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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김제동과 무한도전의 저주가 사고 쳤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투표율이 무려 54.5%가 나온 것이다. 제 1회 지방선거를 제외하면 역대 지방선거 중 최고 투표율이다.


최근 투표율이 경향적으로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는 훨씬 낮은 투표율이 나올 거라고 예상됐었다. 2008년 총선의 경우 투표율이 46.1%였다.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지방선거의 특성상 높은 투표율을 기대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54.5%가 나왔다. 이건 젊은층이 투표를 했다는 이야기다. 전통적으로 고연령층은 오전에 젊은층은 오후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 오후 투표율이 더 높았다는 점으로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오전, 오후를 떠나서 54.5%라는 수치 자체가 젊은층이 나서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수치였다.


그에 따라 젊은층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여당이 재난을 당했다. 수도권 승부처에서 고전하고 텃밭인 PK에서마저 흔들린 것이 뼈아픈 일일 게다.


누가 젊은층들을 일으켜 세웠을까? 근본적으로는 촛불시위 때부터 누적된 분노가 원인일 것이다. 네티즌 여론을 보면 최근 젊은층의 민심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요즘 김제동 사태가 기름을 부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저기서 하차하고 낭인 신세로 떠돌던 김제동이 최근에 케이블TV에서마저 떠밀려났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젊은층 네티즌의 민심이 폭발했다.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었다.



<개그콘서트>가 핍박받으면서, 개그맨마저 압력을 받는 나라에서 어떻게 사느냐는 분노가 터지기 시작했다. 젊은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무한도전>이 위협받으면서도 분노가 커져갔다. 거기에 김제동 사태까지 발생하자 분노의 댓글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정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건 아니다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의혹이었다. 그 네티즌들이 트위터로, 전화기로 투표독려에 매진했을 것이다.


결국 대중문화계에 대한 권력의 지나친 압박의혹은 ‘김제동과 무한도전의 저주’로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갔다. 젊은층에게 친숙한 연예인들이 핍박당한다는 의혹이 터져 나오면, 일이 커지고 결국 젊은층의 분노를 부채질할 거라는 당연한 생각을 못했던 것일까?


<개그콘서트>나 <무한도전>, 김제동 관련 소식은 정치뉴스면이 아닌 연예뉴스면에 실렸고, 따라서 일반적인 정치 이슈보다 훨씬 많은 젊은층에게 읽혔다. 연예뉴스를 통해 젊은층이 정치적 사고를 하게 되고, 불끈해서 투표장을 찾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권력의 과도한 억압이 결국 자해일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 일이다. 좌파, 우파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보장돼야 할 자유는 보장해줘야 한다. 대중문화인이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것조차 보장해주지 못하고 잘라내버린다든가, 예능프로그램이 자유롭게 표현할 자유를 억압한다는 의혹이 생기면 격렬한 반발을 피할 수 없다.


그런 억압은 대중문화인들을 위축시켜 결국 한국 대중문화의 창조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사회를 보는 날카로운 눈을 잃어버린 대중문화의 수준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문화경쟁력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그 경쟁력을 깎아먹는 일이다.


게다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정치적 이해득실로 따져도 집권세력에서 해가 된다. 국민의 반발을 초래해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므로 어느 모로 보나 대중문화계에 대한 억압의혹은 없었어야 할 일이었다.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젊은층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대중문화를 꽉 눌러야겠다’가 아니라, ‘과도한 억압으로 국민의 분노를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대중문화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질주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런 풍토를 만들어주는 권력이 결국 국민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