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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백두산 최고의 상업영화, 신과함께보다 재밌다

 

영화 백두산이 흥행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개봉 당시 매체들이 혹평을 쏟아냈지만 의외로 관객들은 백두산을 선택했다. 혹평이 쏟아진 이유는 진부한 스토리와 설정에 도식적인 캐릭터, 거기에 개연성까지 떨어지고, 때로는 편집이 튄다는 점 등이었다. 일부 누리꾼은 헐리웃보다 특수효과가 떨어진다며 실망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영화의 재미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관객은 참신한 설정을 분석하며 채점하는 심사위원이 아니고, 개연성이나 편집도 어느 정도 수준만 되면 재미를 느끼는데 그렇게 큰 방해요인이 되지 않는다. 그런 항목들에 하나하나 점수를 매기면서 보는 영화제 심사위원이라면 백두산에 실망할 수 있겠지만, 일반 관객 입장에선 각 부문의 흠결 여부보다 전체적인 느낌이 중요하다. 

그렇게 봤을 때 상당한 수준으로 몰입을 이끌어내는 상업영화다. 일단 영화 초기 지진으로 인한 강남대로 붕괴 씬부터 관객을 충격에 빠뜨린다. 외국 영화에서 외국 도시가 무너지는 건 많이 봤지만 한국 영화에서 한국 도시가 무너지는 건 못 봤었기 때문에 시각적인 충격파가 상당하다. 그렇지 않아도 백두산 분화나 지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공포 심리를 건드려서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이런 장면의 그래픽이 헐리웃보다 못하다고 하는데, 보통 그럴 때 떠올리는 헐리웃 영화는 제작비가 천억 원 이상 들어가는 거대 블록버스터들이다. 최근 어벤져스시리즈는 편당 제작비가 5천억 원 가까이 투입되기도 했다. 제작기간도 길다. 반면에 백두산은 제작비가 불과’ 260억 원에 불과한 소품이기 때문에 헐리웃 대작과 비교하는 게 말이 안 된다. 후반작업 기간도 4개월에 불과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상당히 실감 나게 재난 상황을 그려냈다. ‘신과 함께에도 그래픽 특수효과가 많이 투입됐는데, 거기에선 가상의 공간을 그렸기 때문에 만화영화 같은 성격이 있었다. 반면에 백두산은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 공간을 리얼하게 그린 것이기 때문에 난이도가 더 높다. 가상의 공간이 어떻게 그려지던 우리가 이상하게 느끼지 않지만, 현실 공간은 조금만 미숙하게 그려도 우리 눈에 금방 이상한 점이 포착된다. 이런 난제를 돌파하고 작품은 성공적으로 현실의 재난 상황을 그려냈다.

 

작전요원들이 몰살당해 기술요원들이 작전을 수행한다는 설정도 효과적이었다. 전투에 서툰 요원들을 통해 코믹함과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병헌과 하정우의 만남도 효과적이었다. 전형적인 버디무비의 구성으로 티격태격하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골 설정이었지만, 아무리 설정이 사골이어도 잘 만들면 재미가 있는 법이다. 

이병헌과 하정우를 아버지, 남편 등으로 설정한 것은 전형적이면서 안전한 선택이었다. 신선하지 않다거나 요즘의 여성주의 트렌드에 역행했다고 할 수는 있지만, 260억 원을 쏟아 붓는 제작사가 안전한 코드를 선택한 것을 비난하긴 힘들다. 어쨌든 그 선택의 결과 인간적인 감동까지 생겨났다.

 

부정코드로 눈물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웃음, 스펙터클, 눈물이라는 대흥행 영화의 3대 코드가 완성됐다. 이런 상업적인 코드들을 잘 구현해도 중반에 한 번은 지루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백두산은 그렇게 처지는 시점이 없다는 게 놀랍다. 이 정도면 최고 수준의 오락성이다. ‘신과 함께에서 느꼈던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대한 아쉬움을 백두산이 날려준 느낌이다. 영화를 사회적으로 의미 있게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안 지루하게 만드는 것도 꽤나 힘든 일이다. ‘백두산제작진이 그 일을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