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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눈물삭제 신입사원 시즌2, 대박

암울한 '다크 신입사원'이 끝나고 새로운 <신입사원>이 전개되고 있다. 진짜로 프로그램이 새로 시작됐다는 것이 아니라 말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비탄, 절망, 잔혹, 우울한 기운이 가득하다는 지적이 있은 후 <신입사원>은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심사위원들이 돌아가면서 질문하고 참가자들은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대폭 삭제했고, 비탄의 눈물도 줄였으며, 심사위원들이 질문할 때도 그전처럼 공격적으로 하지 않는다.

대신에 게임 같은 설정을 넣기도 하고, 참가자들이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변화하기 시작한 후에도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등수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처음엔 흥미가 반감됐었다. 프로그램을 보고 나면 '몇 등했을 것 같은가? 누구는 몇 등이다' 이 말밖에 생각이 안 났다.

하지만 경합이 점점 진행되며 그 이상한 등수집착도 사라지고 이젠 순수하게 참가자들이 최선을 다 하는 모습만이 보이고 있다.

이것이 꽤 재밌다. 말하는 능력,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으로 일종의 진검승부를 벌이는 것인데 이 싸움이 노래실력싸움 못지않은 재미를 주는 것이다.


재미를 더욱 크게 하는 것은 여기에 머리싸움의 성격도 있기 때문이다. 5월 15일에 방영된 <신입사원>에선 하나의 주제로 토론을 벌이는 내용과 역시 하나의 소재로 인터뷰 프로그램을 만들어 경합을 벌이는 내용이 방영됐다.

같은 소재를 활용해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 나오는 것은 사람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다양하며 무궁무진한가를 새삼 느끼도록 했다. 이런 구도는 보는 이의 창의성을 자극한다.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프로그램을 구성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참가자들의 작품과 자신의 아이디어를 대조해볼 경우 더욱 그렇다.

<나는 가수다>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모습은 정서적인 감동을 준다. 반면에 <신입사원>에서 아이디어 경합을 벌이는 모습은 지성적인 쾌감을 준다고 할 수 있겠다.

<신입사원>에선 주로 언어능력이 전면에 나서게 되는데, 원래 언어와 지성(이성)은 대단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음율은 이와는 종류가 다른 것이어서, 좌뇌우뇌식으로 따지자면 <나는 가수다>는 우뇌식 재미를 주고 <신입사원>은 좌뇌식 재미를 준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것이 꽤나 자극이 된다.

비탄, 우울이 빠진 자리를 웃음이 채운 것도 좋다. 이번 회에선 제작진이 작심했는지 탈락자의 눈물을 아예 보여주지 않았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탈락자의 눈물바다를 의례히 부각시키는 관행과는 거리를 둔 것이다. 대신에 웃겼다.

처음의 많은 도전자들이 사라진 후 지금까지 남은 이들은 대단히 출중한 사람들이어서, 그들이 무대 위에서 마음껏 기량을 펼치는 모습을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감탄하며 보게 된다. 와중에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출연자의 캐릭터까지 생겼다.


<신입사원>은 근본적으로 일반 서민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스토리가 나오기 힘든 구도이고(잘난 사람만 나오니까), '니네 회사 직원 뽑는 걸 왜 우리가 봐줘야 하나'라는 반감도 있을 수밖에 없고, 또 프로그램 초반의 우울한 분위기 때문에 시청자의 관심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서 지금의 변화에도 별로 큰 반응은 없다.

그런 문제들을 다 지우고 참가자들의 능력과 아이디어만을 본다면, 그리고 그것을 볼 때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고 생각하면서 본다면 상당히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건 그렇고, 이 똑똑한 사람들 중에 단 한 명만 뽑는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암울하다. 정규직 되기가 너무 힘든 것 아닌가? <일밤> 측은 룰을 바꿔서 더 많이 뽑아주기 바란다. 아니면 한 명만 뽑되 다른 사람들에게 인턴 정도의 기회를 주는 걸로 하든지. 그런 식으로 룰을 바꾸는 건 <나가수> 때처럼 시청자들이 화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