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중사회문화 칼럼

라디오스타 김구라의 위험한 실언

이번 주 <라디오스타>에서 있었던 일이다. 중국에서의 한류 이야기를 하던 중에 갑자기 김구라가 '슈퍼주니어 중에서 신동 씨가 중국에서 인기가 많죠?'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약간 왕서방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들을 지상파 TV에서 버젓이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신동은 슈퍼주니어에서 '코믹함'쪽의 이미지가 강한 캐릭터다. 그런 캐릭터를 콕 집어서 중국과 연관시키는 건 무슨 억하심정인가?

김구라의 말은 '신동 = 왕서방 느낌 = 중국인 이미지', 이렇게 해석될 소지가 다분했다. 한국 쇼프로그램에서 이런 식으로 중국을 묘사하면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불쾌감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웃어넘긴 다른 출연자들도 위험하다. 웃어선 안 될 말이었다. 방송 중에 이런 말을 듣고 웃는 건 인종차별 문제에 경각심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지금과 같은 국제화 시대에 방송인들의 의식수준이 이러면 위험하다. 언제든 국제적인 사고가 터질 수 있다.

이 말을 잘라내지 않고, 자막과 그래픽 처리까지 해가며 방송한 <라디오 스타> 제작진의 의식도 위험하다. 연예인이 편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편견이 입밖으로 나올 수도 있는데, 그런 건 제작진이 걸러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엔 걸러내기는커녕 제작진이 그것을 더욱 강조하며 방송한 모양새다. 그것을 그냥 '웃긴 농담' 정도로 생각했나보다. 정말 위험한 의식수준이다.

국가나 인종을 스테레오타입화하는 표현의 문제성을 대단히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한국 방송을 점점 더 많은 외국인들이 보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우리 예능프로그램들을 보면 출연자 중에서 유독 코믹 캐릭터, 외모가 그리 뛰어나지 않은 사람들을 가리켜 중국이나 동남아 사람 같다며 웃어대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정말 심각한 문제다.

얼마 전에 <일밤>에서도 김현철을 가리켜 중국 부자 같다고 하는 장면이 버젓이 방송된 바 있다. 어떻게 이런 말을 카메라 앞에서 할 수 있으며, 어떻게 그런 장면을 잘라내지 않고 방송할 수 있단 말인가?

황당한 건 이 표현이 중국시장과 한국 연예인의 중국진출에 대해 말하던 중에 나왔다는 거다. 세상에 자기 상품 사주는 고객들을 이렇게 대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만고에 없는 장사법이다.

한국인은 그전에도 이런 태도 때문에 한번 큰 비극을 당한 적이 있다. 과거 미국에서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켰을 때, 그들은 엉뚱하게도 백인이 아닌 한국인을 공격했었다. 그 이유로 흑인을 상대로 장사하면서도 흑인을 무시하는 한국인의 태도가 꼽혔었다.

중국인이나 동남아인을 폄하하는 발언과 한류를 찬양하는 내용을 동시에 내보내는 우리 방송사들의 행태는, 과거 흑인들이 한국인에게 느꼈던 것 이상으로 한국인들을 현지인들에게 얄밉게 느껴지도록 할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혐한류를 키우는 자양분이 된다. 연예인이 정신 차리던가, 그게 힘들면 제작진이라도 정신 차려서 이런 내용이 절대로 방송을 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정말 위험한 방송내용이었다.

  • 이전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