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쇼음악중심까지 살렸다

 

드디어 유재석, 타이거JK, 윤미래의 퓨처라이거 <쇼 음악중심> 무대가 방영됐다. 사람들이 음악프로그램 방영을 기다린 것이 얼마만인가?

나는 개인적으로 최근에 2NE1 때문에 음악프로그램을 챙겨 본 적은 있지만, 대중적인 차원에선 이번처럼 음악프로그램을 사람들이 기다린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침체된 가요시장을 살리기 위해 듀엣가요제를 기획했다는 <무한도전>의 취지가 좀 턱없어 보일 수는 있다. <무한도전>이 가요시장을 살리면 얼마나 살리겠는가. 하지만 일개 예능프로그램으로서 이 정도 했으면 대단한 일이다.

음악프로그램은 한국에서 유명무실해졌다. 가요제도 그렇다. 과거 가수들의 위상이 상당했을 때는 가요제도, 음악프로그램도 지금 같지는 않았다. <무한도전>을 통해 모처럼 가요제의 의미도 다시 돌아보게 되고, 음악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음악프로그램을 일부러 챙겨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는 게시판 댓글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존재감이 미미했던 <쇼 음악중심>이 듀엣가요제 이벤트로 인해 상당한 홍보효과를 얻은 셈이다.

물론 당사자인 <무한도전>의 아우라는 더욱 눈부셔졌다. 예능 이벤트가 프로그램 내부의 웃음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세계에까지 튀어나와 이렇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상당히 짜릿한 느낌을 준다. 이미 ‘존경받는’ 프로그램이었던 <무한도전>은 이번 이벤트로 더욱 그 위상을 확고히 했다.

이번 <무한도전> 이벤트가 한국 음악계에 한 또 다른 기여는 그동안 알아주는 실력파 뮤지션이었으면서도 대중적인 인지도가 약했던 두 사람, 타이거JK와 윤미래를 일반 대중에서 소개했다는 데 있다.

이번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보기 위해 음악프로그램을 기다린 적이 과연 데뷔 이래 단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보통 아이돌들은 음악프로그램에 최적화된 무대를 보여준다. 그러다가 야외행사 때 그들의 무대를 보면 좀 깬다는 느낌을 받는다. 반면에 이번 쇼음악중심 무대에서도 분명히 나타났듯이, 음악프로그램의 정돈된 무대는 윤미래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담아내지 못했다. 윤미래의 모습을 우연히 음악프로그램에서 본 사람은 결코 그녀의 진면목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무한도전>은 야외무대에서 수많은 국민들에게 윤미래의 생생한 매력을 알게 했다. 아이돌의 예쁜 무대만 봐왔던 어린 친구들은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이런 체험을 통해 사람들은 방송음악프로그램으로는 느낄 수 없는 콘서트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뿐인가. 타이거JK의 경우도 그렇다. <무한도전>은 일반적인 음악프로그램이 절대로 알려 줄 수 없는 타이거JK의 매력을 국민이 알게 했다. 바로 ‘인간 타이거JK’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아티스트 타이거JK’의 음악적 진지함이다.

타이거JK는 유재석의 장점을 살려주면서 소통을 통해 음악을 만들어나갔다. 타이거JK의 리더십은 유재석의 리더십과 통하는 것이었고, 국민들은 이런 리더십에 매력을 느낀다. 특히 요즘처럼 전경이 무서운 시대엔 더 그렇다. 한 마디로 타이거JK는 따뜻했다.

하지만 유재석이 하자는 대로 마냥 내버려 둔 것은 아니다. 유재석의 아이디어와 자신감은 충분히 살리되 그것으로부터 번듯한 자신의 음악을 이끌어냈다. 음악적 진정성과 책임감, 그리고 능력이다. 음악프로그램이 어떻게 타이거JK의 이런 매력을 다 알릴 수 있겠는가.

이제 사람들은 타이거JK의 노래를 흘려듣지 않게 될 것이다. <무한도전>을 통해 한국 최고의 뮤지션이었지만 대중적인 인지도가 약했던 이 둘에게 대중은 마음을 열게 됐다.

예능프로그램이 음악계를 살린다는 것도 우습고, 일개 예능프로그램이 그런 소리를 하는 이 시대도 참담하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조건이고, 그 조건 속에서 <무한도전>은 최선을 다했으며 결국 현실세상에서 자신들의 기획의도를 작게나마 성취했다.

음악프로그램을 건성으로 보거나 안 보던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켰으며, 타이거JK와 윤미래를 재발견시켰고, 제시카와 이정현의 이미지를 역전시켰으며, 난 절대로 동의할 수 없지만(영계백숙 오오오오~는 너무 싫다!) 어쨌든 예능늦둥이 윤종신의 작곡가로서의 위상도 제고시킨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엔 에픽하이가 ‘전자깡패’ 무상공개를 발표함으로서 홈런을 날렸다.

이 정도면 일개 예능프로그램으로서 정말 넘치는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듀엣가요제는 전설로 남을 듯하다. 이제 명카드라이브가 나와야 하는데 박명수옹은 아직 무대활동을 할 만큼은 회복이 안 됐나? 쾌유를 빌 뿐이다. 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