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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1박2일 강호동의 미친존재감 폭발

 

30일에 방영된 <1박2일> 경주수학여행편 2회에서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것은 바로 편안함, 소탈함, 인간미와 그로 인한 보편적인 친근함이다.


이번 회에 <1박2일> 멤버들은 문화재를 찾아 경주 시내를 누볐다. 자연스럽게 시민들과 접촉할 수밖에 없었다. 시민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여타 예능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청소년은 아이돌 보듯이 열광하는데, 동시에 연세 드신 분들도 마치 <6시 내고향> 리포터를 대하듯이 <1박2일> 멤버들에게 정을 표시했다는 데 있다. 바로 이것이 보편적인 친근함이다.


남녀노소 모두가, 그야말로 온 국민이 <1박2일>을 좋아하는 것이다. 현지 주민들은 <1박2일> 멤버들에게 다가서는 데에 거리낌이 전혀 없었다. <1박2일>이 지방을 순회할 때마다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만큼 멤버들이 평소에 소탈함과 인간미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들을 마치 동네 청년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1박2일>의 인기를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다. <1박2일>이 어떤 창조성이나 실험정신, 비판정신, 재기발랄한 감각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만 소중한 가치가 아니다. 연세 드신 국민들까지 모두 포용하는 편안함도 분명히 의미 있는 가치이고 <1박2일>은 그것을 잘 구현하고 있다.


<1박2일> 멤버들을 끌어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중 상당수는 <무한도전>의 호흡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공감도 못할 것이다. 그래서 <무한도전>에는 주로 젊은층이 공감하고, 젊은층의 열정적인 지지를 받는다. 특히 인터넷에서의 지지 열기는 절대적이다. <1박2일>은 특유의 편안함으로 인해 그런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는 장년층 이상 시청자의 조용한 지지까지 함께 받는다.



<무한도전>은 <무한도전>대로 의미가 있고, <1박2일>은 <1박2일>대로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므로 <1박2일> 기사가 날 때마다 항상 따라붙는 <무한도전> 팬들의 <1박2일> 폄하 댓글은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발끈한 <1박2일> 팬들도 <무한도전> 관련 기사에 악플을 달기 때문에 두 프로그램 기사만 떴다 하면 댓글 싸움판이 생긴다.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무조건 부정할 것이 아니라, 각각의 프로그램의 성격과 가치를 모두 인정해야 한다. 이번 <1박2일> 경주수학여행편은 이 프로그램에 대한 국민들의 보편적인 사랑을 확인시켰다. 국민에게 그렇게 편안한 즐거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굳이 폄하할 이유는 없다.


- 개랑 상황극하는 강호동, 진정한 국민MC -


이번 경주수학여행편에서는 아주 특이한 상황이 나타났다. 언제나 중요한 순간에 이겨왔던 승부사 강호동이 낙오당한 것이다. 이것은 마치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가 몰카를 당할 때와 같은 쾌감을 줬다. 강호동은 절대 강자다. 그래서 그가 당하는 것만 봐도 통쾌하다.


단지 강호동이 당하기만 해도 재밌는 구도였는데, 단지 강호동이 외롭고 쓸쓸하게 ‘개고생’만 해줘도 재밌는 구도였는데, 강호동은 이 구도를 뒤집어버렸다. 자기가 다른 멤버들을 몽땅 다 낙오시키겠다고 호기를 부린 것이다.


이것이 전혀 어색해보이지 않았다. 강호동의 ‘미친 존재감’ 때문이다. 보통은 낙오된 사람이 외로워보인다. 100이면 100 그렇다. 강호동만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혼자서도 여전히 화면을 장악하고 있었다. 다른 멤버들이 모여 있는 장면보다 낙오된 강호동이 혼자 있는 장면이 더 재밌었다.



강호동을 낙오시켰다고 좋아하는 다른 멤버들이 오히려 통째로 ‘여행지에서 부모 잃은 아이들’처럼 쓸쓸해보였다. 방송분량도 강호동이 훨씬 많이 뽑았다. 다른 멤버들은 머리싸움을 하면서 MC몽과 이수근이 잠깐 웃음을 줬지만, 강호동의 낙오행각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로웠다.


그는 특유의 눈치작전으로 목표지점을 알아낸 후, 여유작작하게 방송분량을 뽑아나갔다. 한시 바삐 멤버들과 합류하겠다는 조바심 따위는 티끌만큼도 비치지 않았다. 길바닥에 앉아 갖은 원맨쇼를 하더니 급기야 동네 개와 상황극을 펼치기도 했다. 가히 국민MC의 ‘위엄’이었다.


멤버들이 모두 이리 뛰고 저리 뛴 문화재 탐방보다 강호동의 여유로운 경주유람이 더 경주의 정취를 잘 전해주기도 했다. 안압지의 야경을 소개한 것은 그 절정이었다. 같은 시간 버스에 갇혀 있다가, 숙소에 갇혀 있는 다른 멤버들이 더 답답해보일 정도였다.


혼자서 컵라면 먹는 모습에조차 시청자를 몰입시킬 정도로 무시무시한 미친 존재감이다. 낙오자가 자신의 존재감으로 스스로를 주연으로 만들어버렸다. 강호동이 이번 경주수학여행편에서 뜻하지 않은 낙오로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증명해보인 것이다. 혼자서도 여전히 흐름을 주도하는 그를 보며 ‘역시 강호동’이라는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낙오됐을 때 선명히 나타난 판단력, 여유, 그리고 카리스마. 강호동, 그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