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 음악 칼럼

서태지 사과? 엿장수 마음대로

이번 서태지 사태에서 언론매체는 신비주의를 문제 삼는데 비해 일반 대중은 거짓말을 문제 삼았다. 엄청난 분노였다. 관련 기사들로 포털이 도배됐는데, 그 기사들마다 서태지 성토가 봇물을 이뤘다. 거짓말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과연 서태지의 거짓말은 잘못이며 사과를 해야 할까? 그렇다. 그를 믿는 팬들을 속인 것은 명백히 잘못이다. 따라서 사과해야 하는 것도 맞다.

물론 그가 국내에서 연예활동 자체를 아예 안 했기 때문에 거짓말을 적극적으로 했다기보다는, 결혼사실을 소극적으로 감췄다고 표현하는 것이 어울린다. 토크쇼에 나와 거짓 토크를 한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감췄을 뿐인 것이다. 아무튼 적극적이건 소극적이건 속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 부분은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대단히 잘못한 일도 아니다. 잘못이 맞긴 한데 그야말로 대수롭지 않은 잘못이다. 왜냐하면 사안 자체가 극히 경미하기 때문이다. 남의 사생활이다. 제 3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우리와 아무 상관없는, 그야말로 아무 것도 아닌 일이다. 그러므로 결혼을 하건 말건, 속이건 말건, 사과를 하건 말건, 이 사안 자체가 관심을 가지거나 논의할 만한 '깜'도 안 되는 일이다.

나는 성룡을 대단히 좋아했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그가 결혼까지 했고 아들도 숨겨왔다는 걸 알았다. 성룡은 팬인 나를 속였다. 잘못은 잘못이다. 하지만 나는 그다지 사과를 듣고 싶진 않았다. 사안 자체가 경미하니까.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다. 알고 봤더니 그의 액션이 모두 대역이었다고 하면 큰일이겠지만, 결혼을 공개하건 숨기건 무슨 대수인가? 사과 신경 쓸 시간에 영화나 잘 만들어주면 된다.

사안 자체가 '남의 사생활'이라는 큰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그 속에서 숨기건 말건 사과를 하건 말건, 큰 틀에서 이건 당사자가 알아서 할 일이 된다. 서태지가 '엿장수 마음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위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 이유는 그래야 사람들의 기분이 풀리고, 그에 따라 서태지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차원에서도 속은 사람에 대한 도리가 되고, 당장 비난을 최소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거짓말이 윤리적으로 잘못이란 건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무슨 말을 떠들어봐야 '됐고! 거짓말한 서태지는 나쁜 놈!'이란 악플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사과가 있다면 '본인이 잘못을 인정했으니 됐잖아'라고 사태를 진정시킬 수가 있다.

객관적으로 잘못이 있건 없건, 그런 것과 관계없이 대중이 때리면 맞아야 하고 불쾌하다면 무조건 사과해야 하는 것이 연예인의 숙명이다. 사리를 따지는 것보다 대중의 사랑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연예인들이 손해를 보면서도 안 좋은 일을 쉬쉬하는 것이고, 논란이 터지면 무조건 사과를 하는 것이다.

흔히 서태지를 마케팅의 귀재라고 한다. 이번 일은 그 말이 맞는 지를 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가 정말 마케팅 전략가라면 사과를 할 것이고 사과를 안 한다면 마케팅이니 전략이니 하는 것들과 담을 쌓은, 아무 생각 없는 뮤지션이라는 얘기가 될 것이다.


- 깜도 안 되는 일이 사태가 된 것은 -

앞에서 말했듯이 이번 일은 아무 것도 아닌 일이다. 서태지 비밀결혼 소식을 듣고, '어 그래?'하고 잠깐 놀란 다음, '아 그랬구나'하고 넘기면 그만인 가십에 불과한 일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일을 '사태'라고 표현했다. 왜 그랬을까?

실제로 한국 사회가 발칵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해 서태지의 비밀결혼 자체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인데, 한국 사회가 발칵 뒤집힌 일 그것이 바로 사태였다.

논의할 가치조차 없는 일, 분노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일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며 궐기했다. 인터넷 공론장이 폭발하고 뉴스데스크까지 연일 관련소식을 시리즈로 내보냈다. 정말 이상하고 논의할 만한 '깜'이 되는 일은 바로 이것이다.

왜 우리는 정말로 우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일들을 다 제쳐놓고, 아무 상관도 없는 남의 결혼사에 사회적 분노를 폭발시켰을까? 따져들어가야 할 것은 서태지나 이지아의 삶이 아니라, 바로 이런 우리 자신의 이상함인 것이다.

언론이 이번 일을 기회로 신비주의 박멸에 나선 것도 논의할 만한 일이다. 모두에게 '언론프렌들리'한 연예인이 되어야 한다고 엄포라도 놓는 것 같다. 그동안의 불친절에 보복이라도 하듯이, 서태지와 이지아에 대해 마구잡이 파헤치기에 나선 것도 우려할 일이었다.

바론 이런 것들이 사회적 문제이고, 사태라 할 만한 일들이다. 이에 비하면 서태지의 사생활 문제는 사과를 하건 말건 우리가 신경 쓸 필요 없는 극히 경미한 사안이다. 하고 싶으면 하고 말려면 말고, '아 돈 케어 에에에에에~'. 단 사과를 하는 게 좋다는 사실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