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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유재석 이승기, 이 어메이징한 사람들아

지난 주말의 주인공은 유재석, 이승기, 그리고 카라였다. 카라는 걸즈토크 앨범이 발매 12주차에 오리콘 데일리 앨범차트 1위에 등극하며 최근 일본에서 불고 있는 '카라 현상'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또 <우라카라> 지영편이 크게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국내에선 유재석과 이승기가 단연 주인공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둘은 동시에 비슷한 것을 보여줬다. 먼저 유재석의 경우는 <무한도전>에서 보여준 매력이 화제가 됐다. 마치 유재석 특집 같았다.

이번 <무한도전>은 멤버들끼리 동계올림픽이라는 이름으로 평창에서 각종 게임을 하는 내용이었다. 눈 쌓인 언덕에 멤버 모두가 오르는 것이 마지막 과제였다. 경사가 매우 심했고 와중에 눈까지 쌓여 있어 올라가기가 아주 힘든 조건이었다.

멤버들은 악전고투를 거듭했다. 미끄러움, 그리고 고지대를 오르는 체력적 한계와의 사투였다. 여기서 유재석은 맨 먼저 정상에 오름으로서 압도적인 체력을 보여줬다. 그가 어떻게 강호동과 함께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의 왕좌에 오를 수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에 연예계 몸짱을 주제로 인터뷰를 하면서 나는 유재석을 거론한 적이 있었다. 유재석은 보통 몸짱으로 잘 거론되는 사람은 아니지만, 가끔씩 화면에 비쳐지는 그의 단련된 몸은 분명히 그에게 상당한 매력요인이 되고 있다. 시각적으로도 매력적이지만, 그 몸을 통해 그의 성실성을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인상적이다.

하이라이트는 그 다음에 시작됐다. 죽을 힘을 다해 정상에 올라갔던 유재석은 동료들이 올라오지 못하자 다시 줄을 잡고 밑으로 내려갔다. 동료들을 격려하고 자신의 몸을 붙잡아 올라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길이 끝까지 올라오지 못하자 그는 줄을 놓고 출발선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거기에서부터 다시 올라와 길을 밀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유재석의 리더십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가 왜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는지를 이 순간이 극명하게 보여줬다.

지난 품절남 특집 때도 그랬다. 그때 뒤에서 갑자기 차가 나타났을 때 함께 있던 여자 작가와 어떻게 대처하는가 하는 실험을 했었다. 다른 멤버들은 혼자 피하거나 자기가 먼저 안전한 곳으로 피하며 여자를 붙잡아줬는데, 유재석은 순간적으로 여자를 뒤로 보내고 자기가 위험한 전면에 나서서 시청자의 열렬한 찬사를 받았었다.

이번 동계올림픽 특집에서도 다른 멤버들은 언덕을 겨우겨우 한 번 오를 동안 유재석은 뒤처지는 멤버를 위해 사실상 언덕을 두 번 반 정도 오른 수준의 에너지를 소비했다. 희생이다. 남을 위해 가장 험난하고 힘든 위치에 스스로 서는 이미지. 이렇기 때문에 국민이 사랑하는 '국민MC'로서 그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 어메이징한 청년, 이승기 -

이승기도 비슷한 모습을 이번 <1박2일>에서 보여줬다. 누구나 힘들어하는 설악산 종주, 그는 자기 조에서 가장 먼저 대피소에 도착했다. 그랬다가 뒤처진 이수근을 마중하기 위해 다시 대피소를 나섰다. 모두가 다 대피소에 도착한 후에야 그는 다리가 쥐가 났다며 쓰러졌다.

PD는 그에게 괜찮냐고 계속 물었다. 그 이유가 나중에 밝혀졌는데, 알고 보니 그는 촬영 직전에 장염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도중에 포기할 수도 있다는 부담감을 안고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자기 조에서 누구보다도 빨리 대피소에 도착하고, 게다가 다시 이수근을 마중나가기까지 한 것이다. 그리고 상황이 완료된 다음에 쓰러졌다. 그만큼 긴장했었다는 소리다. 자기 하나로 인해 프로그램과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 없다는 생각이 그를 채찍질했을 것이다.

이건 유재석의 단련된 몸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성실성이다. 이수근을 마중하기 위해 다시 대피소를 나선 것은 유재석이 보여준 것과 같은 종류의 희생정신이었다.

모두 모여 저녁을 먹을 때도 그랬다. 극도로 열량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때 눈앞에서 삽겹살이 익어가고 있었다. 사람의 이성이 마비되는 상황이다. 생존의지가 의식을 음식에 집중시킬 수밖에 없다. 그때 제작진이 담요를 받아와야 한다고 하자 이승기는 즉각 자신이 대표로 다녀오겠다고 나섰다. 찰나의 망설임도 없었다.

<시크릿가든> 식으로 '이봐 이봐, 이러니 안 반하고 배겨? 이 어메이징한 청년아'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모습이었다. 이래서 이승기인 것이다. 젊은 나이에 황제라는 소리를 들으면 '백만안티'가 생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까칠한 네티즌들이 잠잠한 것은 이승기가 바로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유재석은 <무한도전>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며 절대적인 국민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건 일반적인 인기 프로그램 출연의 차원이 아니다. 어느 인기 연예인도 받기 힘든 '절대적인 성원'을 받을 수 있는 계기를 그 프로그램이 마련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승기에겐 <1박2일>이 그런 프로그램이다. 이승기에게 <1박2일>이 없었다면, 아무리 인기 있는 드라마와 예능에 출연하고 히트곡을 내놔도 '이 어메이징한 청년아' 소리는 못 들었을 것이다. 요즘 이승기의 예능 하차설이 나오고 있는데, <1박2일>만큼은 일반적인 예능과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국민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결코 흔치 않다.

무엇보다도 시청자의 입장에서, 이런 '어메이징한 청년'의 모습과 그런 모습을 가능케 하는 '어메이징한 프로그램'의 팀워크를 계속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