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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대물 권상우 하늘이 내린 행운

권상우는 <대물>에서 하늘이 내린 배역을 맡았다. 그가 맡은 검사역은 이중으로 행운이다.

권상우의 입에서 서민의 울분을 대변하는 대사들이 터져 나오는 것이 첫 번째 행운이다. 일종의 서민 판타지인 <대물>에서 권상우는 서민의 영웅으로 나오고 있다.

원칙과 상식이 사라진 나라에서 원칙을 관철시키는 영웅. 그가 막강한 권력자를 조사하며 “지가 거물이래봤자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한데”라고 포효할 때 막힌 속이 뻥뻥 뚫린다.

권력자를 비호하는 전 대검중수부장을 만나서도 굽히지 않고, 권력자를 대할 때도 일반인을 대할 때와 조금도 다름없이 대한다. 권력과 금력이 만나는 클럽에 가서는 “여기가 뭔데? 술집 같은데?”라며 조롱한다. 80년대 <인간시장>의 장총찬과 같은 통쾌한 캐릭터다. 이런 배역을 만난 건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행운은 그가 맡은 배역이 서민 영웅이며 동시에 흑기사 캐릭터라는 데 있다. 그는 아이 딸린 과부인 고현정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돕는다. 이런 식의 흑기사 캐릭터는 언제나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다.

전설적인 흑기사였던 <모래시계>의 이정재가 그랬고, 최근 <성균관 스캔들>의 ‘걸오앓이’, 그리고 얼마 전에 있었던 <검사 프린세스>의 ‘서변앓이’ 신드롬도 그랬다.

요즘은 비가 모든 악플을 회오리처럼 빨아들이고 있지만 얼마 전까진 권상우가 대표적인 비호감 스타로 악플계의 ‘왕자’였다. 그랬던 그가 이런 좋은 이미지의 배역을 맡은 건 정말 하늘이 내린 행운이다.

실제로 권상우 때문에 드라마를 안 보겠다던 분위기에서 드라마가 방영되고 난 후엔, 막상 보니 권상우도 괜찮은 것 같다며 격렬한 비호감이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연기력까지 재평가되고 있다. 그가 워낙 통쾌하게 뻥뻥 터뜨려주니까 모든 것이 좋아 보이는 것이다.

권상우는 그동안 인간미를 느끼게 하지 못했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인간미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도 행운이다. <대물>은 권상우에게 정말 대박이 되고 있다.


- 비호감 지옥에서 벗어나나 -

사실 절대로 좋은 구도는 아니다. 권상우는 지금 자숙해야 할 사람이다. 얼마 전 있었던 뺑소니 사건 때문이다. 그런 사건을 저질러 놓고도 버젓이 드라마의 주연으로 활동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욕을 먹어 마땅하다. 만약 권상우가 아닌 다른 배우가 이런 식으로 활동한다면 절대로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권상우라서 지금의 행운이 반갑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갖은 욕을 ‘땡겨서’ 먹었기 때문이다.

권상우는 별다른 이유 없이 비호감으로 찍혀서 그동안 사사건건 욕을 먹었다. 비가 어느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만 하면 악플이 쏟아지는 것과 같은 상황을 권상우는 오랫동안 겪어야 했다.

예능이면 예능, 드라마면 드라마, 언제나 그랬다. 심지어는 일반적인 인터뷰를 한 것에서도 한 매체가 악의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부분만 빼서 기사화하는 바람에 네티즌에게 역적 취급을 받은 적도 있다.

<대물> 이전 작품인 <신데렐라맨>에서도 그랬다. 그 작품에서 권상우는 온갖 비난을 들어야 했다. 연기력에서도 철저히 난타당하며 드라마 실패의 원흉으로 찍혔었다. 하지만 <신데렐라맨>에서 권상우가 보여준 연기는 절대로 어색한 수준이 아니었다.

단지 1인2역에서 그가 초반에 보여준 캐릭터가 딱딱한 성격이었는데 사람들은 그것만 가지고 그의 연기가 어색하다고 비난했다. 신체구조상 발음이 조금 불완전한 것을 가지고도 사람들은 그를 조롱했다.

발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캐릭터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잘 구현하는가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권상우를 제대로 보려 하지 않았고, 발음과 기존의 비호감으로만 무조건 그를 배척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미 그렇게 당할 만큼 당했기 때문에, 이번에 그가 모처럼 맞은 행운이 반가운 것이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그를 향한 증오가 사라지길 바란다. 단, 이번 일이 뺑소니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도덕적 기준이 와해되는 계기가 되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