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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이경실 정선희의 <여자의자격>, 왜 욕부터 먹을까

 

<남자의 자격> 여성판이 케이블에서 만들어진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경실, 정선희, 김신영 등이 나온다는 <여자의 자격>이다. 가수 아이비도 현재 출연 조율중이라고 한다. <남자의 자격>에서 김국진이 이경규를 잡았듯이, 이경실 잡는 정선희의 모습이 나올 거라는 얘기도 있었다.


네티즌의 반응이 열화와 같다. 악플과 우려 일색이다. 어떤 프로그램이 시작도 되기 전부터 이렇게 강도 높은 비난을 받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과거에 드라마 <트리플>이 시작도 되기 전부터 욕을 먹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김연아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이번엔 무엇이 문제였을까?


<남자의 자격>에 대비된 것 자체부터가 문제였다. <남자의 자격>은 현재 절대 호감을 누리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남자의 자격>이 인간미, 공감, 진실성 등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에게 따뜻함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여성판 <남자의 자격>이라고 했을 때는 캐스팅에서 그에 걸맞는 인간미가 느껴졌어야 했다. 그런데 나오는 이름들의 대중적 이미지는 그런 것과 거리가 좀 있었다. 재미와 화제성 위주의 이름들이었던 것이다.


이경실은 당대 최고의 개그우먼이다. 정선희도 입담으론 최고 수준이다. 아이비는 화제성면에서 최고인 스타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이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진실된 인간미를 느끼게 하지는 못한다.


그녀들의 실제 성격과 상관없이 현실적으로 형성돼있는 이미지가 그렇다는 것이다. 김국진이 이경규를 잡은 것처럼, 정선희가 이경실을 잡는다는 얘기도 대중적 이미지 차원에서 봤을 때 그리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비유다.


<남자의 자격>이 풍기는 이미지와 상당히 동떨어진 이름들이 나온 것 때문에 <여자의 자격>은 시작도 되기 전부터 욕을 먹었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시작된 후에도 상당기간 악전고투를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호감을 안고 시작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자의 자격>이 성공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남자의 자격>의 시청률을 보지 말고, 그 정신을 봐야 한다.


<남자의 자격>은 길게 갔다. 당장의 화제성이나 웃음에 연연하지 않았다. 출연진도 ‘핫’한 화제성이나 웃음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시청자에게 자극적인 재미를 주려고 안달하지 않았다. 독설의 윤형빈마저 평범한 동생처럼 굴었다. 대신에 마음을 전달했다.


시청자들이 그 ‘남자’들의 마음에 공감하게 됐을 때 이 프로그램은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이윤석 도배 사건을 들 수 있다. 이윤석이 열심히 도배 연습을 하다가 도배 시험에 실수로 떨어졌다는 평범한 이야기였을 뿐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감동했고 열광했다.


이윤석이 웃기려고 튀는 게 아니라 진심을 보여주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남자의 자격>의 출연진들은 진심으로 자신들의 인생을 열어보이고 시청자는 그 진심에 접속하며 인간미를 느낀다.


반면에 처음부터 화제성을 몰고 다니며 자극적인 재미를 주는 데에 치중했던 <패밀리가 떴다2>는 결국 시청자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화려하고 젊은 스타들을 조용한 아저씨들이 이긴 것인데,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인간미, 진실성, 공감이었던 것이다.


<여자의 자격>이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시청자들의 얼을 빼놓는 화려하고 강한 토크와 스타성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지금 시작도 하기 전에 욕부터 먹은 구도에서 그리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당장의 성과가 낮더라도 길게 가야 한다. 재미보다 진실성으로 공감을 먼저 얻어내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깊은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이 <남자의 자격>이 간 길이었다.


이것은 이경실, 정선희, 아이비에게도 기회일 수 있다. 이들의 현재 이미지는 어쨌든 인간미와는 거리가 좀 있다. 만약 이들이 <여자의 자격>에서 <남자의 자격>과 같은 느낌을 주는데 성공한다면 이들 개개인의 이미지도 역전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시청자도 이들에게 좀 더 여유로운 시선을 줄 필요가 있다. <여자의 자격>에 악플을 던지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들의 과거 사생활, 특히 검증조차 되지 않은 사생활 루머들로 인한 비호감을 표명하고 있다. 가혹하다. 언제까지 이들을 과거 사생활의 감옥에 가둬야 한단 말인가? 시청자들이 조금만 마음을 열어주고, 출연진이 진실성과 인간미로 응답할 때 <여자의 자격>은 진짜 ‘여성판 <남자의 자격>’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