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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최고의사랑, 섬뜩한 악플 묘사

<최고의 사랑>에서 공효진은 비호감 연예인으로 나온다. 몇 번의 사고와 스캔들이 있었다. 네티즌은 그녀를 일종의 동네북처럼 여긴다.

7회에서는 공효진의 신발이 차승원에 의해서 천만 원에 낙찰된다는 에피소드가 그려졌다. 그것이 유인나가 흘린 말에 의해 공효진의 자작극으로 오인되고,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네티즌이 그녀를 비난한다는 설정이었다.

극중에서 공효진의 가족들이 다 모여 있을 때 인터넷을 본 어린 조카가 그녀에게 묻는다.

"고모, 스폰서가 뭐야? 사람들이 고모가 스폰서 돈으로 그랬데. 근데 사람들이 왜 고모한테 걸레라고 그래?"

인간이라면 참담한 심정일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네티즌이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악플이 대상자의 가족에게 어떤 상처를 입히는지 섬뜩하게 묘사됐기 때문이다.

온갖 의혹을 제기하며 사태를 키우는 언론이 흔히 내세우는 근거는 '관계자', 혹은 '지인'의 말이다. 극중에서 유인나는 공효진 프로그램의 관계자였고, 그녀의 지인이기도 했다.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내용을 지인의 말 하나로 확인절차도 없이 보도하고, 그 기사에 의해 들끓으며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처단하려는 네티즌의 인터넷 집단행동. 드라마 속에서 묘사된 이 구조가 현실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요즘 한 아나운서의 자살로 악플이 얼마나 심각한 폭력일 수 있는지가 다시금 상기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최고의 사랑>의 묘사가 더욱 섬뜩할 수밖에 없었다.


이 드라마에서 묘사된 것처럼 우리가 인터넷에서 논하는 대상은 바로 '사람'이다. 우리와 똑 같이 상처 입을 심장과 뜨거운 눈물과 슬퍼할 가족을 가진 사람인 것이다.

게시판이나 댓글창에 글을 남길 때 우리는 이런 사실을 잊는 경향이 있다. 대상을 하나의 사물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연예인일 때도 그렇고, 일반인 중에서 집단적 응징의 대상으로 포착된 '00녀'일 때도 그렇다.

그 사람을 대상으로 마음속의 분노를 거침없이 표출한다. 마구 샌드백을 때려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데, <최고의 사랑>에 묘사된 것처럼 그 대상이 나와 똑같은 사람이란 것을 인지한다면 그럴 수 있을까? 살아있는 사람을 분풀이로 마구 때릴 수 있을까?

실제로 그럴 수 있는 이는 거의 없다. 단지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대상을 사람이 아닌 샌드백처럼 착각하게 만들고, 자신을 익명의 군중으로 만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땐 <최고의 사랑>처럼 그와 가족이 있는 모습을 상상할 일이다.

특히, 과거 열애사실이 조금이라도 알려진 여자연예인에게 네티즌이 흔히 던지는 악플이 '걸레'다. 몸을 바쳤다느니, 배후에 스폰서가 있다느니 하는 댓글들도 대단히 흔하다. <최고의 사랑>에서 그려진 장면은 그렇게 여성에게 아무 생각 없이 가해지는 집단적 폭력을 신랄하게 재현한 것이었다.

이제 그런 댓글들을 달기 전에 자신이 쓴 댓글을 상대의 어린 동생, 혹은 조카가 읽어도 좋은가 한번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우리 인터넷에 횡행하는 비인간성이 조금은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