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민망한 몰카를 선보여 맹비난을 받았던 <청춘불패>가 또다시 비슷한 느낌을 주는 몰카를 방송했습니다. 불편함을 줄 뿐만 아니라 예능적인 재미조차도 없는 이런 몰카를 왜 자꾸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이번 주 <청춘불패>는 신인 아이돌인 엠블랙의 이준을 초대했습니다. 이준은 ‘하늘같은 선배’들인 김태우, 나르샤 등과 함께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기 위해 산에 갑니다. 그곳에서 이준은 실수를 하게 되고,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선배들이 이준을 두고 서로 싸운다는 몰래카메라였습니다.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면서 이준은 안절부절 못하게 되고, 결국 뜬금없는 복근댄스와 매미 흉내내기를 하기에 이르죠. 그렇게 한 사람을 실컷 곤혹스럽게 만든 후에 몰래카메라라며 폭소를 터뜨리는 형식이었습니다. 웃는 건 프로그램 안의 출연자들뿐이지, 시청자 입장에선 그다지 웃음포인트를 찾을 수 없는 어색한 방송이었지요.
이런 형식의 몰래카메라가 불편한 이유는 선배가 후배를, 즉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구도이기 때문입니다.
<청춘불패>의 지난 번 ‘선화몰카’도 그랬죠. 선화가 지각해서 사람들이 화를 낸다는 몰카였습니다. 지각하면 공동체에 폐를 끼치게 되므로 그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화를 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청춘불패>에서 화를 내는 모습이 불편했던 건 ‘감히 후배가 선배를 기다리게 했다’는 논리가 깔려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선배들은 위계질서 운운하며 선화를 공격했고, 당황한 선화는 연신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사죄했죠. 이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군사문화, 서열문화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근본적으로 위에 언급했듯이, 강자들이 작당해 약자를 괴롭히는 구도였기 때문에 보기가 괴로웠지요. <오빠밴드>도 선배들이 후배인 정모를 괴롭히는 몰카를 방영해 비난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구도는 지지를 받기가 힘듭니다.
반대로 최근에 시청자의 환호를 받았던 <남자의 자격> 몰카는 약자들이 강자를 향해 작당한 것이었습니다. 강자도 보통 강자가 아니라 예능계의 절대 지존급이라 할 수 있는 이경규였지요. 강자를 향해 약자들이 반란을 모의한다는 설정은 강렬한 흥미를 자아냈습니다.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국민MC 3인방 중에 군림만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유재석은 군림이라는 단어가 아예 안 어울리는 사람이고, 강호동은 비록 강짜를 부리지만 후배들에게 곧잘 당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경규는 군림하며 인기를 잃었다가 <남자의 자격>에서 후배들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되찾았죠.
이런 상황에서 <청춘불패>가 자꾸만 후배 괴롭히는 선배, 약자 괴롭히는 강자 컨셉의 몰카를 방영하는 것은 황당합니다. 김태우가 위계질서를 내세우는 것도 그렇구요. 그야말로 어색하고 민망한 몰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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