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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이영애 송일국은 대통령과 가야 했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이영애와 송일국이 함께 가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 측에서 동행을 추진했으나 이영애, 송일국의 일정 문제 때문에 결국 불발됐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들을 대동해 한-이란 정상회담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조시키고 양국 친선 관계도 더욱 강화하고자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애와 송일국이 주목 받은 것은 대장금주몽이 이란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최대 시청률이 각각 90%, 85%에 달해 가히 국민드라마 반열에 오를 정도였다. 이란에선 이 작품들이 아직까지도 방영되고 있다고 한다.

과거 대장금이 처음 방영됐을 땐 방영시간대에 거리가 한산해졌고, 한상궁 역할을 했던 양미경의 이란 방문 당시엔 공항주변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고 한다. 최근 있었던 이영애의 신작 드라마 기자회견에 이란 취재팀이 찾아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주몽은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가 직접 언급하기도 했고, 과거 송일국이 이란에 갔을 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종교경찰이 특별 경호에 나서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신드롬적 인기를 누리는 한류스타와 우리 대통령이 함께 가면 국가홍보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해외에 갈 때 종종 한류스타 대동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이번 이란 방문 때도 이영애, 송일국이 물망에 오른 것이다.

 

대부분의 매체가 이영애와 송일국이 대통령과 함께 가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는데, 정말 아쉬운 일이 맞는 걸까?

 

그렇지 않다. 이영애와 송일국이 동행하지 못한 것은 잘된 일이다. 앞으로도 대통령의 행보에 한류스타들을 엮으면 안 된다.

 

 

 

간단한 이유다. 미국 대통령이 해외에 나갈 때 톰크루즈를 동행할까? 헐리우드의 무비스타와 팝스타들이 떼지어 다니면서 미국 세일즈 마케팅에 열을 올리나? 당연히 그렇지 않다. 만약 그랬다면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반감이 거세게 일어났을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해외에 나가 국익을 위한 활동을 한다. 여기에 연예인들이 동행하면 그 연예인들도 한국의 국익을 위해 활동하는 요원쯤으로 인식된다. 이러면 각국에서 반한류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대중문화는 국가적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부지불식간에 젖어들어야 한다. 국가가 앞서면 경계심이 초래돼 대중문화의 확산에 걸림돌이 된다. 연예인들은 오로지 작품과 팬들만 생각하는 사람으로 이미지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한류에 대한 반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는 너무 쉽게 한류 연예인들과 국익을 결부시킨다. 독도 문제에 싸이나 카라를 끌어들이려고 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것은 자살골이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연예인들에겐 국가성이 옅어지는 것이 유리하다. 미국의 스타들은 국익을 위해 활동하지 않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세계적인 인기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결국 미국을 위한 소프트파워, 미국의 국익으로 귀결된다.

 

우리도 이렇게 멀리 봐야 한다. 한류 스타가 인기를 좀 얻는다고 해서 당장 대통령 옆에 세우고, 태극기 아래 세워서 곶감 빼먹듯 그들의 명성을 국익에 이용해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영애와 송일국이 이번에 이란에 가지 못한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그들이 이란에 간다면 한국의 국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개인 자격으로 이란의 팬들을 위한 방문이어야 한다. 앞으로도 대외적 국익이벤트에 한류스타를 노골적으로 앞세우는 일은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