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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수렁속 어벤져스2, 2조효과만큼 황당한 것들

 

 

<어벤져스2> 촬영협조에 대한 비난이 점점 거세지면서 논란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브랜드가치 제고효과 2조 등 정부 측이 내놓은 수치를 비난하는 기사들이 계속 나오고, 얼마 전엔 방송사에서 <어벤져스2> 촬영협조가 지나친 저자세라는 내용의 기획보도를 하면서 더욱 비난 여론이 커졌다.

 

방송내용은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제작비 지원 규모가 크고, 영진위 올 예산이 최대 17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약 39억 원으로 예상되는 지원사업을 덜컥 결정한 것은 문제가 있으며, 일본 도쿄의 경우 영화촬영 지원을 하지도 않고 <울버린>을 찍을 당시 차량통제도 없었다는 내용으로 한국이 아무 근거도 없는 2조 경제효과에 홀려 예산규모도 넘는 사업을 졸속적으로 집행, ‘영리한’ 일본에 비해 퍼주기를 했다는 분위기였다.

 

먼저 <어벤져스2> 촬영협조를 비난하는 측이 끊임없이 문제 삼는 ‘2조 드립’의 경우, 왜 이런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몇 주에 걸쳐 정색하고 논의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만들어지지도 않은 영화의 효과를 수량화해서 예측한 것은 당연히 ‘헛소리’다. 복잡하게 얘기할 것도 없이 ‘근거없다’고 일축하면 그만이다.

 

중요한 건 <어벤져스2> 촬영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어떤 효과가 예상되는가, 이 계기를 발전적으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논의하는 것이지 ‘과연 2조 예상이 맞는가’가 아니다. 2조라는 수치의 문제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은 말꼬리 잡기식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2조 수치 틀렸다. 그러므로 <어벤져스2> 촬영 효과 없다’로 이어지는 단순 논리는 2조 수치가 어처구니없는 것만큼이나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다.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외국영화 촬영지원 규모가 큰 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아쉬운 사람이 많이 쓰는 것이다. 한국은 아직까지 세계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해외 블록버스터가 한국에서 제대로 촬영한 적도 없기 때문에 지금은 좋은 조건으로 유치하는 게 당연하다.

 

방송은 일본하고 비교하면서 도쿄는 ‘내버려둬도 촬영 온다는 분위기’라서 촬영협조를 잘 안 한다고 했는데, 그건 일본이 아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근대 시기부터 서구권에 널리 알려졌고 오랫동안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었기 때문에 일본에 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당연히 ‘내버려둬도 촬영 온다는 분위기’이고, 도쿄를 알려야 할 절박한 이유도 없다. 그런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며 이번 촬영협조를 비난하는 건 2조 수치만큼이나 황당하다.

 

영진위 예산을 부각시키는 것도 이상하다. 역대 흥행 3위급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시리즈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촬영하는 사태를 어떻게 미리 예상했겠나? 당연히 사전에 예산을 챙길 수 없다. 미리 예산에 정해진 일만 해야 한다면 아무리 예기치 못했던 일이 생겨도 정부는 손 놓고 구경만 해야 하는 걸까? 특수한 사태가 생기면 특수하게 대응하는 것이 맞다. 그러라고 ‘유연한 대응’이란 표현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산이 비난근거로 등장하는 것도 2조 수치만큼이나 황당하다.

 

<어벤져스2> 촬영협조 비난 논리들은 근본적으로 너무 조급하고 ‘배가 불렀다’. 지금 당장 우리가 불편을 감수할 만큼의 이익을 내놔라, 이번 작품으로 경제효과든 관광객 증대든 가시적 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식인데, 문화는 그렇게 당장의 이익을 절대시하는 장사 프레임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어벤져스2>는 실패할 수도 있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에서 다양한 영상물이 만들어지게 되면 장기적으로 그것이 문화산업의 역동성으로 이어지고 그 속에서 간혹 성공작이 나오면 그것이 파급효과를 낳는다는 긴 시야로 접근해야 한다.

 

배가 불렀다는 건 우리가 이미 충분히 알려진 나라처럼 생각한다는 이야기다. 한국은 서구 선진국 혹은 중국이나 일본 등과 비교할 수 없다. 지금은 저자세로 나가고 나중에 일본처럼 진짜로 ‘배가 불렀을’ 때 ‘내버려둬도 촬영 온다’며 고자세로 전환해도 전혀 늦지 않다.

 

39억 원과 교통불편만을 부각시키며 우리가 헐리우드에게 막대한 퍼주기와 칙사대접을 하는 것처럼 묘사되는데, 이것이 전 세계 개봉관에 서울 이미지를 걸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실비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언젠가는 그런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남들이 알아서 서울이든 한국이든 전 세계에 걸어주는 날이 오겠지만, 지금이 그때는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