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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장진영 남편을 왜 욕할까

 

고 장진영의 남편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과거 장진영의 생일파티 모습과 당시 자신이 프러포즈하는 사진을 올렸다고 한다.


이것이 기사화되어 포털에 걸렸는데, 그 기사를 클릭하고 놀랐다. 상당수의 악플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지겹다 그만 해라’, ‘죽은 부인 언제까지 우려 먹냐’, ‘자기 책 마케팅하는 것 아니냐’ 이런 식의 내용들이었다.


이상하다. 장진영의 남편이 그 사진들을 광화문 4거리에 전시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개인 미니홈피에 올렸을 뿐이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자신의 추억을 담은 사진들을 미니홈피에 올린다. 장진영의 남편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법이 있나?


누구에게나 사랑이 있고, 아픔이 있는 법이다. 그것을 추억할 자유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있다. 깊은 상처일수록 그것이 아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남이 그런 상처를 받았다면 그가 추스를 때까지 여유 있게 지켜봐주는 게 도리 아닐까?


어떤 사람이 떠나간 이를 잊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충분히 분노하고, 슬퍼하고, 애도하는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 애도기간을 갖지 못하면 떠나간 사람이 마음속에 남아 어떤 식으로든 남아 있는 사람의 삶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누군가가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것을 다그쳐선 안 된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그런 이별을 당했을 때 스스로에게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할 것이다.


장진영이 떠난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다. 아직 못 잊는 게 더 당연한 시간이다. 이제 지겨우니 그만 두라는 악플은 너무나 몰인정하게 느껴진다.


뭔가, 우리 사회에서 여유라든가 관대함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 이번 기사의 악플들을 보면서도 그랬다. 왜들 그렇게 조급한가? 왜들 그렇게 타인에게 박정한가? 상처가 나을 때까지 기다려줄 순 없을까?


물론 포털에 걸린 기사에도 문제는 있었다. 기사는 ‘고 장진영 남편, 포러포즈 사진 공개’라는 식의 제목이었다. 이러면 마치 장진영의 남편이 기자들을 불러 모아서 언론플레이를 하기라도 한 듯한 인상을 준다. 반발심이 생길 수도 있는 내용이다.



아무리 그래도 남아 있는 사람의 애도행위에는 좀 더 관대한 시선이 필요했다. 게다가 기사를 읽어보면 언론플레이가 아니라 개인적인 미니홈피에 추억의 사진을 올린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우리 모두가 하는 행동인데 장진영의 남편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건 무슨 억하심정인가? 더 관대해야 할 사안에 대해 더 차가운 시선을 주는 것이다. 야박하다.


책 판매 마케팅이 아니냐는 비난도 많은데, 이미 폭삭 망해버린 한국 출판시장에서 아주 가끔 등장하는 대박 서적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경우에 책 판매 수익은 별 의미가 없다.


장진영의 남편을 향해 이렇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과시하다가 나중에 다른 여자 만나면 어떡할 거냐며, 마치 벼르기라도 하는 듯한 악플들도 있다. 이대로라면 만약에 그가 새 출발을 할 경우에, 패륜이라도 저지른 듯이 비난이 퍼부어질 것 같다.


건강한 사람은 사랑하고, 이별하고, 애도하고, 그리하여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떠나보내고, 다시 새 출발하며 산다. 그것이 삶이다. 이 과정을 못하는 사람은 과거에 고착되어 현재를 살지 못하는 사람이다. 새 출발은 배신도 아니고 이중성도 아니다. 남이 애도하는 꼴을 못 봐주며 화를 내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남이 새 출발하는 꼴을 못 봐주며 화를 내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타인을 좀 더 관대하게 봐주는 우리들이 되는 게 좋겠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이 세상이 따뜻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