇다. 당시 30대 남성 개그맨이 10대 여학생에게 구강청결제를 거론하며 폭언한 것이 사실은 성희롱이라는 주장이 인터넷에서 제기되자 수많은 매체들이 앞뒤 안 가리고 그것을 받아썼다. ‘성희롱을 했다’고 인식되도록 확정적으로 타이틀을 달거나 근거 없는 상상으로 성희롱이 사실인 것처럼 몰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성희롱이라는 근거는 없었고, 성희롱이 아닐 가능성도 상당히 높았다. 언론은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다. ‘30대 남성이 10대 걸그룹 멤버에게 폭언했다’보다 ‘30대 남성이 10대 걸그룹 멤버를 성희롱했다’가 훨씬 선정적인 타이틀어서 주목 받기에 좋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폭언한 사람이 아닌 미성년자 성희롱범으로 모는 게 ‘화끈하게 까대기’에도 편리하다.
문제는 혹시 억울하게 성희롱범으로 지목당했을 수도 있는 사람의 고통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저 언론 자신의 이익이나 편리함만 생각했다.
윤지혜가 과거 촬영현장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다며 ‘불행포르노’라고 주장한 사건도 그렇다. 윤지혜가 주장한 내용과 불행포르노라는 말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매체들은 일제히 불행포르노를 내세웠다. 윤지혜가 실제로 당한 일이 불행포르노가 맞건 아니건, 불행포르노라고 내세워야 기사가 주목받기에 좋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보다 언론사의 이익이다.
이렇게 성희롱, 성폭행, 포르노 등 성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사실관계도 안 따지고, 당하는 사람의 고통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자극적인 마케팅 포인트 정도로만 소비하는 관행이 반복된다. 김건모 성폭력 의혹 사건에서 강용석 변호사가 이 사건을 유튜브 홍보에 이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을 언론이 비판해도 그것이 공감 받기 어려운 것은, 기성 매체 자신이 먼저 선정적인 사건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면 언론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살아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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