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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너는 내 운명 실제부부 소식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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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운명 실제부부 소식 무책임하다


한 포털에 사진까지 곁들여 ‘영화 <너는 내 운명> 실제 부부 충격 이혼’이라는 기사가 메인에 있길래 클릭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 기사의 부제는 ‘아내, “남편을 사랑한 적 없다” 고백’이었다. 기사 내용은 이렇다.


최근 케이블방송의 인터뷰에 의하면 순박한 시골청년과 에이즈에 걸린 여자의 운명적인 사랑을 다룬 영화 <너는 내 운명>이 실제로는 사실과 달랐던 것으로 밝혀졌단다.


실제는 영화만큼 아름답지 않으며 두 사람은 현재 이혼을 하고 따로 살고 있다고 한다. 남편은 "에이즈에 걸린 이후 부담감 때문에 아내가 집을 나갔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부인은 "촌이 싫어 나왔다. 친구들과 놀고 싶어서 내가 남편 몰래 먼저 나온 것이다"라 말한다고 한다.


또 남편은 "아내를 몹시 사랑했다", "여전히 함께 살고 싶다"고 말하고 있지만 부인은 "남편이 나를 많이 사랑한 것은 맞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갈 데가 없어서 살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내용으로는 진실을 알 수가 없다. 단지 말일 뿐이다. 사람이 살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면 다 사랑하는 것이고, 미워한다고 하면 다 미워하는 것인가? 말을 다 믿을 수 있다면 사기결혼은 왜 있나?


영화의 감동이 깨지는 것쯤은 괜찮다. 문제는 여자의 명예다. 위 기사만 보면 여자는 천하의 나쁜 사람이다. 순박한 청년의 사랑을 이용해 잠시 거처하다가 냉정히 차버리고 자기 길 간 사람이다.


그 이유는 촌이 싫고, 친구들과 놀고 싶어서.


이 말을 믿어야 하나?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이 기사가 여자를 정말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칭찬하는 기사는 쉽게 써도 된다. 그러나 한 사람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 수도 있는 기사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 여자는 불치병인 에이즈 환자다. 에이즈 환자가 남편을 떠나 자기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는 얘기다. 이게 정말인지, 아니면 남편의 정을 끊기 위해 위악적으로 한 말인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여자가 정상적인 사고능력의 소유자라면 당연히 여느 인간들처럼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욕구와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인터뷰에서 ‘촌이 싫어서 남편을 버렸다. 친구들과 놀고 싶어서 남편을 배신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욕 먹을 게 뻔한데 이렇게 말하기는 힘들다.


말한 내용이 진실이라면 그 여자는 특이한 사고구조의 소유자일 것이다. 일반적인 차원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패륜 수준의 발언이다. 웬만한 사람들은 이혼하면 성격차이 수준의 이유를 대지, 자기가 놀고 싶어 배우자를 버렸다고 막말을 하지는 않는다.


기사가 전하는 비정한 진실이 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뷰 내용만 가지고 여자를 패륜적 악인으로 몰이붙이는 구도를 유도한 건 성급했다. 자고로 부부의 일은 제3자가 모른다고 했다.


이런 기사를 전한 언론이나, 또 크게 키운 포털은 단지 기사의 선정성만을 중시한 것 같다. 이것으로 인해 치명적으로 명예가 훼손될 수도 있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순애보로 유명한 영화의 실상이 사실은 그 반대였다는 내용은 확실히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나 그 기사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당할 사람을 생각한다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남의 인생을 단지 기사를 팔아먹기 위한 원재료 정도로만 여기는 것 같아서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