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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7.

 

<하재근의 문화읽기> '베테랑'으로 보는 재벌 구조 문제

EBS | 문별님 작가 | 입력 2015.08.17. 22:12

[EBS 저녁뉴스]

[EBS 뉴스G]

유나영

네, 한 주간의 문화이슈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스튜디오]

유나영

지난주는 광복 70주년을 맞아서 영화 ‘암살’을 다뤘는데 오늘은 ‘베테랑’입니다. 

관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가요?

하재근

이 영화가 류승완 감독의 영화인데, 

유아인 씨가 이제 말하자면 망나니 재벌 3세, 2세로 등장하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을 때리고 돈을 주고, 사냥개로 사람을 위협하고, 

형제들하고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또 여배우들 데려다가 환각 파티, 마약 파티 벌이고, 이런 인물로 등장을 하는데,

 이제 황정민 씨가 열혈 형사로 등장을 해서 유아인 씨를 때려잡는, 그런 내용인데 

여기에 관객들이 엄청난 호응이 쏟아지면서, 

지난 광복절에 역대 광복절 최다 관객, 지금까지의 기록이 ‘명량’이 세운 74만 명, 하루 최고 기록이었는데, 

이번에 82만 명을 동원하면서 최다 기록이 됐고, 

이 영화가 처음부터 이렇게 관객이 폭발적으로 든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입소문이 나면서 

2주차에 관객이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추세로 가면 아마 또 하나의 천만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지금 나오고 있습니다.

유나영

그야말로 한국 영화의 득세네요. 

이 영화가 특이한 점이 개봉 열흘 만에 관객 수 6백만 명을 돌파했다고 알고 있는데, 

관객들이 이렇게 이 작품에 호응을 보내는 이유, 뭐라고 보시나요?

하재근

일단 액션 영화이기 때문에, 류승완 감독이 정말 액션을 잘 만드는 감독입니다. 

그래서 일단 액션이 볼 만하고, 그리고 액션만 하는 게 아니라 코미디가 있기 때문에, 

사람 잡으려고 뛰어 가다가 바로 잡지 못하고 한 번 부딪치고 그렇기 때문에, 

마치 옛날 성룡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그런 코믹한 요소가 있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을 보면서 관객들이 마치 현실의 이야기를 보는 듯하다, 

그런 느낌을 받는다는 건데, 어떤 이야기들이 나오냐면, 

지금 이 유아인 씨가 그동안 나왔던 재벌 관련 사건 사고 모든 보도를 총 합친 캐릭터처럼 그려졌다는 건데,

 2010년에 한 재벌 오너 2세가 관계된 사람을 때리고 매값으로 돈을 준, 

매값 폭행 사건, 이런 것이 있었고, 그리고 또 2007년에는 또 한 재벌사 오너가 자기 아들이 어디랑 시비가 붙었는데 

시비가 붙었던 그 사람을 데려다가 경호원들을 시켜서 폭행한 그런 사건이 또 있었고, 

유나영

참 영화 같은 사건들이 많았네요?

하재근

그렇죠. 그리고 또 재벌가 자제들이 연예인하고 환각 파티 벌였다는 그런 보도들도 많이 나왔었죠. 

이런 걸 사람들이 다 기억을 하기 때문에, 유아인 씨한테 다 합쳐졌구나 이런 사건들이, 

마침 또 이 영화가 개봉이 된 이후에 광복절쯤 해서, 어떤 보도가 나왔냐면, 

한 큰 제약회사 아들이 자기 차에 무단주차 딱지가 붙었다는 이유로 화가 나서 관리실에 갔다가 

사람이 없으니까 거기에 있는 노트북을 들어서 내쳤다, 이런 보도가 나와서 

도대체 얼마나 안하무인으로 행동을 하는 거냐, 보도 보면서 사람들이 어, 유아인이다, 이런 말을 했으니까, 

이런 식의 보도를 통해서 이 영화가 점점 더 화제성을 얻게 되는 거고, 

그 사고 직전에는 어느 골프장 회장님이 또 캐디를 때렸다고, 이런 보도가 나오니까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서 정말 이건 리얼하다, 공감이 간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유아인 씨가 나중에 붙잡히니까 아 속이 시원하다, 통쾌하다, 이러면서 이 영화가 인기를 얻는 거죠. 

유나영

씁쓸할 정도로 현실이 반영이 잘 됐다, 그렇게 보시는군요, 그 인기의 비결을. 

재벌가는 늘 뉴스메이커로 요긴한 소재를 제공하기는 합니다만, 

최근 한 기업의 경영권 분쟁이 또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면서 재벌가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켰습니다. 

하재근

재벌가에서 설마 왕자의 난이 또 터지랴 했었는데, 21세기에 또 터진 거죠. 

그런데 제가 조금 전에 유아인 씨가 형제들하고 경영권 다툼도 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거의 그런 양상이 최근에 롯데를 통해서 나타난 거고, 그걸 통해서 이게 한국 5대 재벌인데, 

도대체 이 회사가 지배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최상층부의 지배 구조를 사람들이 모르는 겁니다. 

도대체 한국의 재벌이 얼마나 불투명하게 지금 운영이 되고 있느냐, 이걸 다시 한 번 알 수가 있었던 거고, 

아버지와 자식들의 이런 싸움을 보면, 마치 옛날 조선 시대 왕조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그만큼 우리나라 재벌이 봉건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최상층부에 있는 형제들이 한 명은 한국어를 아예 못 하고, 한 명은 조금 어눌하게 하고. 

돈은 한국에서 어마어마하게 벌면서, 어떻게 한국 사람을 얼마나 무시했으면, 

한국어를 제대로 안 했을 수도 있지만, 그런 등등. 그리고 또 얼마 전에 땅콩 회항 사건, 

이런 것들을 겪으면서 재벌 2, 3세에 대한 반감이 많이 생겼는데, 그게 이제 영화에 투영이 되는 겁니다.

유나영

사실 재벌가의 문제들이 한두 번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한 개인의 일탈의 문제라고 보이기보다는 재벌가의 구조적인 문제가 더 있다, 

이렇게 보는 시선들이 많습니다. 

하재근

그게 문제인 거죠. 제가 여러 가지 사건, 사고 죽 말씀드렸는데, 

그게 몇몇 사람들의 성격이 나빠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니라 이건 구조적인 문제다, 

우리나라 재벌의 봉건적인 경영 행태, 그리고 그 알게 모르게 그쪽 사람들 사고방식이 

회사 직원을 자기 하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 회사를 자기의 개인적인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 

소유 구조의 어떤 지배 구조의 불투명성,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 재벌을 현대판 신귀족으로 만들고 있다, 

원래 공화국에서는 귀족이 없는 게 정상인데도 불구하고, 재벌이 마치 신귀족처럼 행세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적인 반감이 나타나고 있는데, 문제는 우리나라 재벌이 국가의 특혜에 의해서 만들어진 기업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특혜를 받았으니까, 국민 경제에 대해서 이바지를 해야 되는 건데, 

오히려 귀족으로 군림하려고 하면 당연히 국민을 배신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거고, 

이게 만약 반기업 정서로 발전하면 우리 국민 경제에 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재벌들의 행태에 대해서 확실하게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유나영

이미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생각이 나는데, 

귀족은 그 신분에 맞는 행동과 책임을 보여야 한다, 

이제는 신분의 고하만이 아니라 의식 수준의 고하를 따지는 재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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