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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개 식용 금지 논란, 누가 야만적인가

 

 

지난 27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말해 개 식용 논란이 벌어졌다.

 

2018년에 관련 청원이 있었는데 당시 청와대는 유보적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때 이례로 이 이슈에 대해 고민하다 이번에 신중하게 검토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개 식용 금지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많고, 개고기 산업 종사자도 많기 때문에 지금 당장 금지를 추진하기보단 사회적 논의를 위한 의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에 발표된 개고기 섭취에 대한 리얼미터 조사에선 개고기 섭취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21.5%, 개인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72.1%였다. 제도적 금지에 거부감을 느끼는 국민이 이렇게 많으니 당장 금지 추진이 힘을 받긴 어려울 것이다.

 

이 조사 결과는 상당히 의외였는데, 왜냐하면 최근 들어 개 식용에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금지를 반대하는 여론이 높은 걸 보면, 개고기를 먹지 않는 국민들 중에서도 특정 음식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부정적인 이들이 많아 보인다.

 

한편으론 최근에 국가적 자부심이 상당히 고취됐고, 이른바 국뽕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서양 시각에 맞춰서 우리 전통문화까지 금지시키는 것에 국가적 모멸감이나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자기들은 먹고 싶은 것 다 먹으면서 우리의 개고기 문화를 공격하는 서구인들의 태도에 공분을 느낀 이들도 있다. ‘프랑스에서 프와그라를 금지시킨다면 우리도 개 식용 금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식의 말들이 나오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그런데 기관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크게 다르다. 930일에 발표된 알앤써치 조사에선 개 식용 전면 금지 찬성 36.3%, 반대 27.5%로 나타났다. 리얼미터와 정반대로 여기선 찬성 여론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러니 어느 특정 여론조사만을 믿을 순 없는 상황인데, 다만 알앤써치 조사를 봐도 찬성여론이 더 크긴 하지만 반대여론을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다. ‘잘 모르겠다는 유보 의견도 36.1%에 달했다.

 

리얼미터 조사와 알앤써치 조사를 종합하면 개 식용 금지 찬반 여론 중에서 어느 쪽이 압도적인 다수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어느 쪽도 결정적인 우위를 차지하진 못한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찬반 여론이 모두 만만치 않은 수준이라는 것이고, 이런 상황이면 법제화를 밀어붙이는 데는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어떤 동물을 식품으로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그 사회 구성원들이 정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원시사회라면 정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었겠지만, 지금은 문명사회이기 때문에 사회문화적으로 먹을 것을 가려 먹는다. 그리고 그런 문화를 정하는 건 각 사회의 구성원들이다. 그래서 여론이 중요하다.

 

문제는 서구인들이 자기들의 문화적 기준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며 한국을 무시한다는 데 있다. 개를 식용으로 여기지 않는 건 자기들 관습일 뿐인데, 과거부터 개가 식용이었던 한국문화가 야만적이라며 공격한다. 이야말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차별하는 야만적인 태도다. 이런 관점에서만 본다면 서구인들 등쌀에 우리 음식문화를 금지시키는 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서 현실적으로 우리가 외국을 무시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개를 먹는다고 하면 많은 외국인들이 경기를 일으키면서 치를 떨고, 그 때문에 한국이 야만적인 나라로 낙인찍히고 있다. 거기다 한국의 잔혹하고 비위생적인 개고기 업계 관련 영상이 세계 곳곳에 퍼지면서 한국이미지를 더 나쁘게 만든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입장에서 해외의 시선을 무시할 수가 없는데, 개 식용 문화가 한국이 야만국가로 낙인찍히는 것을 감수할 정도로 소중한 것일까? 잔혹하고 비위생적인 개고기 업계 모습을 국가가 위생적으로 관리하기도 힘들다. 만약 그러면 한국은 국가가 나서서 개고기 산업을 관리하는 나라로 더 악명을 떨치게 될 것이다.

 

해외의 시각뿐만 아니라 우리 국내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요즘은 개를 보양식품이 아닌 반려 동물로 여기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아졌다. , 과거엔 축산업이 없었던 전통사회에서 개고기가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지만 지금은 먹을 게 넘쳐난다. 이런 조건에서 굳이 개고기를 식품으로 유지시켜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래서 개 식용 문화는 없애가는 게 바람직해보인다. 다만 현재 금지 법제화에 거부감을 피력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고, 개고기 산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국민이 있는 만큼 논의는 시간을 두고 진행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