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중사회문화 칼럼

리버풀 전범기 농락 한국무시가 아니다

 

잉글랜드 명문 구단인 리버풀이 일제 전범기 문제로 잇따라 한국을 농락하고 있다. 지난 20, 클럽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동영상의 섬네일 바탕에 일제 전범기인 욱일기 문양을 그려 논란이 시작됐다. 

그 동영상은 클럽 월드컵 결승전 상대인 플라멩구와 1981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요타컵(클럽 월드컵의 전신)에서 대결했던 것을 돌아보는 내용이었다. 마침 그날 일본 선수인 미나미노 타구미의 리버풀 입단이 발표되기도 했다. 겸사겸사해서 일제 전범기를 일본을 상징하는 이미지 정도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범기는 단순한 국가의 상징이 아니라 반인륜적 전쟁범죄의 상징이기 때문에 당연히 논란이 터졌다. 비난이 이어지자 리버풀 측은 해당 섬네일 이미지를 삭제하고 공식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이게 또 논란이 됐다.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끼는, 불쾌했을 사람들에게라는 식으로 표현하며 자신들의 잘못을 적시하지 않았다. 마치 우리가 크게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당신들이 불쾌하다고들 하니 사과는 할게라고 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이런 사과는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안기면서 더 큰 분노를 유발한다. 

게다가 리버풀 전범기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7월 나비 케이타 영입 당시 케이타 팔의 욱일기 문신이 논란이 되자 사과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이번에 또 욱일기 이미지를 쓴 것을 보면 무개념도 이런 무개념이 없다. 

국제적으로 마케팅하는 세계적 클럽인데 일부러 한국인에게 미움 살 짓을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는, 글자 그대로 무개념인 것 같다.

 

리버풀이 올린 사과에서 또 논란이 된 것은, 그 사과문을 한국 IP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것 역시 진정성 있게 잘못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 그저 너희들이 떠드니 사과는 해줄게(우린 티셔츠 한 장이라도 더 팔아야 하니)’라는 느낌이어서 공분을 유발했다. 

그런데 사건이 또 터졌다. 그렇게 빈 깡통 같은 사과를 하며 이미지를 지운 후 불과 이틀 만에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또 등장했다. 플라멩구와의 결승전에서 승리해 우승을 차지한 후 리버풀 일본 계정에서 그런 이미지를 올렸다. 이 게시물에 리버풀의 공식 계정이 좋아요버튼을 눌러 다시 한번 무개념을 과시했다. 

불과 이틀 전에 홍역을 치렀으면 욱일기를 연상하게 하는 이미지에 조심하는 게 정상인데 그야말로 아무 생각이 없다. 이에 대해 리버풀이 한국을 무시한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하지만 단순히 한국만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이건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다. 일제가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어떤 범죄를 저질렀건, 아시아인이 어떤 피해를 당했건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백인이 당한 피해만 중요하다. 서양은 백인에게 해를 끼친 나찌는 두고두고 금기로 여기면서, 아시아인이 나찌 문양이라도 썼다가는 도끼눈을 뜨고 지탄한다. 그래서 방탄소년단이 과거에 나찌와 유사한 문양을 잠시 걸쳤다는 이유로 사과하는 일까지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시아인들이 피해를 당한 사건에 대해선 무관심이다. 아무리 아시아에서 문제제기가 나와도 시끄러울 때만 소나기는 피한다는 식으로 사과 하나 던져주고 곧 잊어버린다. 우리는 서양인들이 피해를 당한 사건과 관련된 상징물에 철저히 조심해야 하지만, 서양인들은 아시아인의 피해에 아무 생각이 없다. 리버풀도 그런 태도다.

 

아시아인을 백인처럼 생각했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시아인을 경시하기 때문에 아시아인이 당한 피해도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다. 이 부분을 서구사회에도 어필해야 한다. 서양인들은 일본제국주의의 범죄에 대해선 무관심하지만,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로 규정 되는 것엔 민감하다. 

, 한국무시 프레임으로 항의하면 이건 한국만의 이슈가 되지만, 아시아인이 당한 피해를 가볍게 여기는 인종차별 사안이 되면 아시아의 국제적 이슈로 커진다. 이래야 서양인들이 더욱 조심하고 아시아인의 연대도 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