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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박명수 애틋한 러브스토리에도 반응 싸늘한 이유

 

싱글와이프에서 박명수와 한수민의 러브스토리가 소개됐다. 한수민이 미국 레지던트 과정에 합격해 한국을 떠나게 되자 박명수가 차마 붙잡지는 못하고 눈물만 줄줄 흘렸다는 것이다. 결국 한수민이 미국행을 포기해 두 사람은 결혼에 이르렀다. 한수민은 "꿈보다 남편과 결혼하는 게 더 행복할 것 같았다"며 지금도 그 선택에 후회가 없다고 한다. 박명수는 결혼 후 일상에서 짜증이 나다가도 이 사람이 나 때문에 자기 꿈을 버렸는데라는 생각이 떠올라 화가 가라앉는다고 했다. 

애틋하고 따뜻한 러브스토리다. 아침 토크쇼에 두 사람이 함께 나와 이런 얘기를 했으면 좋은 반응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부정적인 반응 일색인데, 그 이유는 싱글와이프가 예능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연예인의 가족과 가정사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 과거엔 주부월간지 같은 잡지에서 그 궁금증을 채워줬다. 아니면 힐링캠프같은 토크쇼에서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이야기하는 가운데에 가족 이야기가 나오거나, 아침 토크쇼에 부부동반으로 출연하는 식이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때부터 일반 예능프로그램에 연예인 가족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대중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엔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연예인 가족 예능이 너무나 많아지자 거부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아빠를 부탁해가 방영될 당시에 연예인 가족 특혜 논란이 터졌다. 연예인 지망생이 줄을 섰는데 단지 아버지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너무 쉽게 예능 고정 자리를 꿰찼다는 이유에서다. 조혜정이 이 프로그램 출연에 이어 바로 드라마에 캐스팅 돼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는 시청률이 잘 나오는 연예인 가족 예능을 계속 밀어붙였다. 최근엔 연예인의 어머니들이 스튜디오에 나와 토크하는 미운 우리 새끼가 대히트하며 어머니가 광고를 찍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다른 방송사에선 연예인이 자기 자식을 보며 스튜디오에서 토크하는 둥지탈출을 내놨다. 

부모 잘 둔 연예인의 자식들이 방송사에서 보내주는 해외여행을 하며 예능에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사는 그걸 청년독립이라고 표현했다. 부모 이 없어 정말로 독립할 수밖에 없는 흙수저 집안 자식들의 주먹을 쥐게 하는 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명수의 부인이 예능에 등장해 방송사가 보내주는 해외여행을 즐기며 러브스토리를 말한 것이다. 반응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 

박명수는 무한도전에서 가족 이야기가 나오면 가족은 건드리지 말라며 정색했었다. 네티즌도 그 부분은 존중해줬다. 하지만 바로 그 무한도전에 한수민이 출연해 연예활동과 광고촬영 욕망을 드러냈다. 그리고 바로 이어 싱글와이프에 출연했다. 가족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신사협정이 깨졌다.

 

과거 이덕화, 전영록, 최민수 등이 부모 뒤를 이을 때는 연예인이 선망 받는 직종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연예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예인 되는 게 신분상승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연예인 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특혜, 반칙에 사람들이 예민해졌다. 원래 고시, 수능 같은 사회적 사다리 역할을 하는 시험에 부정사태가 나타나면 여론이 들끓는다. 연예인 가족 예능도 일종의 연예고시 부정사태 같은 느낌이 됐다. 

청년실업이 극에 달했다. 청년들이 공무원 되는 게 꿈일 정도로 안정만을 추구한다. 그만큼 현실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취업해도 인턴으로 착취당하기 일쑤다. 그런 상황에서 단지 연예인 가족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능력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손쉽게 유명인이 되고 광고까지 찍는 상황을 받아들이긴 힘들다. 이러다보니 연예인 가족에 대한 적의가 커져간다. 연예인 가족 예능이 현대판 음서제처럼 굳어지면 연예인 가족을 향한 악플 사태도 만성화될 것이다.