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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개콘, ‘술 푸게 하는 세상‘ 진짜로 찍혔나?

 

어떻게 생각하면 황당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개그콘서트>의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이 진짜로 막을 내린단다. 다음 주가 끝이라고 한다. 집권당 국회의원이 ‘찝찝하다’고 지적하자마자 정말로 사라지는 것이다.


황당하다는 건 이런 일이 정말로 벌어질 줄은 상상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21세기다. 1980년대가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일개 개그 프로그램 코너가 외압에 왔다 갔다 한단 말인가. 정말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벌어졌다. 그래서 황당하다.


무섭다는 건 개그 프로그램의 대사 하나까지 일일이 힘 있는 분들의 허가를 맡아야 하는 분위기가 무섭다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에서 무슨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겠나. 앞으로 세상을 풍자하려는 개그맨들은 알아서 기며 ‘자기검열’을 하게 될 것이고, 표현은 위축될 것이다. 시청자는 ‘맹탕’ 개그만을 보게 될 것 같다.


안타깝다는 건 이게 오해일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개그콘서트> PD는 외압 때문에 끝내는 게 아니라며 “오히려 정치권의 지적 때문에 코너가 더 오래할 수 있었다 ... 개그콘서트 안에서 코너가 막을 내리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기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것처럼, 외압과는 아무 상관없이 끝내는 것인데 정황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받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안타깝다. 국회의원이 지적하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사안이다. 이럴 때 기다렸다는 듯이 끝내면 외압 관련 오해를 받을 거란 건 100% 분명한 일이었다.


그런데 왜 굳이 지금 끝낸단 말인가?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 전에 그런 의미가 부여되지 않을 상황을 만들었어야 했다. 지금 상황에선 오해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정말로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을 끝낼 예정이었다고 해도, 외압 관련해서 물의를 빚은 이상 몇 달은 더 유지를 했어야 했다. 그리고 나서 인기가 완전히 사라졌을 때 끝냈다면 지금 같은 오해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KBS입장에서도 망신이고, 사회적으로도 득 될 게 하나도 없는 일이다. 이 일은 권력에 의해 개그 프로그램조차 입이 막힌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갖도록 해, 우리 사회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고 신뢰지수를 떨어뜨리는 일이 됐다. 몇 달만 참았으면 될 일을 왜 이렇게 최악으로 끌고 간단 말인가? 안타깝다.



- 1등 입맛에 맞는 내용만 방송되는 더러운 세상? -


만약 진짜로 국회의원의 한 마디가 무서워 사람들의 이목을 무시하고 황급히 끝내는 거라면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국민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부디 그런 일이 아니기만을, 정말로 오해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국민이 심각하게 오해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생기고 있다. MC 블랙리스트도 당초 없었다고 했지만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김제동도 출연료 문제가 아닌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추측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이렇게 외압에 대한 추측이 힘을 얻을 때 국민은 더 이상 방송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과거에 방송을 신뢰할 수 없었던 국민들은 ‘유비통신’을 만들고, 스스로 풍자 개그, 은어시리즈들을 만들어 즐기기도 했다. 방송 따로 국민 따로였던 것이다.


이젠 그런 시대가 끝났다고 다들 생각했었는데, 국회의원 한 마디에 개그 프로그램 코너가 막을 내리는 모양새는 그 시대를 떠올리게 만든다. 왜 이렇게 최악의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야 할까? 거듭 안타깝다.


이대로 가면 우리 사회는 불신에 빠질 수밖에 없다. ‘1등 입맛에 맞는 내용만 방송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생각을 국민들이 할 때 국격이 살아날 수 없다. 국가의 위신, 국민의 자존심, 모두 바닥에 떨어질 것이다. 말로만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이번처럼 오해할 수밖에 없는 일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제발 믿을 수 있게 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