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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허재 음주운전 전력 충격인 이유

 

과거 농구 스타였던 허재는 요즘 예능 스타로 각광받고 있다. 한 식품 업체의 숙취해소제 모델로 발탁되기에 이르렀는데 제품 이름이 한잔허재’, ‘속편허재로 결정됐다고 한다. 업체 유튜브와 SNS엔 허재가 "소주 허재, 맥주 허재, 양주 허재, 한 잔 허재"라는 가사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업로드됐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문제가 됐는데 허재가 과거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1993년과 1995년 음주운전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하고, 1996년에는 만취 상태 운전으로 중앙선 너머 택시를 들이받은 뒤 뺑소니와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고, 2003년에도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고 알려졌다.

 

이렇게 여러 차례 음주운전 전력이 있으면 잘못을 뉘우치면서 살아야 한다. 하지만 허재는 방송에 출연하면서 술 얘기를 많이 했고 대표적인 애주가 캐릭터로 알려졌다. 이런 태도를 과연 반성하는 자세라고 할 수 있을까?

 

허재가 마치 술을 권하는 듯한 느낌으로 숙취해소제 모델로 나선 것도 그렇다. 술 관련해서 과거에 그렇게 심각한 잘못을 했으면, 지금 모델을 하더라도 술 관련 업종은 피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도 모델로 나선 것에 논란이 터진 것이다.

 

그동안 허재는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JTBC '뭉쳐야 찬다',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등의 예능에서 친근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왔다. SBS ‘정글의 법칙으로 2019SBS 연예대상 챌린저상도 받았다. 그 정도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던 것인데 음주운전 전력이 알려지면서 대중이 충격과 배신감을 토로한다. 그런 전력이 있을 거라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과거엔 크게 알려졌던 사안들이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 사람들 뇌리에서 잊혀졌고, 젊은 세대에겐 애초에 그런 기억 자체가 없기 때문에 허재가 대중에게 좋은 이미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비로소 과거 사건들을 상기하거나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은 방송사에 황당해하고 있다.

 

일반 대중이 과거 일을 잊었거나 잘 모르더라도, 허재를 캐스팅하는 프로그램 제작진은 과거 이력을 다 살펴봤을 것 아닌가? 그러면 캐스팅에 조심해야 하고, 설사 캐스팅했다고 하더라도 술 얘기는 절대로 피했어야 한다. 하지만 방송 제작진은 거꾸로 허재의 술 이야기를 중요한 재미 포인트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허재를 주당 모임 '술벤져스'의 멤버, 70병의 전설을 자랑하는 연예계 대표 주당이런 식의 캐릭터로 내세운 것이다. 그러니 결국 숙취해소제 업체가 허재를 모델로 섭외하기에 이르렀을 것이다.

 

요즘은 3진 아웃을 넘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과거보다 훨씬 강해졌다. 그런데도 방송이 음주운전 경력이 3번을 넘은 허재를 지금까지 예능캐릭터로 내세웠다는 것이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허재는 최근 KBS '12시 내 고향'의 진행을 새로 맡기도 했는데 프로그램 측은 허재를 "소문난 미식가이자 애주가인 허재 특유의 입담이 게스트를 무장해제 시킬 것"이라고 소개했다.

 

음주운전 문제에 너무 둔감한 것이다. 과거에, 도박 전력이 있는 연예인들이 예능에서 칩사마라는 식으로 도박을 희화화하는 토크를 한 것이 문제가 됐었다. 마찬가지로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사람이 술을 웃음 소재로 활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개그맨 김준현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방영된 tvN '인생술집'에서 MC를 맡은 것도 방송가의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사회적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방송가만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이젠 방송가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