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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설현, 지민은 정말 안중근을 긴또깡으로 알았을까

 

AOA의 설현과 지민이 케이블채널인 온스타일의 채널 AOA’라는 프로그램에서 안중근 의사를 몰라봤다고 해서 맹비난을 당했다. 지민은 처음에 안창호 선생님이라고 했다가, 제작진이 이토 히로부미라고 힌트를 주자 긴또깡이라고 했고, 재차 이토 히로부미라는 힌트를 주자 이또 호로모미?’라고 했으며, 설현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검색하다가 안중근 의사라는 답을 겨우 찾아냈다고 한다.

 

어떻게 안중근 의사도 몰라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 쏟아졌고, 설현과 지민은 무지를 사과했다. 그런데 안중근 의사를 정말 긴또깡으로 알았던 걸까?

 

그렇다고 보기는 어려운 게, 같은 프로그램에서 신사임당이나 김구의 얼굴은 정확히 알아봤기 때문이다. 이건 어느 정도의 공부가 돼있다는 뜻이다. ,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 처음에 안창호라고 한 것은, 헷갈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독립운동과 연관 있는 분이라는 건 인지했다는 의미가 된다.

 

그 상황에서 긴또깡이라고 했고, 제작진이 이토 히로부미라고 하자 이토 호로모미?’라고 한 것이다. 이건 일부러 막 던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

 

 

설현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검색하다 안중근 의사를 찾아냈다는 것도 이상하다. 제작진은 이토 히로부미를 힌트로 줬는데, 이토 히로부미를 검색하면 연관어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등장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치면 안중근 의사가 등장하기 때문에 이런 경로로 찾은 것 같다고 언론은 풀이했다.

 

하지만 이토 히로부미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넘어간 것이 어색하다. 이토 히로부미 연관어로 안중근이 분명히 뜨기 때문이다. 안중근이 떴는데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검색할 이유가 없다. 애초에 김구를 맞췄고, 안창호라는 이름을 댈 만큼 기본 소양이 있었다면 안중근이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바로 알아챘을 것이다. 그러므로 설현도 일부러 도요토미 히데요시라는 엉뚱한 키워드를 검색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즉 설현과 지민이 긴또깡, 이토 호로모미,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을 정말로 안중근 사진의 주인공이라고 여긴 것이 아니라, 그냥 막 던진 이름들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특히 긴또깡은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 안창호 선생을 연상하다 자연스럽게 그 다음 대안을 떠올리기 매우 힘든 이름이다.

 

사진의 주인공이 독립운동 관련 인물이라는 걸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 상황에서 일본어식 이름이 매우 어색하다는 걸 스스로 알아챘을 것이다. 그걸 알고 일부러 일본어식 이름을 던졌을 수 있다.

 

그것이 웃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점이 문제다. 예능퀴즈에서 엉뚱한 답을 던지는 걸 대단히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악습이 퍼져있다. 제작진부터 그런 관습에 젖어있으니 이번 해프닝도 편집하지 않고 매우 재밌다고 생각하며내보냈을 것이다.

 

과거 한 여배우가 캐나다 아래에 있고 수도가 워싱턴인 나라를 태국이라고 답했다가 큰 비난을 받았었다. 억지스럽게 일부러 틀리는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옛날 한창 때의 ‘12도 시청자를 괴롭게 할 정도로 억지스럽게 퀴즈를 틀렸고, ‘무한도전에서도 너무 작위적으로 무지를 내세울 때가 종종 있었다. 예를 들어 정형돈이 파라다이스를 패러다임으로 헷갈린 적이 있었는데, 대단히 억지스러운 장면이었다.

 

걸그룹에선 한선화가 한때 백지 캐릭터로 뜨다가 금방 식상함을 초래했다. 모든 문제에 아무 답이나 막 던졌기 때문이다. 무지도 얼마 전 무한도전뇌순녀뇌순남 특집처럼 진정성이 느껴져야 웃긴다. 작위적으로 막 던지는 건 어쨌든 뒤끝이 안 좋다.

 

 

이번 일을 참사로 키운 것도 바로 그 작위적 예능욕심이었다. 사진을 몰라볼 수도 있고, 창졸간에 헷갈릴 수도 있다. 안창호로 착각했다가 더 이상 떠오르지 않으면 모른다고 했으면 넘어갈 일이었다. 그런데 긴또깡. 이또 호로모미 등 무리수를 남발하다 네티즌을 자극했다. 안중근 의사를 모르는 것보다 긴또깡이라고 한 게 더 큰 공분을 불렀다.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놓고 희롱한다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설현과 지민은 처음에 바로 이 부분을 놓쳤던 것 같다. 그래도 조금 후에 문제를 인지했는지 편집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황당한 건 제작진의 태도다. 그들은 그런 요청을 받고도 그냥 방송했다고 한다. 걸그룹보다 제작진의 태도가 더 문제인 것이다. 퀴즈에서 어처구니없는 오답을 막 던지면서 무식을 드러내는 것이 무조건 웃긴다는 도그마에 빠져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막 던지는 것도 소재를 가려가며 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예능제작업계가 무지와 오답 막던지기가 웃긴다는 고정관념에 빠져있는 한. 그리고 역사적으로 예민한 이슈에 대한 이해수준을 높이지 않는 한, 퀴즈 참사는 계속 터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