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어장 비, 5분 굴욕방송의 효과

 

<황금어장 -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비가 굴욕을 당했다.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김연아에게 분량이 집중되면서 비의 출연분이 달랑 5분 짜리로 편집됐던 것이다.

그나마 그 5분 속에서 비가 주인공이었던 것도 아니다. MC들은 비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낄낄거렸다. 비는 병풍처럼 앉아있는 신세였다. 심지어 자리에 있지도 않은 김연아 관련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기도 했다.

<무릎팍도사> 녹화중인 김연아와 통화하기 위해 전화를 했었지만 상대가 전화를 그냥 끊어버리기도 했다. 이른바 월드스타 소리를 듣는 비에게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었다.

최근에 비는 어디 가나 ‘칙사’ 대접을 받았다. <강심장>의 그 수많은 게스트들 중에서도 비에게만 단독샷이 집중됐었다. MC들은 비를 보면 쩔쩔 맸고, 게스트들은 그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는 일반적인 연예인과 다른 세계에 있는 ‘엄청난 분’ 같았다.

그랬던 비가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 신정환에게 ‘듣보잡’ 취급을 당한 것이다. 심지어 김구라는 김연아나 하다못해 아사다 마오가 더 좋다면서 ‘비는 그냥 셀카로 찍든지 말든지’라는 굴욕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 이경규와 굴욕 -

이것은 <명랑히어로>를 떠올리게 했다. <명랑히어로>에 이경규가 합류했을 때 네티즌 사이에 하차요구운동이 벌어질 만큼 여론이 안 좋았었다. 그럴 정도로 이경규가 비호감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때와 지금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바로 굴욕이 있었다. 이경규는 후배들에게 무시당하고, 굴욕당하며 ‘찮은이형’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 결정적인 사건이 김구라의 이경규 무시 사태였다. 김구라가 이경규를 빼버리자며 그의 진퇴를 놓고 투표를 하자고 선동했던 사건이다.

새카만 후배가 감히 선배의 진퇴를 놓고 투표를 하자니, 하극상도 이런 하극상이 없었다. 이경규는 그런 굴욕을 웃으면서 당해줬고 그러자 대중이 이경규에게 인간미와 호감을 느끼게 됐던 것이다.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가 호리호리한 김국진에게 고양이 앞의 쥐 신세가 된 것은 그 이미지 변화에 마침표를 찍는 사건이었다. 즉, 이경규를 김구라와 김국진이 굴욕으로 살려준 셈이다.

- 굴욕의 5분 방송과 김구라의 무시 -

비에게도 그런 굴욕이 필요했다. 비는 최근에 ‘월드스타’라고 칙사대접을 받으면서 비호감을 키워왔다. 사람들은 비가 거만해졌다고 했다. 지나치게 떠받들어지는 구도에 대한 필연적인 반감이다.

그러자 비가 무슨 말을 하든, 어디에 출연하든 구설수가 따라다녔다. 별것 아닌 말을 해도, 그저 단순한 농담일 뿐이었는데도, 사람들은 그를 비난했다. 한동안 비 욕하는 것이 트렌드처럼 느껴졌을 정도다.

이럴 땐 비가 눌리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보여질 필요가 있었다. 방송에서 밟히면 사람들은 그가 거만하다거나, 지나치게 떠받들어진다는 생각을 더 이상 안 하게 된다. 연민을 갖게 되거나, 인간미를 느끼고 호감으로 돌아서게 된다.

바로 <황금어장> 굴욕의 5분 방송이 비에게 그런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할 수 있었다. 김연아와 김구라의 원투펀치가 비의 이미지를 반전시켰다고나 할까?

<라디오스타> 속에서 비는 MC들이 자기를 무시하고 딴소리를 해도, 남에게 포커스가 가도 환하게 웃으며 흐름에 동참했다. <라디오스타>의 마이너적 분위기에 기꺼이 동화되는 소탈한 모습이었다. 이것은 무슨 황태자처럼 떠받들어지던 최근 여타 예능프로그램에서의 ‘특권층’ 이미지를 중화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 면에서 <라디오스타>와 김구라의 무시는 비에겐 하나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도 떠받들어서 하늘 위에 떠있는 듯한 이미지를 갖게 됐던 비를, 이 프로그램과 김구라가 땅으로 하강시킨 것이다. 이러면 인간미가 생긴다.

비는 앞으로 이렇게 굴욕을 종종 당하며 겸손한 이미지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불필요한 비난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