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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강호동 유재석 함께 맞은 희비, 공교롭다

 

보통 두 라이벌이 있으면 ‘희비가 교차한다‘라고 말할 만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래야 글을 쓸 만한 구도가 되기 때문에 그런 기사들이 많이 나오기도 한다.


이번에도 <무한도전>과 <스타킹>의 희비가 엇갈렸다는 기사가 나왔다. 두 프로그램만 놓고 보면 그런데, 두 프로그램의 간판인 강호동과 유재석을 놓고 보면 희비가 엇갈린 건 아니다.


두 사람에게 희비가 함께 찾아왔다. 참 공교로운 일이다. 당대의 양대 MC에게 굴곡이 함께 닥치다니, 역시 세상사는 오묘하다.


- 유재석의 희비 -


먼저 유재석의 경우를 보자. 유재석은 불과 얼마 전에 최고의 한 때를 맞았다. <무한도전> 듀엣가요제에서다. 거기에서 중간만 갔어도 MC유의 위상에 아무 이상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거기에서 최고를 했다. 대박이었다.


유재석의 경우 파트너 선정부터가 단연 최고였다. 요즘 트렌드는 ‘정’이다. 따뜻한 느낌을 주지 못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성공하기 힘들다. 듀엣가요제 팀들 중에 유재석-타이거JK 팀이 가장 ‘정’이라는 코드에 부합했다.


빈티 나는 연습실 풍경부터, 인간적인 소통모습까지. <1박2일>이 최고로 찬사 받던 게스트 특집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게다가 가요제 막판엔 가장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현실세계로 나와 <쇼음악중심>에선 시청률을 거의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려주는 괴력을 발휘했다. 엄청난 성공이다.


하지만 곧이어 위기가 찾아왔다. <패밀리가 떴다> 가 <해피 선데이>에게 밀린 것이다. 그동안 <패밀리가 떴다>는 부동의 1위였으며, 이것은 유재석에게 차원이 다른 아우라를 선사했었다. 토요일엔 <무한도전>, 일요일엔 <패밀리가 떴다>로 주말 예능의 패자로 군림해온 것이다.


그것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패밀리가 떴다>의 시청률이 꺾인 것이 적신호인 것은 이것이 일회적인 사건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패밀리가 떴다>는 요즘 점점 맥이 빠지고 있다. 이대로 계속해서 맥이 풀려버리면 유재석의 신화에 흠이 간다.


<1박2일>과 함께 무너지면 그러려니 할 수 있겠지만, <1박2일>은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패밀리가 떴다>에서만 누수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은 확실히 위기다.


- 강호동의 희비 -


강호동 역시 유재석처럼 최고의 한때를 맞았다. 그동안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는 시청률 가지고 신경전을 벌였는데, 이번에 <해피선데이> 종합 시청률로 확실히 우위를 확인한 것이다.


물론 이건 <남자의 자격>이 선전했기 때문이지만, 강호동이 어쨌든 <해피선데이>의 간판이므로 강호동의 존재감이 더 강력해지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남자의 자격>이 아니어도 요즘 <1박2일>의 위상은 대단하다. 올 상반기 재미와 의미를 다 잡은 <1박2일>의 존재감은 작년 하반기 툭하면 욕먹던 때의 그것과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강호동에게 국민MC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됐다.


유재석에게 타이거JK가 넝쿨째 굴러온 호박이었던 것처럼, 강호동에겐 이승기가 그렇다. 이승기가 주말 드라마 출연으로 <1박2일>에 대박을 안겨 줄 것이란 걸 과연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 <1박2일>이 순간시청률 40%를 넘나드는 데 이승기는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다. 당연히 강호동은 간판으로서 수혜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강호동에게도 악운은 찾아왔다. 유재석의 <패밀리가 떴다>가 <해피선데이>에 밀렸던 바로 그 주에 <스타킹> 표절 사건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강호동은 <해피선데이>의 선전에 웃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 된 것이다. 줄줄이 나오는 넝쿨줄기처럼 <스타킹> 표절 사건 이후에 곧바로 조작설까지 터져나왔다. 조작설은 <패밀리가 떴다>에 대한 대중의 정서가 변하는 기점이기도 했다.

<스타킹>은 매주 출연자가 바뀌어 전혀 다른 내용이 나오므로, 같은 팀으로 몰입을 이어 가는 <패밀리가 떴다>와는 다르다. 또 지금 인터넷에서 <스타킹>을 성토하는 네티즌과 실제 <스타킹> 시청자 층도 조금 다르다. 그러므로 지금 정도에서 <스타킹>의 위기를 단정할 수는 없는데, 엄청난 망신인 건 확실하다.


<해피선데이>에서 간판으로서 총체적 수혜를 입었던 강호동은, <스타킹>의 간판으로서 망신의 이미지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유재석이 토요일에 대박을 치고 일요일에 흔들렸다면, 강호동은 일요일에 대박을 치고 토요일에 흠집이 간 것이다.


예능에서 결정적인 전장인 주말 시간대에 두 라이벌에게 동시에 희비가 찾아왔다. 마치 누가 안배라도 한 것 같다. 세상일은 확실히 오묘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유재석이 <패밀리가 떴다>를 살리려면 새로운 바람을 주도해야 하고, 강호동이 <스타킹>의 명예를 회복시키려면 조작의 유혹에 굴하지 않는 순박한 초심의 느낌을 시청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것들이 성공하면 이 둘은 다시 함께 당대 최고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