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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아이돌학교, 망작이거나 명작이거나

 

아이돌학교는 아이돌 육성을 표방한 엠넷(Mnet)의 프로그램이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연장인 측면이 있다. ‘프로듀스 101’은 가혹할 정도로 출연자들을 압박하는 Mnet의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살벌한 경쟁 속에서 한 계단씩 올라가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출연자들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한 번 빠지면 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 ‘극강의 길티 플레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듀스 101’처럼 아이돌을 뽑는 프로그램이 나온다고 하자 당연히 아류작 논란이 터졌다. 아류작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인지 제목이 아이돌학교가 됐다. 제작진이 프로듀스 101’과 가장 선명하게 차별화할 전략으로 학교 콘셉트를 선택한 것이다. 이 선택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프로듀스 101’은 연습생들을 데려다 이어지는 시험을 통해 한 명씩 탈락시켜 데뷔할 멤버를 뽑는 포맷이었다. ‘시험, 경쟁, 낙오, 차별코드가 프로그램을 관통했다. 학교가 추구하는 가치는 이런 코드의 정반대 지점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 콘셉트이기 때문에 프로듀스 101‘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제작진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다. ‘아이돌 학교는 이미 선행학습이 된 연습생이 아닌 일반 지망생을 출연시켰다. 이들을 정식 아이돌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인자한 이미지의 이순재를 교장으로 캐스팅한 것도 이런 차별화 전략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시작된 아이돌학교는 전혀 학교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처음부터 출연자들의 능력 평가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했다. ‘프로듀스 101’ 평가 지옥의 재현이다. 그러더니 순위 발표로 경쟁을 유발했다. 그리고 불과 4회 만에 등수가 낮은 출연자들을 탈락시켰다. 결국 서바이벌 구조의 판박이가 됐다. 그리하여 아이돌학교에 비난이 쏟아진다.

 

애초부터 학교일 수 없는 곳에서 학교를 표방한 것이 문제였다. 학교가 추구하는 가치대로 하면 자극성이 없다. 그러면 시청률이 떨어진다. ‘아이돌학교는 시청률을 최고로 치는 예능 제작진이 만들었다. 당연히 자극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자극 중에 최고의 자극은 고대 로마식의 검투사 서바이벌이다. ‘아이돌학교도 결국 아이들에게 그런 경쟁을 시키는 길로 갔다. 그 결과 세상에 이런 학교가 어딨느냐는 비난이 폭주했다. 상업적으로도 패착이었다. 알맹이는 서바이벌이지만 학교를 표방한 이상 일반 서바이벌보다 순화된 표현방식으로 간 결과,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어중간한 결과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돌학교는 의외의 기념비적 프로그램이 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시험, 경쟁, 낙오, 차별이 판을 치는 아이돌학교를 보고 세상에 이런 학교가 어딨느냐고 공격했지만 사실은 그런 학교가 아주 많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학교다. 교육적 가치를 도외시하고 대입 등수 서바이벌에만 몰두하는 우리 학교들 말이다. 혹시 제작진이 그런 현실까지도 염두에 두고, ‘이 나라에서 학교는 이미 서바이벌 경쟁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은유로서 아이돌학교를 제작한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은 저주받은 걸작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이런 건 학교가 아니라는 아이돌학교를 향한 비난이 우리 학교 개혁의 기폭제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