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김태희를 제목에 단 글들이 인터넷세상에 많아지길래 무슨 일이 생겼나싶었다. 오늘 어느 기사를 보고 그 이유를 알았다. 김태희가 신작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방송활동을 활발히 한 게 화근이 됐던 모양이다. 이번 주 개그콘서트에 김태희가 나와서 아무 생각 없이 재밌게 봤다. 그것도 신작 홍보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방송활동 때문에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는다고 한다. 내가 본 기사에도 김태희를 비난하는 수많은 댓글이 붙어 있었다. 연기나 잘 하라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그런데 뭐가 문제지?


영화배우가 자기가 출연한 영화 홍보하는 게 이상한가?


수많은 영화배우들이 그렇게 한다. 얼마나 미운 털이 박혔으면 응당 하는 일을 했는데도 혼자 욕을 먹을까? 김태희가 내가 모르는 새 무슨 악덕을 저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영화 홍보도 마음 놓고 못할 정도로 엄청난 ‘짓’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 그 정도 사고가 터졌으면 포탈 메인에 떴을 것이고 자연히 나도 알게 됐을 것 아닌가.


연기파 배우가 아닌 사람은 자기 영화 홍보도 못하나?


배우들이 방송 맥락과 상관없이 자기 영화만 강조한다든가, 시상식 때 남 시상해주러 나와서 자기 영화 소개를 늘어놓는다든가 하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지만 영화 개봉에 맞춰 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이런 것도 못 봐줄 정도라면 세상인심이 너무 팍팍하다.


한국영화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우가 자기가 출연한 영화의 흥행을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오히려 좋아 보인다.


지금은 한국영화시장이 IMF 이후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 상황이다. 전체 영화시장뿐만 아니라 우리 영화 극장 매출 성장률도 2004년 18.5%였던 것이 2005년엔 5.7%로, 2006년엔 3.1%, 이렇게 지리멸렬하게 떨어지다가 올핸 마이너스라고 한다.


게다가 디워와 화려한휴가가 관객수 전체 평균을 올려놓은 걸 감안하면 현장에서 체감되는 느낌은 거의 공포 수준일 것이다. 2006년까지만 해도 60%였던 한국영화 점유율은 올해 45.6%로 추락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영화는 매우 특이하게도 개봉 당시의 극장 수입이 전체 수입의 90% 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자국 내 극장 수입의 중요도가 그리 크지 않다.


즉 한국 영화계는 영화가 개봉할 때 망하지 않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배우든 누구든 발 벗고 뛰어야 할 처지인 것이다.


2006년까지만 해도 한국영화의 평균 수익률은 ‘그나마’ 마이너스 22.9%였다. 이 정도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 영화인들에게 미국 영화와 자유경쟁하라고, 자신감만 있으면 된다며 호기를 부렸다. 올해엔 무려 마이너스 60% 수준이다. 연기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지금 ‘자세’ 잡을 때가 아니다.


배용준처럼 자신의 스타성만으로 수백억 제작비를 감당해 낼 능력이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지 않은 배우가 몸으로 뛰는 게 뭐가 잘못인지 모르겠다. 흔히 스태프들과 스타배우를 비교하며 공격하는데 영화산업 망하면 가장 먼저 비참해지는 건 스태프들이다. 스타들은 TV로 돌아오면 그만이다. 주연 배우가 몸으로 뛰어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스태프들 일자리가 보전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영화배우들도 가수들처럼 일년 사시사철 예능프로그램에 나오라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여기엔 강력히 반대한다. 하지만 영화 개봉홍보는 당연히 할 일이다. 오히려 홍보에 태만한 배우가 빈축을 사야 한다. 열심히 뛰고도 욕먹는 이런 경우는 정말 이상하다.


김태희의 연기력이 향상되길 바라는 마음이야 나도 남들과 같다. 김태희가 ‘서울대와 외모를 팔아’ 돈을 챙기는 데서 머물지 말고 진정한 배우가 됐으면 하는 건 공통된 바람이다. 그것과 자기 영화 안 망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무슨 상관이 있나?


평소에 방송 안 나오고 CF 활동만 한 영화배우들은 안성기, 한석규부터 시작해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왜 유독 김태희만 미운 털이 박혔을까? 그것도 성실함이 오히려 비난의 구실이 될 정도로 말이다. 세상인심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번에 김태희의 홍보활동을 비난한 네티즌 중 상당수는 불법복제파일로 김태희의 영화를 보게 될 것이다. 불법복제 때문에 부가판권 시장이 다 죽어서 배우들이 극장개봉시기에 억척스레 홍보활동에 나서는 것이다. 스태프들의 밥줄을 끊는 건 스타가 아니라 그들 자신이다. 한국영화도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침은 뱉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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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