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중사회문화 칼럼

성현아 무죄는 스폰서 면죄부일까

 

성현아가 마침내 성매매 혐의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20141월 정식 재판을 청구한 이래 약 2년 반에 걸친 싸움 끝에 얻어낸 결과다. 재판 과정에서 오열하며 억울함을 주장하기도 했고, 재판 비용 때문에 생활고를 겪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건강도 나빠졌다고 한다. 그래도 결국 무죄를 받아냈으니 성현아 입장에선 그야말로 한을 풀었다고 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마디로 돈을 받고 성관계를 했는데 성매매가 아니라니 무슨 말이냐는 것이다. 작은 돈 받고 한 성매매는 처벌하지만 큰 돈 받는 연예인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것이냐, 사귄다고 말하기만 하면 용서 받는 것이냐, 불특정 다수를 상대해야 성매매라니 그러면 특정인을 상대로 하는 연예인 스폰서는 봐주는 것이냐, 등등 다양한 반론이 쏟아진다.

 

법정에서의 판단과 별개로 성현아에게 낙인 찍힌 주홍글씨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성현아가 돈을 받고 성관계를 한 건 맞지만,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 형식적인 차원에서만 성매매 요건을 성립시키지 않았다고 여긴다. 그러므로 설령 법적으로는 무죄라 할지라도 윤리적, 실질적으로는 성매매를 한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은 성현아가 무죄가 된 건 단지 형식적인 이유에서만은 아니었다. 재판부는 실질적인 차원에서 성현아가 성매매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이 사건은 201312월에 여성 연예인들이 집단적으로 성매매 혐의를 받는다는 찌라시가 퍼지면서 큰 논란을 빚었던 데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때 검찰 수사 결과 대부분의 유명 연예인들은 혐의를 벗었는데, 성현아가 유력한 혐의자로 특정됐다. 검찰은 익명성을 지켜주면서 약식기소로 처리하려 했으나, 성현아가 실명이 밝혀지는 것을 무릅쓰고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성현아에게 상황이 불리하게 된 것은 하필이면 성현아가 성매매를 알선하는 브로커를 통해서 남성을 소개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 남성에겐 성을 사려는 의도가 어느 정도 있었다고 하고, 5000만 원이라는 돈까지 받았다고 하니 이건 누가 봐도 성매매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기소한 검찰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1, 2심에선 그러한 의혹 때문에 모두 유죄가 나왔다. 하지만 성현아는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갔는데 여기서 무죄취지가 나오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대법원의 판단은 지금 많은 네티즌의 주장처럼 돈을 받고 성관계를 한 건 맞지만 단지 법적인 요건이 충족이 안 되므로 형식적으로는 성매매가 아니다는 게 아니었다.

 

대법원은 돈을 받고 성관계를 했다는 것 자체에 근거가 없다고 봤다. 성현아는 상대 남성을 결혼 상대자로 여기면서 사귄 것이고, 그 연인 관계 속에서 생활비 보조도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형식적으로만 성매매가 아닌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성매매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소개해 준 사람이 성매매 브로커로 적발된 사람이긴 하지만, 성현아는 그에게 성매매 상대자가 아닌 진지하게 교제할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당시 성현아는 전 남편과 이혼을 확정짓고 별거중인 상황이었고 재혼할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때 상대 남성을 소개 받아서 성현아는 결혼 상대자로 진지하게 교제했다고 한다. 셩현아가 지인에게 현재 사귀고 있는 남성이 결혼 상대자로 어떻겠느냐고 문의를 한 적도 있고, 상대 남성에게 직접 결혼하자는 뉘앙스의 말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상대 남성은 성현아를 그렇게 진지하게 만난 것은 아니었고, 그것을 확인한 성현아는 곧바로 헤어졌다. 그리고 다른 남성을 소개받아 재혼했다고 한다.

 

대법원은 이런 정황을 봤을 때 성현아가 성매매를 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봤다. 배우자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이성교제를 했을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이 말하듯이 돈 받고 성관계는 했지만 성매매는 아니다라는 식으로 황당한 이유를 댄 게 아니다.

 

, 재판 과정에서 성매매는 불특정인을 상대로 하는 것이므로 성현아가 성매매가 아니라는 말이 나왔기 때문에, 특정인 스폰서는 괜찮은 거냐는 항변이 나오는데 이것도 오해다. 성현아가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인만 상대했기 때문에 성매매가 아니라는 게 아니다. 여기서 불특정인이라는 것은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누구라도 관계없이 성관계하는 경우를 뜻한다. 그런데 성현아는 처음부터 돈이 목적이 아니라 진지하게 사귈 사람을 찾았고 돈은 사귀는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받은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성현아 판결 때문에 연예인 스폰서가 면죄부를 받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 판단은 성현아 케이스는 성매매니 스폰서니 하는 문제들과는 완전히 별개로 단순히 이성교제 차원이었다고 볼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단죄할 때는 분명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돈이 오갔다는 그 정황 하나만 가지고 성현아를 성매매자로 단정짓고, 대법원 판결 취지까지 왜곡하면서 낙인을 찍고 있다. 이것은 부조리하다. 네티즌에겐 그저 말 한 마디 던지는 일이지만 성현아겐 인생이 걸린 일이고 그 자식들의 삶까지 걸려있다. 여성 연예인이 성매매자로 낙인 찍히는 것은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것과 같다. 그런 무섭고도 중대한 일을 어떻게 근거도 없이 자행한단 말인가? 아무리 나와 상관 없는 타인의 일이지만 조금은 더 신중한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