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립싱크금지법'이 발의됐다고 해서 논란이 분분하다. 가수는 당연히 노래를 잘 해야 하므로 립싱크를 하면 안 된다는 의견과 댄스가수들의 퍼포먼스를 위해서 립싱크는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즉 립싱크에 대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것인데, 이번 립싱크법 논란에서 논의해야 할 것은 그런 립싱크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립싱크법이 제기한 진짜 문제는 '국가가 문화적인 표현을 법으로 정하는 것이 맞는가', '한국이 문화표현을 잘못했다고 경찰이 잡아가는 나라가 되어야 하는가'라고 할 수 있다.

립싱크는 당연히 나쁜 것이다. 여기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논란거리도 안 된다. 당연히 비판의 지적이 있어야 하고, 립싱크를 몰래 하다 들켰다면 망신당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경찰이 잡아가서 징역을 살게 한다면 여기서부턴 문제가 달라진다. 갑자기 조악한 풍경으로 변하는 것이다.

우리가 통제사회를 흔히 비웃으며 하는 얘기들이 '어느 나라에선 풍기문란 대표선수들을 단체로 징역 살게 했다더라', '어느 나라에선 처신 잘못한 가수나 배우들을 탄광에 집어넣었다더라', 이런 것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나라에선 몰래 립싱크하다 걸린 가수들을 경찰이 잡아간다더라' 이런 얘기도 앞에서 열거한 웃기는 사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권력의 '오버'다.

공론장에서 비판하고 토론하며 방향성을 잡아야 할 것과 공권력의 물리력으로 처리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 규제의 철퇴가 가해질 영역은 공공영역이나 권력의 영역이다. 그러나 문화표현의 영역엔 공권력이 쉽게 개입하면 안 된다. 가수는 시민들이 매의 눈으로 째려보면 되는 것이고, 공권력이 몽둥이 들고 매의 눈으로 봐야 할 대상은 권력자들이다.

                              <붕어>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나는 가수다>같은 프로그램에 의해 가창력이란 가치가 재발견되고 아이돌들이 압박을 받는 상황이었다. 아이돌의 가창력이 점점 상향되고 있기도 하다. 문화적 흐름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경찰이 나타나고 교도소가 어른거리는 건 우악스럽다.

문화정책은 금지, 제거, 잘라내기보다 육성, 지원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아이돌 독점현상이 꼴 보기 싫다면 '저것들을 어떻게 잘라낼까' 이런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장르가 잘 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밀어줘야 할까' 이런 식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규제를 하더라도 방송사 차원에서 보다 다양한 음악프로그램을 편성하도록 규제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좋다. 립싱크나 핸드싱크를 전혀 하지 않는 공연전문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도록 하면 될 것이다.

100% 립싱크를 하는 아이돌도 별로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행하기에도 애매하다. 보통은 실황과 녹음이 섞인다. 립싱크의 기준을 정확히 어떻게 잡을 것인가? 각 그룹별로 라이브 되는 멤버 한 명씩만 영입하면 피해갈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한데, 그러면 그땐 멤버 전원 완곡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경찰이 잡아가는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하나?

글을 쓰다 휴대폰을 보니 오늘이 마침 5월 16일이다. 립싱크 금지법이라는, 철권 통치적 사고방식이 웬지 5.16 정신의 변종처럼 느껴진다. 난 박정희 통치의 의의를 인정하는 사람이지만, 문화표현 영역에서의 5.16 정신은 시대착오적이다. 아무리 복고가 유행이라지만 이런 복고는 부담스럽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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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다가.. 2011.05.17 22:04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제 얘기가요..
    이게 무슨 법으로 금지하고 말고 해야할 일입니까?

  2. 글쎄요 저도 립싱크법에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제대로 알고 쓰셨는지 의문이네요. 비싼 돈 들여서 온 관객들에게 립싱크임을 사전 고지하는게 소비자의 권리라고 하는 것이고 그건 그거 나름대로 일견 타당성이 있다고 보는데요.. 무슨 립싱크 전면 금지법도 아니고..

  3. 공연 예매나 티켓에 "본 공연은 립싱크가 포함되어 있다"라는 문구를 첨가하는걸 의무로 만드는 법인거 같던데 무슨 철권정치니 문화박해처럼 이야기 하시는데 그건 아닌듯 한데요. 반대의 논점을 완전 잘못 짚으신 듯

  4. 립싱크 금지 라는 다섯 글자만 보고 쓰신 것 같은데 하재근씨 옛날에 디워에 관한 글 보고 감탄 많이 해서 자주 보는데 이번 글은 좀 아쉬운 것 같네요

  5. 법의 골자는 "상업적인 공연, 즉 유료 공연에서 부득이하게 립싱크를 할 경우엔 사전 고지를 해야 하는 것" 입니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죠.

    • 립싱크 문제에 국가가 법과 물리력을 동원하는 것 자체가 오버다라는 얘깁니다
      본문에도 이렇게 돼 있네요
      '립싱크를 몰래 하다 들켰다면 망신당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경찰이 잡아가서 징역을 살게 한다면 여기서부턴 문제가 달라진다.'

  6. 당연히 질적으로 다른 문제죠.
    우선 현재 발의된 립싱크 금지법은

    `돈을 내고 입장하는 상업 공연에서 가수가 사전 고지 없이 립싱크 혹은 핸드싱크를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의 벌금을 내야 한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사전고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립싱크든 핸드싱크든 섞여 있든,
    할 수 있는겁니다.

    이런 제약은 소비자의 권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돈을 내고 공연을 관람하는 소비자들이 이정도 알 권리는 있다고 보는데요.

    이런 법은 원칙적으로 제재에 문제를 두는 것보다
    그런 것을 '사전고지해라'라는 것에 더 의미를 두는 법안입니다.


    립싱크 제한을 형사문제로 끌고 가는것은,

    이것은 소비자의 권리vs표현의 자유 의 문제로 보고,

    여기서 비교우위를 찾고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보장해야 하니
    징역이나 벌금은 지나친 제재다 라고 했으면 저도 인정했겠습니다.

    그런데 철권정치니 뭐니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로 단정지어 버리면,
    이건 시비를 거는 거지 책임있는 평론가의 글이 아닌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