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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무한도전 연제협 패싸움인가

 

최근 대부분의 논란이 그렇듯이 이번 음원 논란도 가장 저급한 수준으로 흘러가고 있다. 무한도전과 연제협의 이해다툼 구도가 된 것이다. 대부분의 필자들은 무한도전을 두둔하며 연제협을 공격하고 있다.

 

지금처럼 ‘누가 더 잘났냐‘, ’그러는 너는 잘했냐?‘, ’니들도 개판이잖아‘ 이런 식으로는 아무런 건설적인 결과도 얻어낼 수 없다. 자극적인 패싸움만 있을 뿐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무한도전이나 연제협이 아니라, ‘방송사가 예능을 앞세워 음원시장을 흔드는 것이 바람직한가’이다. 네티즌은 무한도전을 욕하지 말라며 감정적으로 대응하는데, 무한도전은 이 논점과 아무 상관이 없다. 다만 무한도전을 계기로 논란이 촉발됐을 뿐이다. (무한도전 음원에 대해선, 무한도전 하나가 가끔 하는 이벤트 음원 정도는 괜찮다고 과거에 이미 입장을 밝힌 바 있음. 방송사가 상시적으로 음원을 출시하는 게 문제임.)

 

무한도전이 어떻게 했건, 연제협이 그동안 어떤 행태를 보여왔건 그런 것과 상관없이, 방송사가 음원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방송사는 대중문화컨텐츠의 유통사라고 할 수 있다.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접점을 만들어주는 역할이다. 방송사는 그 역할에 충실해, 각 제작사나 뮤지션들을 국민들에게 잘 선보이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

 

사람들이 자꾸 무한도전 및 예능과 대형기획사 간의 이해다툼으로 이 사안을 파악하는데, 대형기획사 입장에선 사실 아쉬울 것 없다. 시장상황이 변하면 그들이 새 상황에 맞추면 그만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 이상으로 방송국과 유착 예능에 올인하며,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음악을 만들면 새로운 시장상황에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럴 경우 현재도 이미 추락한 상태인 우리 음악이 더욱 추락할 것이라는 데 있다. 예능을 중심으로 음악시장이 굴러가고, 비주얼 매체인 방송사가 산업을 좌지우지할 경우 음악성은 깊어질 수가 없다.

 

'아이돌이 방송드라마 출연하는 건 잘 하는 거냐‘라는 반론도 나오는데, 이건 반론이 아니라 보론이다. 방송사의 음원시장 개입도 문제고, 아이돌의 드라마 장악도 문제다. 한 마디로 문제는 ’예능과 아이돌로 모든 것이 수렴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네티즌은 대형기획사 아이돌 독점을 깨기 위해서라도 예능음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건 방송사 예능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음악계가 아이돌 음악 이상으로 더 저열해지는 데에 한몫할 뿐이다.

 

기존 독점을 깨는 외부로부터의 충격이 모두 옳은 건 아니다. 외환위기 직후에 기득권독점을 깬다며 외국자본에게 한국기업을 팔아넘겼지만, 상층부 구성이 조금 달라지는 효과만 있었을 뿐이지 서민에게 별 이익은 없었다. 지금 대형기획사 독점을 깨는 방송사 예능이라는 구도도 그와 같을 것이다. 외국자본과 국내자본이 상층부를 나눠먹었듯이, 방송사와 대형기획사들이 손잡으면 그만이다. 그러니 지금 자극적으로 제시되는 무한도전-연제협 대립구도에 정신 팔릴 이유가 없다.

 

근본적으로 방송사는 음원장사보단 방송에 집중하고, 음악시장 문제는 음악시장에서 푸는 게 좋다. 일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문제는 공급측(대형기획사 아이돌)의 잘못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데 반해, 수요측의 잘못은 아무도 인정 안 한다는 데에 있다. 대부분의 필자들이 수요측의 문제는 지적하지 않으면서 대중영합적인 글만 쓰는 분위기다. 사실 소비자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 음악계는 영원히 정상화되지 않을 것이다. ‘대중의 선택은 절대적으로 옳다’는 논리부터 사라져야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