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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위대한탄생, 왜 데이비드오한테만 꽃가루 뿌려주나


이번 <위대한 탄생>에선 정희주가 떨어졌다. 여태까지의 합산 말고, 이번 무대만 떼어놓고 보면 정희주가 떨어질 수준은 아니었다. 정희주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무대가 더 힘이 없었다.

<슈퍼스타K> 시절부터 계속 지적해왔던 시청자 참여의 인기투표화가 결국 정희주를 떨어뜨린 원인이었다. 시청자들은 감정이 이입되는 사람, 혹은 캐릭터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아니면 멋진 대상에게 투표하거나. 그 어느 쪽도 냉정한 실력평가는 아니다. 이런 식의 투표가 당락을 가르게 되면 공정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또, 쇼프로그램 투표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주로 여성들인데 여성은 같은 여성에게 표를 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야말로 여성의 적은 여성인 것이다. 이런 구조에선 여성 도전자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시청자 투표의 과도한 비중을 축소하고 전문가 심사위원단을 만드는 것이 인기투표의 자의성을 줄일 방법일 것이다. 이건 이미 <슈퍼스타K> 때에도 했던 지적이었는데, MBC가 시청자 투표 방식을 그대로 도입한 건 오디션의 객관성보다 시청자 몰입을 통한 시청률 상승에 더 신경을 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보기 좋은 풍경은 아니다.

시청자만 자의적인 게 아니라 멘토들도 문제다. 자신이 맡은 사람들을 무조건 최고라고 치켜세워주는 지금의 상황은, 시청자 입장에선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하나마나한 덕담들만 이어지는 느낌이다. 김태원도 그렇고 방시혁도 그렇다. 특히, 데이비드오한테 '지옥에서 온 펑크 락커', 이런 표현을 할 때는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공감이 안 되는 것이다.


- 왜 데이비드오에게만 꽃가루를? -

프로그램 자체도 이상하다. 이번 <위대한 탄생>의 데이비드오 무대에선 꽃가루를 연상케 하는 종이들이 화려하게 뿌려졌다. 무대의 느낌만으로 보면 쇼의 대미를 장식하는 어느 대형가수의 피날레 무대 같았다.

시청자가 보기에 편파적 구성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해주려면 다 똑같이 해주고 안 해주려면 다 똑같이 안 해야지 왜 누구한테만 멋있는 특수효과 서비스를 해준단 말인가?

위에 말한 것처럼 <위대한 탄생>에선 시청자 인기투표가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시청자들은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라 '무대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무대의 화려함이 시청자의 느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 점을 노리고 마치 프로그램이 데이비드오를 도와준 것 같은 구도가 돼버렸다.

안 그래도 시청자들은 데이비드오나 권리세 같은 '보기 좋은' 도전자들이 초기부터 과도한 특별대우를 받았다고 여기고 있었다. 여기에 프로그램마저 '보기 좋은' 도전자에게 더 보기 좋은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처럼 비치면 시청자 입장에선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특혜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특혜를 못 받는 도전자들에 대한 동정표를 만들어낼 것이다.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자의적 인기투표를 자초하는 셈이다. 제작진은 도전자들에게 똑같은 조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고심해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의 분노투표를 방지할 수 있다.

그건 그렇고, 이번 <위대한 탄생>에서 새삼 느낀 건 조용필의 위력이었다. 지금까지 <위대한 탄생> 본선 무대 중에서 가장 좋은 노래들과 무대, 그리고 사운드를 경험한 것 같다. 역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은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