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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정도전, 이러니 최고의 정치드라마

 

주말에 방영된 <정도전>에 우리 정치계가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 나왔다. 천도와 관련된 논란 과정에서였다. 천도를 하려는 이성계에게 신하들이 반발하자 이성계는 그들을 모두 투옥하려 한다. 마침 그때 명에 갔던 정도전이 돌아와 이성계와 독대한다. 이성계가 왕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아니되옵니다’로 일관하는 신하들에 대해 불평하자 정도전은 이렇게 말했다.

 

‘신하의 소임은 간쟁하는 것입니다. 시끄러운 것이 당연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정치는 천하가 모두 간쟁에 나서는 것입니다. 공론은 나라의 원기와도 같은 것이니 나랏일로 궐안팎이 떠들썩한 것은 그만큼 이 나라가 건강하다는 증좌입니다.’

 

그러면서 ‘군왕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자는 밥버러지일 뿐 제대로 된 신하라 할 수 없다’고 ‘양순한 신하 디스’도 펼쳤다. 이것이 우리 현실에서 의미 있는 것은 현재 우리 고위직 인사들이 대통령이 하는 말을 받아적고 고분고분 이행하는 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고위직 인사들이 대통령 말을 이행하는 데에만 급급하다보니 대통령이 모든 일을 사사건건 다 챙겨야 하고 그래서 ‘만기친람’ 리더십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번 세월호 현장에서도 대통령이 한 마디 하니까 그제서야 실종자 가족들이 요구하는 CCTV가 설치됐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런 삽화도 윗사람 입만 쳐다보는 우리의 문제를 잘 말해준다고 하겠다.

 

정도전의 대사에 따르면 윗사람 지시사항에만 충실한 우리나라 고위직 인사들은 모두 ‘밥버러지’가 된 셈이니 참으로 통렬한 질타다. 그런데 고위직 인사들이 왜 대통령 지시사항 받아쓰기에만 충실한 행태를 보일까? 그것은 아마도, 대통령이 그런 사람들로만 주위를 채웠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평소 자신에게 ‘아니된다’라고 간언하는 아랫사람들을 용납하지 않는 이미지로 비쳤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알아서 기는’ 것이 아닐까?

 

아랫사람들이 활발하게 반대도 하고 토론도 하려면 가장 위의 책임자가 포용적인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강직한 사람들에게도 중책을 맡겨야 하고, 설사 최고위 인사의 말에 반대하더라도 불이익당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래야 ‘조용한 불건강함’에서 ‘시끄러운 건강함’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방영분에서 정도전은 그 답도 내놨다.

 

‘임금의 소임은 듣는 것, 참는 것, 품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이성계가 아닌 현재의 우리 지도자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듣고, 참고, 품으라는 것이다. 그래야 천하가 간쟁에 나서는 건강한 대한민국이 될 거라는 간언이다. 대통령이 듣고, 참고, 품으려 하지 않으면 결국 아랫사람이 수첩에 머리를 박고 받아쓰기만 하는 경직된 시스템이 된다.

 

국민이 소통하는 지도자, 포용하는 지도자를 원한다는 것, 그리고 군림하는 지도자가 아닌 배려하는 지도자를 원한다는 이야기는 그동안 많이 나왔었다. <정도전>은 바로 그런 국민의 뜻을 대사에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당대 국민의 마음을 담아내기 때문에 <정도전>이 최고의 정치드라마라는 찬사를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