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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비는 어떻게 비호감이 되었나

 

HOT의 문희준은 ‘백만 안티’를 몰고 다니던 '악플 진공청소기‘였다. 특히 젊은 남자들이 문희준의 극렬한 안티세력이었다. 그러다 기적이 일어났다. 어느 순간 악플이 사라진 것이다. 바로 군대 때문이다. 문희준이 군대에 가자 들끓던 악플이 일거에 사라졌다. 현빈의 경우엔 군대에 가면서 남자들에게도 절대 호감의 이미지가 생겨났다.

 

이쯤 되면 군대는 가히 한국 남자 연예인에게 마법의 지팡이다. 네티즌은 ‘까방권’이라는 말을 쓴다. 왕조 시절 공신에게 면책 특권을 줬던 것처럼, 군대에 가서 ‘뺑이’ 친 연예인에게 ‘까임방지(악플방지)권’을 수여한다는 얘기다.

 

그랬던 군대다. 그런데 한류스타 비는 군대에 현역으로 가고도 ‘까방권’을 누리지 못하고, 연초부터 맹비난을 받는 처지다. 바로 김태희와의 열애설에 이어 터진 특혜 휴가 의혹 때문이다. 휴가를 너무 많이 나와서 김태희를 자주 만났다는 얘기다.

 

한국인은 군대에 가는 걸 ‘뺑이’ 친다고 하는데, 여기엔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반면에 돈 있고 힘 있는 사람의 자식은 ‘신의 아들’이므로 ‘뺑이’ 치지 않으며, 그들이 장차 국회의원, 장차관이 되어 군림한다는 의심에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이런 상황인데 군대 가서 ‘뺑이’ 치는 줄 알았던 비가, 마치 신의 아들처럼 특별한 휴가를 받아 신의 미모인 김태희와 밀애를 즐겼다고 하자 ‘까방권’이 속절없이 취소돼버린 것이다.

 

원래 연예인은 병역기피의 상징적 존재였다. 과격하게 춤 추고 액션 드라마를 찍으며,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선 멀쩡하게 말하던 사람들이 군대 갈 때만 되면 갑자기 심신미약자라며 면제 내지는 방위, 공익 등으로 빠지기 때문이다. 몸이 안 좋다며 공익근무를 한 연예인이 제대 후엔 예능프로그램에서 천하장사 만능 스포츠맨 캐릭터로 활동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을 겪으며 연예인 병역은 네티즌에게 가장 질타 받는 영역이 됐는데, 비의 휴가 밀애도 이 질타의 대열에 끼게 됐다.

 

 

 

 

◆비는 어떻게 비호감이 되었나

 

일이 터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악플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진 것은 원래 비가 네티즌에게, 특히 남자 네티즌에게 비호감이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비가 세계를 휩쓸고 다니는 월드스타로 홍보될 때부터 네티즌은 반발심을 가졌었다. 너무 과하게 포장됐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한동안 예능 프로그램을 순례하면서 ‘칙사’ 대접을 받은 것도 그런 반발심을 부추겼다. 어딜 가나 비는 월드스타로서 특별한 지위를 누렸는데, 네티즌은 누가 이런 호사를 누리는 모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토크쇼에서 비가 보인 당당한 태도도 문제가 됐다. 미국이었다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겠지만, 여긴 ‘겸손과 겸양의 나라’ 한국이기 때문이다. 비의 주식투자와 관련한 잡음이 있었던 것도 문제가 됐다.

 

여기에 웨이브가 결정타를 날렸다. 비는 윗옷을 벋고 복근 웨이브를 선보이며 노래를 불렀는데, 남자에게 남자의 웨이브는 악몽이었다. 또, 그런 남자 연예인에게 쏟아지는 여자들의 함성소리는 절망이었다. 앙심이 잉태되었는데, 군대에 가서까지 여유있게 휴가를 누리며 국민 스타 김태희를 차지했다고 하자 앙심이 핵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정의로 포장된 증오

 

문제는 이번 사건이 터진 후에 비에게 비난이 집중되었다는 점이다. 연예병사 특별 휴가는 국방부의 관리 문제지, 일개 병사인 비의 문제가 아니다. 과도한 휴가가 문제라면 연예병사의 관리 관행에 문제제기를 해야 했다.

 

또, 만약 위문공연이나 공적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쳐서 홍보부대 지휘관이 포상 휴가를 신청한다든가, 위문공연을 본 부대의 지휘관이 포상을 신청했을 때, 병사가 거절해야만 할까? 일반인인 댄서들과 공연연습을 해야 하는 특수성도 있고, 그 외 문화관계 일을 하다 보면 일반적인 조직의 표준 관리 체계에서 벗어나는 일들이 대단히 많다. 문화계통은 일반 조직보다 느슨하거나 특이한 게 당연하다. 사회에서도 문화회사와 일반 산업체의 규율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엄청나다.

 

하지만 네티즌은 일이 터지자마자 사실 확인을 기다리지도 않고 비를 공격하며 극단적인 언사를 퍼부었다. 물론 비도 완전히 잘했다는 것은 아니고, 연예병사의 많은 휴가가 일반인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사안이라는 점도 맞다. 그렇다 하더라도, 비 개인에 대한 공격이 지나치게 컸고, 성급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헐리우드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 군에 복무하며 위문공연을 다니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만이 아니다. 계속 반복되는 문제다. ‘나는가수다’에선 김건모가 반칙의 상징이 되어 저주에 찬 공격을 받았다. 그후엔 옥주현이 또 특혜의 상징이 되어 저주를 받았다. 타블로나 MC몽도 기만의 상징이 되어 만신창이가 됐다. 최근엔 티아라가 사실관계가 불분명한데도 왕따의 상징이 되어 집단공격을 받았고, 이젠 비가 특혜의 상징이 되었다. 정의를 명분으로 집단공격을 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정의일까, 아니면 정의를 핑계로 마음껏 미운 사람을 구타할 때 느껴지는 가학적 쾌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