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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소녀시대비하카툰, 왜들 난리야

 

황당하다, 황당해. 남이야 누굴 좋아하건 말건 왜 제3자가 난리인가? 난리치는 건 그렇다 치고 사과는 왜 요구하며, 심지어 연재중단까지 요구하는 건 뭐며, 작가는 또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 밝힌 것 때문에 사과는 왜 하나? 좋아하는 연예인을 표현하기 위해선 앞으로 해당 연예인 팬클럽의 허락이라도 받아야 하는 걸까?


지난 22일 ‘야후 카툰세상’에서 만화 ‘조이라이드’를 연재하는 작가 윤서인 씨는 ‘조이라이드’를 통해 ‘소녀시대’라는 제목의 만화를 게재했다. 여기서 그는 소녀시대에 대한 자신의 인상을 표현했다.


그런데 너무 솔직하게 그린 것이 탈이었다. 소녀시대의 많은 멤버 중에 작가 눈엔 처음엔 윤아만 보였단다. 그다음엔 유리가 보였단다. 요즘엔 수영까지 보인단다. 그러면서 이 셋을 ‘예쁜이 3인방’이라고 그리고 나머지는 무존재 5인방과 전혀 인지되지 않는 ‘쩜’ 하나라고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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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가지고 난리가 났다. 이 문제가 포털 검색순위 1위에까지 올랐다. 작가는 맹폭을 당했다. 결국 사과하고 말았다.


“쪽지랑 메일함이 불이나서 뭔일인가 했는데...... 포탈 검색어 맨 꼭대기에 ㅠㅠ

요즘들어 모자란 만화를 점점 너무 많은 분이 보셔서 어깨가 너무 무겁습니다 ㅠㅠ

30대 아저씨라 멤버들 잘 몰라서 죄송합니다. 점으로 멤버 그려서 죄송합니다.

저 소녀시대 너무 좋아해서 넋놓고 테레비 보는데 아무리 봐도 세명 말고는 헷갈려서 한번 그걸 표현해본 것 뿐이고...

그걸로 기분이 나쁘신 분들께는 마냥 죄송할 뿐이고... 뭐라 할말이 없을 뿐입니다... ㅠㅠㅠㅠ

팬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점 인정하고 소녀시대 팬여러분 죄송해요!!!”


이렇게 사과까지 했는데도 여전히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사과가 너무 장난스럽다나? 그럼 소녀시대 여러분을 잘 알아모시지 못한 죄로 석고대죄까지 해야 하나? 황당하다.


윤아, 유리, 수영만 좋아하건 말건 그 사람 취향 문제지 왜 제3자가 감놔라 배놔라한단 말인가? 나도 물론 작가의 만화내용에 도통 공감이 가지 않는다. 그래도 그냥 그 사람 취향이려니 한다.


난 윤아는 안다. 하지만 작가 눈에 보인다는 유리나 수영은 누군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유린지 수영인지는 나에겐 ‘쩜’인 셈이다. 소녀시대는 ‘쩜’ 투성이다. 너무 사람이 많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그냥 그런 거다. 이유가 없다. 원더걸스 멤버 중에 세 명 이름 외우는 데만 1년 넘게 걸렸다. 난 그렇다. 내가 무슨 잘못했나?


저마다 눈에 띄는 사람이 다르고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것이다. 그걸 표현한 것이 왜 죄가 되나? 내가 이런 일을 당했을 때 사과하라고 하면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사과할 문구를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내 눈에 ‘쩜’으로 보이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는데 그걸 뭐라고 사과한단 말인가?


소녀시대 팬클럽은, 그렇게 원통하다면, 어느 만화작가가 소녀시대 이름을 다 못 외울 때 잘 외울 수 있도록 암기표라도 만들어 보내줄 일이었다. 아니면 각 멤버의 개성과 매력을 정리해서 제공해주던가. 물론 그런 정보를 제공받고도 여전히 그 사람 눈에 ‘쩜’으로 보인다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게 ‘취향’이란 것의 정체다.


이 사태를 다룬 기사들을 보니 대체로 단순 사실전달이나 아니면 은근히 그 작가가 실수했다는 논조를 보이고 있다. 대중의 이 황당한 공격성을 지적한 언론이 없다. 심지어 그 작가가 멤버들을 차별했다는 언론까지 있다. 차별은 무슨. 그럼 연예인 모두를 차별하지 않고 몽땅 다 알아줘야 한다는 말인가?


국가권력이 개인의 취향에 개입하는 거나, 대중권력이 개입하는 거나 매한가지 폭력이다. 노론이 남인의 개인적 신념을 문제 삼을 때 정조는 올바른 가치를 잘 세울 생각이나 하라고 했다. 소녀시대 팬들도 소녀시대의 매력을 잘 알릴 궁리나 하는 것이 맞다. 남의 취향을 단죄할 생각을 하면 그때부터 세상은 무서워진다. 정말 황당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