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중사회문화 칼럼

에일리 사진 삭제, 네티즌 분노의 의미

 

에일리의 광고 사진이 한 통닭 업체의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 업체 측에서는 이번에 발생한 누드사진 유출 파문 때문에 일단 사진을 내리고 추이를 관망하는 중이라고 한다. 파문으로 인해 에일리의 이미지가 안 좋아지고 그로 인해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하락할까 염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에일리가 광고모델에서 밀려난 모양새다. 여기에 대해 네티즌은 이례적으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불매운동을 펼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성적인 느낌을 주는 사건의 당사자가 되면, 설사 그녀가 피해자라 하더라도 무조건 불이익을 당하는 경향이 있었다. 성폭력, 성희롱 사건이 대표적이다. 어떤 여성이 성범죄의 희생자가 되면 주위에서 은근히 ‘여자의 문란함이 원인이다’라고 여기거나, ‘몸이 더렵혀졌다’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사회지도층에서도 성범죄의 원인이 여성의 옷차림이나 행실이라며, 만연한 성범죄에 대해 여성을 탓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사회가 완전한 근대사회로 개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봉건적인 구습이 많이 남아있는 사회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중동권에서는 아직도, 성범죄를 당한 여성을 죄인 취급한다. 한국은 중동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여성에게 순결, 정조를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경향이 남아있다.

 

 

과거 미스코리아 출신 한 여배우의 동영상이 유출됐을 때, 그 여배우가 잘못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누구나 그러하듯이 한 남자와 사랑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찍은 영상이 유출되는 사고를 당했고, 따라서 그녀는 피해자였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그 여배우에게 돌을 던졌다. 마치 무슨 범죄를 저지른 사람처럼 말이다. 그녀가 다시 연예계로 돌아오는 데에는, 음주운전 같은 범법행위를 저지른 사람들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동영상이 유출됐던 한 여가수의 경우도 그렇다. 이 경우에도 여성은 명명백백한 피해자였다. 그런데도 한국사회는 그녀에게 냉정했고, 그녀도 오랫동안 정상적인 활동을 펼치지 못했다.

 

우리 사회는 그녀들의 ‘추잡함’을 공격하면서, 그녀들의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을 낄낄거리며 감상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녀들은 누구나 하는 정상적인 연애행위를 했을 뿐이고, 정말 추잡한 건 그런 영상을 즐기며 그녀들에게 돌을 던지는 우리 자신이었다.

 

이런 경험으로부터의 학습을 통해, 이젠 우리 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연예인의 사생활이나 여성 피해자의 인권에 대한 자각이 생겨났다. 이번 유출 사건이 터진 초기에 에일리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 건 그 때문이었다.

 

이런 차에 그 업체에서 그녀의 광고사진을 없앤 건 시대착오적인 구태였다. 여성이 성적인 느낌을 주는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는 구습 말이다. 옛날도 아니고 요즘 같은 시기에 받아들여지기 힘든 일이다. 바로 이 때문에 네티즌이 반발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여성의 사적인 이미지 유출을 하나의 오락거리로 소비하면서 당사자의 고통을 나몰라라하는 구태가 남아있긴 하다. 여성에게 무조건 순결할 것만을 요구하는 구습도 일정 부분 남아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피해자인 여성이 사실상의 활동정지를 당하는 일은 쉽게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