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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무도, 우결 PD 99%를 위해 싸우다



‘리얼 버라이어티’ <무한도전>이 진짜 ‘리얼’ 세계로 나왔다. 파업이다. 방송과 언론을 사적 이익 추구 원리로 재편하겠다는 권력에 맞서 국민의 공적 이익을 지키려는 ‘무한도전’을 시작했다. ‘그들’의 이익이 아닌 ‘우리’의 이익, 나와 이 글을 읽는 ‘당신’(상위 1%를 제외한)의 이익을 지키려는 도전이다.


<무한도전>을 비롯한 MBC 예능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결방을 예고하고 있다. <스친소>, <일밤>, <놀러와>, <황금어장> 등 모두가 국민을 위한 ‘무한도전’에 나서고 있다.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이렇게 말했다.


(이대로 언론관계법이 실현된다면)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하는 언론의 독점, 언론의 재벌로 인한 사회의 경직된 모습들이 현실이 될 수 있다 ... 언론의 기본 기능인 견제·비판 기능이 상실됐을 때, (언론은) 단순전달밖에 못하는 거고, 상당히 편협한 여론형성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


미래를 디스토피아적으로 그리는 암울한 공상과학 영화를 보면 기업이 지배하는 설정이 간간이 등장한다. 거대한 재벌이 도시를 통치하며 언론까지 장악해 개개인의 삶을 완전히 통제한다는 설정.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인간에게 잠재된 궁극적인 공포다.


‘자본’에겐 심장이 없다. 오직 이윤원리만 있을 뿐이다. 이것은 극히 냉정하다. 돈 몇 푼의 이익을 위해 폐수를 흘려보내 마을 주민들을 암으로 죽게 만들고, 작업장 관리 비용을 아끼려 어린 여성 노동자들을 난치병으로 고생하게 만드는 것이 ‘자본’이라는 괴물의 속성이다. 이런 것이 사회의 근간 원리가 되어선 안 된다.


그래서 인간에겐 정치가 있고, 도덕이 있고, 윤리가 있고, 이타심과 희생정신, 사랑, 공동체가 있는 것이다. 또 자본의 ‘이익’ 정반대편에 있는 ‘정의’라는 가치가 있다. 이런 가치들이 살아야 인간이 자본 혹은 자본을 등에 업은 부자 집단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자본의 팽창하려는 속성은 이런 가치들을 언제나 무력하게 만든다. 인간은 언젠가 자본이 모든 가치들을 다 압도할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산다. 김태호 PD는 그것을 지적한 것이다.


모든 인간적인, 문화적인 다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인간은 ‘시장’이 아닌 ‘시민사회’를 지켜나간다. 이 시민사회를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과 언론의 힘이다. 이것들이 넘어가면 시민도 없고 공론장도 없다. 자본의 전일적인 지배체제 속에서 기계처럼 살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언론과 교육을 시민사회로부터 분리해 시장의 품에 넘겨주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을 시장의 통제 아래 두려는 기획이다. 이것은 인간성의 입장에선 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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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PD는 또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프로그램에서 손을 뗀) 우리 제작진 눈에서 눈물이 나지만, 지금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으면 전 국민의 눈에서 눈물이 날 수도 있는 상황. 심지어는 그런 상황 자체를 국민이 모르게 될 수도. 언론의 획일성·통제 때문에.”


전 국민의 눈에서 눈물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국민은 MBC 예능의 웃음을 잃었다. 판타지의 세계에서 국민에게 일시적 위안을 주는 것으로부터, 현실에서의 국민의 이익을 지켜주려 뛰쳐나온 그들의 ‘무한도전’ 때문이다.


<우리 결혼했어요>의 임정아 PD는 이렇게 말했다.


“대기업과 재벌언론 소유로 방송이 넘어갈 경우 이러한 다양성과 창의성이 사라질 것이라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꼈다. 그래서 예능 PD들도 전면적으로 동참하게 됐다 ... 프로그램을 다룰 때 소재도 많은 제한을 받게 될 것이다. 보수적 형태로 방송할 수밖에 없다는 위협을 받고 있다.”


이들의 절박한 위기감을 국민들도 공유해야 한다. 이건 국민의 이익이 걸린 문제다. 사실 재기 넘치는 예능 제작자들이야 사영화된 제작환경에서도 얼마든지 승승장구할 수 있다. 자본은 인기 많고 돈 잘 벌리는 작품이라면 무엇이든 용인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본이 인기 많고 돈 잘 벌리는 작품‘만’ 만들라고 강요할 것이라는 데 있다. 또 방송사주와 광고주, 즉 ‘자본’을 소유한 측의 이익만을 위한 방송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일반 서민들의 권익은 침해당한다. 이들은 거기에 저항하고 있다. 이렇게 국민의 이익과 직결된 문제인데도 국민의 관심이 너무 약하다.


김태호 PD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끝맺는다.


“이번 싸움은 1%가 가지려는 언론에 대한 독점, 여론의 독점적인 형성에 맞서는 99%의 국민들의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