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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도를 더해가는 중국의 문화통제

중국의 방송 감독기관인 광전총국이 지난 2일에 "정치적 소양과 도덕적 품행, 사회적 평가 등을 기준으로 방송과 인터넷 시청 플랫폼 출연자를 선정하라"고 통보했다. 독재체제인 중국에서 광전총국은 대중문화산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광전총국의 요구에 따라 사회적 물의를 빚은 연예인이 배제됐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자오웨이(조미)가 탈세 혐의로 배제됐고, 야스쿠니 신사에서 사진을 찍은 배우 장저한도 퇴출됐다. 성범죄 혐의를 받은 엑소 출신 크리스도 퇴출이다.

 

그런데 황당한 건 이런 흐름 속에서 트와이스 멤버 쯔위의 팬클럽도 이름을 바꾸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점이다. 쯔위는 탈세, 성범죄, 마약 등 그 어떤 범죄와도 연관이 없다. 하지만 당국의 견제가 가해지는 모양새다.

현재 쯔위에게 아무런 문제도 없기 때문에 과거 논란이 이번 조치의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에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쯔위가 대만 국기를 든 것이 논란으로 비화했었다. 쯔위가 직접 대만 국기를 골라서 든 게 아니라 방송 제작진이 소품으로 배치했을 뿐인데, 대만 출신 친중 연예인인 황안이 나서서 쯔위가 대만 분리 활동을 했다며 중국 누리꾼들을 선동했다. 그러자 애국주의에 불타던 중국 누리꾼들이 앞뒤 안 가리고 쯔위를 공격해 큰 논란이 된 사건이다. 결국 쯔위가 하나의 중국지지 선언을 하고 황안이 과도한 선동을 했다는 지적이 중국내에서도 나와 마무리가 됐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광전총국이 엄청난 뒤끝을 보여준 것이다.

 

이것은 단지 쯔위 한 명에 대한 뒤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대중문화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입장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인 측면도 있다. 아이돌 오디션 출연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팬들이 이벤트 상품인 우유 27만 개를 쏟아버려 중국내에서 큰 문제가 됐었다. 중국의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이 아이돌 팬덤의 비이성적 행동에 대해 경고했고 해당 프로그램은 폐지됐다. 뿐만 아니라 아이돌 팬들의 인터넷 게시물 15만 건 이상이 삭제되고 관련 계정 4000여 개가 폐쇄됐다. 연예인 인기 순위 발표, 미성년자 연예인 응원에 돈 쓰는 일, 예능 프로그램 유료 투표 등도 금지됐다.

 

아이돌이나 스타 연예인 관련 뉴스들이 위화감을 일으키고 그것이 결국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지금 시진핑 권력과 공산당 독재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양극화 줄이기에 나섰다. 이럴 때 연예계에서 흥청망청하는 뉴스가 나오면 민심이 흐트러지기 때문에 칼을 빼든 것이다. 부유한 스타들에게 철퇴를 가하면서 평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던 서민들의 마음을 사려는 측면도 있다.

 

또다른 이유는 사상통제 때문이다. 일사불란하게 전 국민을 애국주의로 물들여 공산당과 시진핑에 대한 충성을 확고히 해야 하는데 서구식 대중문화 팬덤이 고조되면 사상적으로 흐트러질 수 있다. 청소년이 스타에 광적으로 몰입하면 사상주입이 힘들어진다. 이런 이유들로 대중문화 통제가 강화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한국 문화에 대한 견제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중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열광하는 서구식 문화콘텐츠가 한국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런 한국 문화콘텐츠를 통해 대만이나 홍콩 출신 스타가 중국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것도 중국 당국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것이다. 지난 번 쯔위의 대만 국기 사태 당시 대만에선 쯔위를 영웅시했는데, 이런 식으로 대만 출신 연예인이 어떤 상징적 존재가 되는 것도 중국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것이다.

 

한한령 발동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가 고조됐었다. 3월 중국 전인대에서 서비스업 개방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중국 발전 고위층 포럼에서도 닝지저(寧吉喆)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차관급)이 서비스업 개방 심화를 이야기했다. 한정(韓正) 부총리도 개방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이야기했다. 그러자 한한령 완화에 대한 기대가 나오면서 당시 중국 관련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주가가 상승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대중문화통제가 강화되면서 한한령 문제는 다시 미궁 속에 빠진 느낌이다.

 

중국은 지금 독재 체제를 강화하면서 심지어 시진핑 우상화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세습왕조인 북한과 달리 중국은 당중심 체제였는데 시진핑대에 이르러 1인 독재 왕국과 같은 성격이 강해진다. 이런 독재 강화의 과정에서 애국주의 사상무장 열풍을 이용한다. 과거 마오쩌둥 때엔 사회주의 사상 홍위병이 권력강화의 밑바탕 역할을 했었는데 지금은 애국주의 광풍 누리꾼들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누리꾼들을 그런 광풍에 몰입시키려면 잡스런(?) 요소들을 배제해야 한다.

 

그래서 대중예술은 일차적인 통제 대상이 될 것이고, 외부의 불순(그들 입장에서 볼 때)한 콘텐츠 유입을 막거나 한류스타가 된 중국계 스타들을 애국주의 선동에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강화될 것이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중국은 가장 중요한 시장 중의 하나가 된지 오래인데, 중국과의 관계는 점점 더 어려운 문제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