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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손담비 화살받이사태의 교훈

 

지난 주에 <드림>과 관련해 손담비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왔었다. 이상했다. <드림>의 주연은 주진모와 김범이다. 그런데 왜 손담비지?


<드림>이 한 자리수 시청률밖에 못 올리는 것에 대해 손담비에게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기사가 나오기도 하고, 손담비가 <드림>의 반전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대체로 손담비의 연기변신에 부정적인 논조가 많았다고 할 수 있다. <드림>의 PD가 직접 ‘손담비의 실패가 어떻다느니 하며 <드림>에 대해 악평을 하시는데 그 실패에 대한 기준과 근거가 무엇인지 공개적으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원하신다면 공개 토론을 할 용의도 있습니다’라며 울분에 찬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다시 묻고 싶어진다. 분명히 주연은 주진모와 김범이다. 그런데 왜 손담비지?



- 화살받이가 된 손담비 -


국어사전에 화살받이는 ‘갖은 질책과 비난을 집중적으로 받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그런데 화살받이의 뜻을 이것만으론 설명할 수 없다. 군대 한 복판에 있는 장수에게 화살이 집중된다고 해서 화살받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화살받이는 맨 앞에 서서 핵심적 전투원들을 보호하는 인간방패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주연이 드라마가 망했을 때 갖은 질책과 비난을 집중적으로 받는 건 당연하고, 그걸 가리켜 화살받이가 됐다고 할 수는 없다.


주연도 아닌데 욕은 혼자 다 먹고 있는 사람, 덕분에 그 뒤에 있는 주연들은 몸에 흠집하나 나지 않으며 안전을 구가하고 있는 상태. 그렇게 주연들의 방패 역할을 하는 사람을 화살받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손담비는 완연한 화살받이다.


손담비에게는 드라마도 없다. 즉, 주연을 부각시키기 위해 반드시 제공되는 구구절절한 개인사연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드림> 초반 주진모의 드라마틱한 추락과 개인적 좌절, 희망, 심지어 여자관계까지 구구절절이 제시될 때, 그리고 김범의 가족사와 그 가족의 주변인물들 이야기까지 역시 구구절절이 제시될 때, 손담비는 환한 웃음과 우월한 ‘기럭지’만을 띄엄띄엄 보여주고 있었을 뿐이다.


즉, <드림>이라는 드라마는 초반부에 손담비를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평범한 조연 신인배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대신에 주진모와 김범에겐 절대적인 에너지를 투입했다. 그 둘이 드라마를 이끌어나간 구도다. 그리고 초반 성적이 어두웠다.


그런데 비난은 손담비에게로. 그녀는 극의 흥망과 아무 상관이 없었는데? 억울한 화살받이다. 주진모와 김범에겐 그들에게 갈 화살을 막아 주는 영웅적인 수호천사라고 할 수 있겠다.



- 신인배우 손담비는 자기 역할을 잘 하고 있다 -


<드림> 1편에서 손담비는 신인배우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물론 그건 손담비의 압도적인 신체적 자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신체적 자산도 분명히 연기자의 능력이다.


작품을 통째로 감당하는 소지섭의 ‘폭풍간지‘를 과연 그의 연기력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소지섭의 신체적 자산을 빼놓고는 절대로 연기자 소지섭의 매력을 설명할 수 없다. 다른 대부분의 스타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손담지의 환한 미소와 우월한 기럭지는 연기자로서 그녀의 자산인 것이 맞고, <드림>에서 그녀의 매력은 분명히 플러스 요소로 작용했다. 사실 손담비야말로 <드림> 홍보의 일등 공신이라 할 만하다.


<드림>은 대부분 손담비의 이름을 통해 이슈화됐다. 주진모와 꽃남 F4 김범의 존재감은 사라져버렸다. <드림>은 손담비의 연기 데뷔작으로만 알려지고 있다. 드라마 홍보에 1당 100의 역할을 한 셈인데, 이 정도면 훈장을 달아줘야 한다.


주진모와 김범의 존재감 추락은 기이하다. 그들은 존재감이 추락했다는 사실조차 화제가 안될 만큼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어떻게 조연배우에게 드라마의 흥망이 걸렸다는 이상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 됐을까? 오로지 화제가 되는 것은 손담비, 손담비, 손담비뿐. 손담비가 화살을 맞아 고슴도치처럼 되며 나머지 사람들에게 갈 상처를 감싸주고 있는 형국이다.



- 손담비 화살받이 사태의 교훈 -


그런데 손담비는 왜 그렇게 욕을 먹게 됐을까? 네티즌은 손담비에게 ‘언플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사람들은 과도한 홍보성 기사들로 그녀가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느껴왔다. 그런 가운데 <드림>은 방영 전부터 ‘손담비의 데뷔작’이라는 기사들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또 손담비야? 어디 얼마나 잘 하는지 두고 보자’라는 대중심리가 만들어질 구도로 간 것이다.


<드림>은 손담비의 드라마가 아니며, 주진모와 김범의 작품에 손담비가 신인배우로서 배우는 자세로 임할 뿐이라는 겸손한 이미지를 형성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조연에게 드라마의 책임을 묻는 이상한 일은 안 생겼을 것이고, 손담비의 부족한 부분도 사람들은 이해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보편적인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공주든 왕자든 시청자가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사실. 시청자는 가만히 있는데 ‘이 사람이 최고다, 이 사람이 최고다’라고 자꾸 내리누르면 반발심이 생기게 된다. 손담비 측이 아마도 너무 앞서서 스스로 공주님의 홍보를 했다고 사람들은 느낀 것 같다. 이것 말고는 손담비가 딱히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비난의 표적이 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이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교훈이다. 대중 앞에 서는 사람은 언제나 겸손한 느낌을 줘야 한다는 것. 그쪽에서 먼저 잘났다고 치고 나오면 반드시 악플지옥에 빠지게 된다. 손담비 측은 매사에 그녀를 주인공으로만 부각시키는 건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손담비 개인의 매력과 성실성은 충분하다고 보이기 때문에, 과도한 부각만 없으면 곧 비호감 댓글들과 결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