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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더킹’의 귀기어린 쌩얼, 완전히 속았다

 

<더킹 투하츠>는 로맨틱 코미디처럼 시작됐다. <옥탑방 왕세자>와 맞물려 로맨틱 코미디 대전이 펼쳐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누가 더 달달하고 유쾌한 로맨스를 보여주나에 관전의 초점이 맞춰졌었다.

 

시작할 때는 <더킹 투하츠>의 완승이었다. 능청맞은 이승기의 연기와 자연스러운 북한 처자 연기의 하지원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옥탑방 왕세자>를 압도했다. <옥탑방 왕세자>는 시작할 때 <해를 품은 달> 짝퉁처럼 느껴졌다. 어디선가 본 듯한 궁중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 2주차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더킹 투하츠>는 본격적인 장교 대회 합숙훈련으로 들어가면서 스토리가 복잡해졌다. 두 남녀주인공 사이의 달달한 로맨스가 아닌 곁가지가 많았던 것이다.

 

게다가 지나치게 진지했다. 왕의 우국충정이라든가 북한과의 긴장관계에 대한 지나친 묘사 등이 극을 무겁고 어둡게 만들었다. 와중에 악당으로 등장하는 윤제문은 뜬금없는 마술쇼와 클래식 사랑을 선보여 공감 가지 않는 사이코드라마 분위기까지 형성했다.

 

반면에 <옥탑방 왕세자>는 설정이 현대로 넘어오면서 유쾌함과 달달함의 끝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로맨틱 코미디로는 당할 자가 없어보였다. 바로 이때 한 배우가 <옥탑방 왕세자>가 <더킹 투하츠>를 이기는 데에 손모가지를 건다고 해서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배우의 의견은 100% 동의할 만했다.

 

 

 

 

그랬다가 지난 주에 상황이 또 바뀌었다. 지난 주에 <옥탑방 왕세자>는 박유천이 재벌의 손자 역할을 시작하면서 너무나도 익숙한 재벌 로맨스 설정으로 돌아갔다. 재벌과 음모를 꾸미는 악당, 그리고 악녀, 게다가 출생의 비밀까지. 극이 진부하게 늘어졌다.

 

그런데 <더킹 투하츠>는 지난 주에 스토리의 곁가지가 싹 정리되면서 이승기와 하지원의 로맨스에 에너지를 집중했다. 급기야 냉장고 앞 키스 사건까지 터졌다. <더킹 투하츠>는 훨씬 로맨스 드라마다워졌다.

 

이번 주에 상황이 또 달라졌다. 일단 <옥탑방 왕세자>는 ‘박유천과 그 일당’들이 완전히 코믹 캐릭터로 자리 잡으면서 리얼함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갔지만 재미를 얻었다. 박유천이 한지민과 함께 달리면서 해맑게 웃는 표정이 워낙 매력적이어서 승세를 완전히 굳힌 것으로 보였다.

 

<더킹 투하츠>는 이번 주에 생각지도 않았던 방향으로 극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이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었다. 놀랍게도 이 드라마는 진지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선 이번 주에 의표를 찌르는 연기력 올림픽이 열렸다. <옥탑방 왕세자>의 왕세자 군단이 리얼함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코믹 캐릭터를 하고 있을 때, <더킹 투하츠>의 왕족들은 땅에 굳건히 뿌리를 박은 정극 연기의 끝장을 보여줬다. 왕을 잃은 어머니의 고통과 하반신이 마비된 공주의 귀기 어린 표정이 시청자의 가슴을 울렸다. 공주역의 이윤지는 정말로 환자처럼 보였는데, 로맨틱 코미디에 쌩얼이 웬말인가?

 

이 귀기 어린 표정과 쌩얼은 <더킹 투하츠>가 애초부터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었음을 알려줬다. 이제 그동안 왜 그렇게 스토리를 난삽하게 펼쳤으며 극의 분위기를 무겁게 가져갔는지가 분명해졌다. 이순재 정도의 대배우가 왜 조연의 비서실장 정도로 나왔는지도 분명해졌다.

 

이번 주에 <더킹 투하츠>는 작심하고 진지한 드라마를 펼쳤고 결국 진심은 승리했다. 괴상한 사이코처럼만 보였던 윤제문은 정말로 사고를 쳤고 왕이 죽었다. 그 이후에 벌어진 유족의 고통이나, 하지원이 왕가의 가족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서 <더킹 투하츠>는 시청자의 마음을 잡아끌었다.

 

이제 로맨틱 코미디 대결 구도는 깨졌다. <옥탑방 왕세자>는 <옥탑방 왕세자>대로, <더킹 투하츠>는 <더킹 투하츠>대로 별개의 개성과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누가 이길 것이냐, 하면서 격투기 관전하듯이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