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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별그대 열풍과 한류 지각변동

 

 

<별에서 온 그대>가 종영 후에도 국제적으로 화제를 모으며 한류 지각변동의 상징이 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아직까지 이 작품이 중국에서 정식으로 방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열풍이 나타난 이유는 바로 인터넷에 있다. 인터넷은 케이팝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싸이가 지구촌 스타가 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중국 한류 광풍에도 기폭제 역할을 한 셈이다. 한국이 대중문화의 차원에선 인터넷 시대의 최대 수혜국이 되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는 앞으로도 방영 허가를 못 받을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이 드라마에는 중국 당국이 금지하는 외계인 등 미신적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과거 정우성, 김태희의 영화 <중천>이 영혼을 소재로 했다가 미신표현으로 상영불가 판정을 받은 적도 있다. <별에서 온 그대> 제작사는 중국 방영을 위해 외계인 설정을 삭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례를 보면 중국 당국의 문화 규제가 상당히 엄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신 이외에도 ‘사회질서 미풍양속’을 해치는 표현들이 강하게 규제되고, 연령대별 방송 등급제가 따로 없어서 모든 작품을 일률적으로 전체관람가에 맞춘다고 한다. 우리도 과거 권위주의 시절엔 드라마나 영화가 자유롭게 표현되지 못했었는데, 중국이 마치 우리의 80년대 같은 느낌이다.

 

중국이 이런 문화적 경직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젊은이들은 외국 드라마를 통해 보다 다양한 작품에 대한 욕구를 풀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먼저 발전했으며 자유분방한 서구 신문화를 담고 있는 나라의 콘텐츠를 찾게 되는데, 미국은 이질감이 강하고 일본은 지나친 우경화로 호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한류로 귀결된다.

 

 

 

한국도 문화적 자율성을 확보하기까지 민주화라는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했다. 드라마에서 광주민주화운동 등 현대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것이 1990년대 <모래시계> 때부터이고, 그 이후 한국 드라마의 현대화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요즘엔 <추적자>, <황금의 제국> 등을 통해 정치권력, 자본권력의 그림자가 표현되는데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에선 이런 내용이 표현되기 힘들다. 가장 최근에 중국 인터넷 판권 기록을 세운 <쓰리데이즈>는 대통령 암살 소재인데 이런 것도 중국에선 보기 힘든 설정이다. 중국이 문화적 자율성을 키우기 위해선 한국처럼 정치적 변화가 선행돼야 하는데 그것이 하루이틀에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국드라마의 경쟁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서구선진국에 비하면 우리 표현의 자유는 부족한 편이다. 섹시코드 쪽의 표현이 과하게 발전하는 데에 반해, 정치권력과 사회모순에 대한 풍자나 묘사는 아직까지 제약이 많다. 그래서 정치인들을 싸잡아 비하하는 정도에 그치고, 그나마도 여의치 않아 최근엔 <개그콘서트>에서 현실풍자 개그가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면전에서 대통령을 풍자하는 미국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권력에 대한 표현의 금기가 사라져야 한류의 경쟁력도 더 강해질 것이다.

 

한류열풍 후엔 혐한류가 잇따른다. 외국 문화의 침투에 대한 당연한 반작용이다. 과거 <대장금> 이후 중국에서 그랬고, 지금은 일본이 그렇다. 대신에 중국 분위기가 좋아졌지만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결국 혐한감정 관리가 한류 지속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중국에서의 혐한 감정을 최소화하려면 우리가 중국을 존중해야 한다. 우리 네티즌이나 연예인들이 중국을 경시하는 말을 하면 그것이 그대로 번역돼 중국으로 넘어가는 인터넷 세상이다. 인터넷은 한류의 토대가 되었지만 동시에 혐한류의 발화점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경제개발을 조금 일찍 했다는 이유로 남을 경시하면 그것이 결국 혐한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한국을 선망하면서 왔던 중국유학생들이 돌아갈 땐 혐한 인사가 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연예인들이 예능이나 라디오에서 무심코 한 말도 엄청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대단히 위험하다. 한류로 돈을 얼마 벌어들이는가에만 환호하며 은근히 상대를 경시하는 자세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상대도 우리에게 보다 마음을 열 것이다. 바로 그것이 혐한류를 최소화하고 한류를 반석 위에 올려놓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