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개그맨 김경진이 <무한도전>의 부름을 받고 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안타까운 장면이 있었습니다. 번지점프대 위에서 시간을 보내야했던 멤버들이, 자력으로는 웃길 수 없자 인연이 있는 연예인들을 급히 섭외했던 것이죠.
김경진은 무려 4시간에 걸쳐서 불원천리 그 자리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퀴즈를 맞히면 올라 올 수 있고, 못 맞히면 그냥 가버리라는 요구를 받았지요. 황당한 요구였습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사람을 부른 건 <무한도전> 측이었으니까요. 김경진이 먼저 연락해 부득부득 오겠다고 우긴 것이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사람을 불러놓고 퀴즈 못 맞혔다고 그냥 가버리라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지요. 4시간이나 달려왔는데 얼굴을 비춘 건 불과 4분 남짓이었습니다. 그러자 바로 이런 기사가 나왔습니다.
‘무도 김경진 4시간 달려 5분 출연! 네티즌 ‘너무해’‘
<무한도전>이 무명 개그맨이라고 사람을 무시했다, 그래서 보기가 불편했다는 얘기였지요. 특히 김경진을 부른 당사자인 박명수가 몰인정하다는 욕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랬을까요?
사람을 무시했다기보다는, 오히려 무명 개그맨인 김경진에게 한번이라도 더 기회를 주려는 박명수의 배려가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잠깐이라도 얼굴을 비추는 것은 대부분의 연예인들에게 상당한 기회이니까요. 또, 김경진이 그렇게 돌아간 것은 오히려 그에게 득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김경진은 번지점프대 위에 올라와 앉아도 병풍 노릇밖에 못 했을 겁니다. 김경진이 나온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이 그런 양상으로 흘러갔던 전례가 있습니다. <무한도전>이 그를 안타깝게 돌려보냄으로서 김경진을 드라마틱하게 부각시켜준 것이지요. 단 4분이라지만 그 순간만큼은 김경진이 <무한도전>의 주인공이었고, 박명수에게 울분의 항의를 해 빵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의 성과를 얻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인간적인 견지에서 봤을 때, 기껏 사람을 불러놓고 불과 몇 분 만에 내치는 구도는 결코 아름답지 못했죠. 그래서 <무한도전>이 비인간적으로 느껴졌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무명 개그맨이 아닌 스타 걸그룹 카라였다면 그렇게 무시했겠느냐는 비난도 있었지요.
이번 주 197회에서 <무한도전>은 결코 무명 개그맨이라고 김경진을 무시한 것이 아님을 증명했습니다. 이번 주에 가수 정인도 번지점프대로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그 위로 올라와 토크에 참여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별다른 임팩트도 없었고, 결정적으로 출연시간이 2분 남짓이었습니다. 김경진보다도 못했던 것입니다.
뒤이어 무명 김경진과 비교됐던 수퍼스타 카라가 등장했습니다. 카라는 멤버가 5명이나 되는데요, 그 5명이 합쳐서 출연분량이 4분 남짓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김경진보다 훨씬 유명한 니콜은 아예 입도 뻥끗 못하고 사라져갔죠. 케이윌과 정주리도 둘이 합쳐 3~4분 정도 나왔습니다.
김경진이 무시당한 것이 아님을 확실히 증명한 것이죠. 오히려 김경진에게 드라마틱한 상황극을 만들어줘 그를 부각시켜준 겁니다. 번지점프대에 초대된 연예인을 통틀어 김경진이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니까요. 결국 지난 주에 <무한도전>은 억울한 비난을 들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비난했던 사람들이 잘못한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복잡한 전후사정 다 따져가면서 TV를 보는 건 아니니까요. 기껏 사람을 불러다놓고 그냥 가버리라는 건 확실히 안 좋은 구도였습니다. 그것은 사람을 가볍게 여기는 듯한 느낌을 주니까요.
그러니까, 가능하면 그런 느낌을 주지 않는 구도를 만들도록 세심히 주의해야겠죠. 요즘 사람을 우습게 잘라버리는 풍토 때문에 사회적 우울증까지 생길 지경입니다. 프로그램이 사람을 우습게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런 상처를 건드리는 셈이 됩니다. 즐겁게 보는 사람들도 물론 많겠지만, 소수라도 누군가는 그런 장면을 보며 불편해할 겁니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까지 세심히 생각해주는 <무한도전>이 되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요.
눈벌판과 게임으로 점철돼 단조로운 감을 줬던 이번 알래스카 특집은 교민들과 따뜻한 칼국수를 나누며 막을 내렸습니다. 황량한 벌판을 헤매다가 마지막 대목에 이르러서 ‘사람’이 등장했던 것이죠. 그때가 가장 보기 좋았습니다. 사람 사이의 따뜻한 정이 느껴졌으니까요. 이렇게 사람에 대한 따뜻함이 느껴지는 구도가 진정 <무한도전>다운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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