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요즘 멤버들이 스스로 투표해서 동료를 자르는 냉혹한 설정을 연이어 내보내서 곤혹스럽다. 게임해서 잘라도 자르는 것 자체가 거부감을 줄 판인데, 당사자들에게 직접 자를 동료를 찍어내도록 하다니. 이런 구도를 흔쾌히 받아들이긴 힘들다.
만약 현실세계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으면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어느 기업이 해고자를 결정할 때 노동자들이 직접 투표하도록 했다면? 그 기업은 기업대로 욕먹고, 투표에 참가한 당사자들은 평생 갈 상처를 받았을 것이며, 잘린 사람은 동료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무한도전>은 코미디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웃자고 하는 설정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자르는 모습이 불편함을 주는 것은, 한국이란 나라의 현실이 그만큼 엄혹하기 때문이다. 여긴 직장에서 사람이 잘리는 것 때문에 가족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절박한 투쟁을 하며, 심지어는 목숨까지 버리는 나라니까.
특히 <무한도전>은 이번에 정규멤버를 제일 먼저 잘라냄으로서, 오랫동안 땀을 흘린 직원들을 하루 아침에 쳐버리는 정리해고를 떠올리게 했다. 떠나가는 사람을 외면하는 동료들의 모습은 냉혹한 이미지로 비쳤다. 차가워진 <무한도전>은 불편했다. 혹시 의도된 풍자일까? 그래도 어쨌든 자기 동료를 찍어내는 모습은 음울했다.
- 냉혹한 <무한도전>, 따스한 <1박2일> -
<무한도전>이 이번에 여름 특집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며 충격을 줬다면, <1박2일>은 정반대의 길을 갔다. <1박2일>이 그전부터 지켜왔던 이미지를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한쪽은 새로운 시도, 다른 쪽은 익숙한 구도를 선택했다는 데에도 차이가 있지만, 그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의 내용이 완전히 정반대여서 대비가 더욱 극명했다.
<무한도전>이 동료들을 냉혹하게 잘라버리는 내용이었다면, <1박2일>은 기존의 형제들이 새로운 친구를 만나 형님, 아우하며 우애를 나누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1박2일>의 전통적인 이미지였다.
바로 따뜻한 느낌, ‘정’인 것이다. <무한도전> 짝퉁과도 같았던 <1박2일>이 <남자의 자격>까지 거느린 본좌가 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 ‘정’에 있었다. 스타가 아닌 인간이 나오는 드라마 아닌 드라마. 드라마 중에서도 휴먼드라마의 느낌.
황폐한 사회에 지친 한국인은 막장드라마의 자극이나, 걸그룹의 화려함에도 위안을 얻지만, 인간-우애-정-따뜻함이란 코드에도 위안을 얻고 있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 그것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 <1박2일>이다. <1박2일>이 그런 느낌을 완성해나가는 과정, 즉 박찬호에서 시청자, 시청자에서 시골 할아버지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매 단계마다 찬사를 보냈다.
이번 외국인특집도 그런 과정의 일부이며, 마침 <1박2일>의 원조격인 <무한도전>이 냉혹한 특집으로 불편한 와중이어서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무한도전>의 바다는 상처투성이의 차가움뿐이었지만, 똑같이 섬으로 간 <1박2일>의 바다풍경은 따스하고 편안했다.
- 상처를 씻어주다 -
<무한도전>이 ‘존경받는’ 프로그램이 된 이유는 도전정신에 있다. 그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대성공을 거둔다. 어떨 때는 상상을 초월하는 재난을 당하기도 한다.
바로 작년 여름 저주받은 ‘좀비특집’이 그랬다. 상당한 물량을 투입하고 예고를 통해 기대감을 증폭시켰었지만, 막상 시작되자마자 ‘앗’하는 사이에 끝나버렸던 것이다. 당시 제작진은 프로그램 실패에 대해 경위서를 쓰고 있다며, 한 번만 봐달라고 했다.
그러나 <무한도전>의 본령은 놓지 않았다. 프로그램 실패 후에도 ‘무모한 도전은 계속됩니다. 쭈~~~~욱’이라고 다짐했던 것이다. 이런 결기가 <무한도전>의 오늘을 가능케 했다.
<무한도전>은 원래 그런 프로그램이다. 그러므로 이번 특집이 불편한 느낌을 갖게 했다고 해도 그것이 <무한도전> 자체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도전이 다 성공할 순 없으니까. 이번의 일을 교훈으로, 다음부터는 동료의 목을 치는 냉혹함으로 시청자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하면 된다.
반면에 <1박2일>은 새로운 시도가 아닌, 익숙한 코드를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는데 지겹기는커녕 날로 그 힘이 증폭되고 있다는 데서 놀라움을 준다. 그것은 첫째, 멤버들의 결연한 ‘버라이어티 정신‘ 때문이기도 하지만, 둘째, 따스한 휴머니즘 코드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창의적이지는 않지만, 보편적이고 강력한 ’정‘의 위력! 그 힘이 <1박2일>을 점점 더 큰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있다.
그것이 이번에 다시 한번 남도의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졌다. 열대야가 엄습한 한여름밤에 본 것인데도, 화면 속에서 그 뜨거운 땡볕이 따스하게 느껴질 만큼 <1박2일>은 편안한 느낌을 줬다. <무한도전>에서 받은 상처를 씻어줬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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